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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의 하드아웃] '복잡한 심경', KT 니퍼트 바라보는 두산팬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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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의 심장’이라 불리던 투수가 마법사로 변신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두산 타자들을 상대했다. KT 위즈 더스틴 니퍼트 이야기다. KT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를 바라보는 두산 팬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복잡 미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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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수원 KT위즈파크. KT 위즈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는 두산팬(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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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더스틴 니퍼트가 친정팀 두산 베어스를 만났다.

지난해까지 니퍼트는 ‘두산의 상징’이라 불렸다. 2011년 두산에 입단한 뒤 7시즌 동안 94승을 올리며, 두산의 전성기를 이끈 까닭이다. 니퍼트는 ‘2층 높이에서 내리꽂는 속구’를 앞세워 KBO리그를 평정했다. 니퍼트의 등장은 2010년대 '두산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그랬던 니퍼트가 2018년 7월 11일 두산의 상대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KBO리그 데뷔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제 니퍼트는 '마법사 군단의 에이스'다. KT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를 바라보는 두산 팬 마음은 ‘복잡함’ 그 자체였다.

두산 팬들은 두산 득점에 웃지 못했고, 니퍼트의 탈삼진에도 웃지 못했다. 두산 팬의 다양한 감정이 얽히고설킨 수원 KT위즈파크의 현장 분위기를 엠스플뉴스가 살펴봤다.

'두산이냐, 니퍼트냐' 두산 팬의 복잡한 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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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선 '니퍼트 이름을 마킹한 두산 유니폼'을 적잖이 목격할 수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 “니퍼트는 니퍼트였다. 경기 운영도 잘하고, 구위도 좋았다. 홈런을 친 건 니퍼트의 실투였다. 운이 좋았다. 니퍼트가 우리 팀에서 100승을 했으면 했는데 좀 아쉽긴 하다. 경쟁 상대로 만난 니퍼트를 상대로 최선을 다하는 게 ‘최선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 두산 김재호

7월 11일 수원 KT위즈파크엔 '두산 니퍼트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찾은 팬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니퍼트는 아직 두산 팬들 마음 깊숙한 곳의 ‘에이스’로 남아 있었다.

두산팬 신승환 씨(25)는 “니퍼트가 상대 투수란 사실이 가슴 아프다”며 “정들었던 에이스가 두산 타자를 상대로 공을 던진다고 생각하니 정말 어색하다”고 복잡한 감정을 표현했다.

비록 이젠 상대 투수로 만나게 됐지만, 언젠가 니퍼트가 두산으로 돌아왔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론 선수 생활 마지막 1년이라도, 두산에서 공을 던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마음 같아선 니퍼트가 두산에서 은퇴식도 하고,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 씨의 말이다.

하지만, ‘두산의 승리’를 바라는 신 씨의 마음엔 변함이 없었다. 신 씨는 니퍼트가 7이닝 3실점 호투를 펼쳤으면 한다 하지만, 이용찬이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해 두산이 이겼으면 좋겠다 는 희망 사항(신 씨의 예언은 거의 적중했다)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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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를 상대로 두산 타자가 안타를 때려내자, 두산 팬들이 환호했다. 꽤나 낯선 장면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오늘만큼은 니퍼트가 이겼으면 한다”는 바람을 표현한 두산 팬도 있었다. 야구장 출입구에서 마주친 두산 올드팬 이규현 씨(47)의 이야기다. 이 씨는 자신을 “1982년부터 두산 야구를 응원한 올드팬”이라 소개했다.

이 씨는 “두산 타자들이 니퍼트를 상대로 안타를 치는 장면을 상상만 해도 너무 속상하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10살부터 37년 동안 두산 야구를 봐왔습니다. 하지만, 2011년 두산에 입단한 니퍼트는 ‘야구의 참맛’을 일깨워준 투수입니다. 지난해 두산이 니퍼트와의 결별을 결정했을 땐 정말 화가 나고 속상했어요. 니퍼트를 떠나보낼 당시 서운했던 감정을 다시 떠올린 이 씨다.

이 씨는 “오늘 니퍼트를 응원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다. 함께 온 아들은 두산을 응원할 거다. 경기 결과가 기대된다”며 서둘러 관중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홈런에 웃지 못한 두산팬, 머리를 감싸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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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니퍼트가 최주환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일부 두산 팬은 머리를 감싸쥐며,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 오늘 직접 공을 보니 공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집중해서 쳤는데 좋은 타구로 이어졌다. - 두산 최주환

경기가 시작된 뒤 엠스플뉴스는 KT 홈 응원석에서 ‘니퍼트를 응원하는 두산 팬’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이정범 씨(25)였다.

기자는 이 씨에게 “니퍼트를 응원하려 홈 응원석을 예매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자리를 착각해 예매를 잘못했다”고 답하며,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니퍼트를 응원하는 이 씨의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다. 이 씨는 두산과 KT, 어느 쪽이 이겨도 웃을 수 없을 것 같다 두산이 안타를 치는데, 이렇게 마음이 쓰린 건 처음 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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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니퍼트의 공백을 말끔히 지운 두산 외국인 듀오,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 둘의 존재는 니퍼트를 바라보는 두산 팬의 마음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사진=엠스플뉴스)



2010년대 들어 야구를 보기 시작했어요. 두산 팬인 저에게 니퍼트는 '야구 그 자체'였습니다. 이 씨는 니퍼트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표현했다. “(3회 초 원아웃 기준)두산 타선이 벌써 니퍼트를 상대로 2점을 냈습니다. 마음이 아프네요.” 이 씨의 말이다.

애써 마음을 진정한 이 씨는 “니퍼트가 통산 100승을 두산에서 기록했으면 참 좋았을 것”이라며 복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 씨의 마음이 복잡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가 100점 만점에 120점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두 선수의 활약은 정말 대단해요. 하지만, 팬으로서 '니퍼트 공백'에 마음이 쓰린 건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이 씨의 말이다.

린드블럼과 후랭코프의 맹활약은 니퍼트의 공백을 말끔히 지웠다. 니퍼트의 파고들 빈자리가 없는 상황이지만, '허전함'은 여전하다. 이 '허전함'이 두산팬들의 마음을 더욱 공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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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팬들을 등지고, KT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니퍼트(사진=엠스플뉴스 이동섭 기자)



그때였다. 두산 최주환이 니퍼트가 던진 148km/h 속구를 강타했다. 타구는 수원 KT위즈파크 중앙 담장을 향했다. 공은 아슬아슬하게 담장을 넘어갔다.

“안 돼…” 이 씨의 외마디 탄성이 터졌다. 이 씨는 머리를 감싸 쥐며, 니퍼트의 피홈런을 아쉬워했다. 이 씨의 착잡한 표정은 이날 경기를 지켜보는 두산 팬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이닝을 마친 뒤엔 니퍼트가 두산 응원석을 등지고, KT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지난해까지 두산 팬들이 차마 상상하지도 못한 장면이었다. 두산 팬들의 머릿속에 만감이 교차한 이유다.

니퍼트의 역투, 유니폼은 변해도 '승리를 향한 집념'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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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은 바뀌었지만, 니퍼트의 '승리를 향한 집념'은 한결같다(사진=엠스플뉴스)



+ 상대 투수로 만난 니퍼트는 어색했다. 니퍼트가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 볼 배합을 구사했다. 여전히 니퍼트의 구위는 좋았다. 반가웠지만, 승부는 승부다. 이기는 데 집중했다. - 두산 양의지

니퍼트는 두산과의 첫 맞대결에서 8이닝 3실점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승리는 두산의 몫이었다. 두산은 이용찬의 7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KT에 6대 0 완승을 거뒀다.

두산 팬들은 ‘두산의 승리’와 ‘니퍼트의 패전’이란 결과 사이에서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못했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두산 팬들의 표정엔 갈팡질팡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두산 팬들이 니퍼트를 잊지 못한 것처럼, 니퍼트도 두산 팬들을 잊지 않았다. 올해 2월 니퍼트는 두산 팬들에게 “두산 팬이 보냈던 성원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이란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날 니퍼트가 선보인 '8이닝 역투'가 KT팬 뿐 아니라, 두산 팬들에게도 큰 감동을 선사한 이유다.

경기 결과보다 돋보인 건 ‘승리를 향한 니퍼트의 열망’이었다. 니퍼트의 집념은 '전성기' 못지 않았다. 어쩌면, 두산 팬들이 머릿속에서 니퍼트를 완전히 지우지 못하는 이유는 이 집념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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