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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名士)와 함께 한 문화여행, '떠나다' 동사(動詞)를 부추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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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오미나라 입구. 거대 위크키 증류기가 문을 대신하고 있다. 지역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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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봉화 달실마을 지역명사 권용철 종손이 청암정을 소개하고 있다.



[충주·문경 | 글·사진=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여행은 단지 ‘구경’만 하는 행위가 아니다. 관광은 풍경을 보는 것에서 출발했다지만 현대적 의미의 여행은 취미, 학습, 운동, 예술 등 실로 다양한 삶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충족시키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를 통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비로소 떠올리게 된 대한민국 여행의 패러다임. 이제 사람을 만나는 행선을 여행코스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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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술박물관 리쿼리움에서 양조 증류원리를 보고 배울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2015년부터 지역 명사(名士)와의 만남을 통해 여행의 매력을 찾는 ‘지역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새로 선정한 총 6건의 지역명사여행은 향토 역사와 삶을 함께한 명사가 고품격 이야기꾼(스토리텔러)이 되어 여행객을 이끈다.

당진 ‘김금순 대표, 평균 75세 할매들의 반란 인생’, 임실 ‘김용택 시인, 섬진강 인문학여행’, 상주 ‘허호 비단직물장인, 행복의 실타래 금상첨화’, 봉화 ‘권용철, 권재정 젊은 종손부부 이야기’, 충주 ‘이종기 박사, 오미로 고운달 술이야기’, 남양주 ‘이하연 명인, 맛있는 김치 7대 3 법칙’ 등이 기존 13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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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이종기 박사(문경·충주).



그들이 살아온 생생한 ‘인생담’과 ‘지역 고유 문화관광 콘텐츠’를 동시에 섭취할 수 있는 지역명사여행은 그동안 떠나오며 봤던 어떤 근사한 풍경보다 영양가 높은 여행의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또 누가 뭐래도 어떤 악천후에도 상관없는 여행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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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술을 연구한 이종기 장인. 지역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사람이 좋다, 술이 좋다

좋은 소식(慶)을 듣는다(聞)는 경상북도 문경, 과거보러 떠나는 길로 유명한 이곳엔 지역특산물 오미자로 빚은 특별한 술이 있다. 빚었다면 보통 전통주인줄 알지만 와인이다. 오미자 와인, 그것도 스파클링 와인. 이름하여 오미로제다.
일반적으로 포도주만을 와인이라 하는 줄 알지만, 사실 라틴어로 술을 뜻하는 비눔(Vinum)에서 온 말이다. 과일이나 곡류로 빚은 술이면 와인으로 불러도 된다. 바로 얼마전 쌀로 빚은 국순당 백세주가 뉴욕와인품평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달고 쓰고 맵고 짜고 신, 다섯가지 맛을 낸대서 오미자(五味子). 이미자도 사미자도 넘어선 오미자라니. 얼마나 귀한 과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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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문경과 충주는 술 이야기로 이어진다. 탄금대 앞 리쿼리움.



이 오미자를 와인으로 바꾼 명인이 이곳 문경에 살고 있다. 마스터 블렌더 이종기 박사는 ‘술 박사’다. 서울대학교 농대를 졸업 후 곧장 주류업체인 오비씨그램에 입사해 우리가 알만한 위스키를 줄줄이 출시했다. ‘베리나인’, ‘섬씽스페셜’, ‘패스포트’부터 윈저와 골든블루까지 그의 손을 거쳤다. 주류인생 중 반에 넘는 40여년 가까이 술 양조에 바쳐온 장인이다. 글로벌 주류기업 디아지오 코리아 부사장 자리를 마지막으로 직장 생활을 접고 문경에 내려와 주흘산 아래에 와이너리 ‘오미나라’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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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오미나라. 지역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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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오미나라 셀러에서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의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해 거꾸로 보관중이다.



그가 5년 간 몰두해 빚은 와인은 세계 유일한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다. 빛깔이 곱고 향이 좋아 금세 호평을 받았다. 각종 정상회담 등 굵직한 자리에 만찬주로 올랐다. 양조업에서 잔뼈가 굵은 그였지만 스스로 ‘학생’신분이 되어 프랑스 샹파뉴로 건너가 돔페리뇽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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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증류 후 숙성 중인 술의 향기를 시음하고 있다.



이종기 장인이 오미자를 선택한 이유는 색과 향, 맛이 모두 좋기 때문이다. 여기다 몸에도 좋아 적격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염분이 많은 오미자는 스스로 방부 작용을 해 발효가 잘 되는 편은 아니다. 와인과는 효모도 다르고 발효시간도 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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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나라의 다양한 제품군(맞춤형).



워낙 의지가 확고하니 주변의 도움도 많았다고 말한다.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네이밍과 병 디자인을 지원받았다. 그러다보니 이젠 국내 유수 다이닝 레스토랑 등에서 적지만 꾸준히 주문이 오르고 있다고 했다.

독주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브랜디도 냈다. 오미자를 증류한 ‘고운달’(52도)과 사과를 증류한 ‘문경바람’(40·25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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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명사 이종기 박사가 양조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미나라에 오면 실제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원액을 뽑아내던 구리 증류기를 볼 수 있다. 위풍당당한 전통식 증류기를 그는 문 대신 ‘양조업’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세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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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박물관 리쿼리움에선 자신만의 술을 병입해 가져갈 수 있다. 지역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인근 충주시엔 세계술문화박물관 ‘리쿼리움’을 세웠다. 이곳까지 함께 둘러보면 명인의 삶은 물론, 문경의 청정 자연과 충주 탄금대의 아름다운 정취까지 함께 느끼고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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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달실마을 풍경. 지역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전통을 지키고 미래를 가꾼다
경북 봉화 닭실마을(달실마을)에는 젊은 종손 부부가 살고 있다. 동네사람끼리 함께 만드는 명품한과로 유명한 이 마을은 사실 안동권씨 집성촌으로 500여년 세월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풍수 상 배산임수에 금계포란형 명당으로, 택리지가 삼남사대길지로 꼽은 곳이다. 충재 권벌(1478~1548)이 터를 잡은 이래 전통과 가풍을 묵묵히 지켜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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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철(오른쪽), 권재정(왼쪽) 종가댁 종손부부. 지역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충재 선생이 지은 청암정은 입구에 있고 권용철·권재정 종가댁은 마을 가운데에 있다. 19대 종손인 권용철 씨 역시 한학을 공부했다. 권씨는 도시에 살다가 종손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귀향했다. 종손은 아직 선대의 삼년상이 끝나지 않아 종가 예법대로 상복같은 두루마기를 입고 있다. 부모를 여읜 죄인이라 거친 옷을 빨지도 못하고 입어야 한다.

누군가는 고리타분하다 할 수 있겠지만, 최근처럼 예(禮)가 귀한 세상에는 다시금 전통가치를 돌이켜보게 만드는 해갈우(解渴雨)와 같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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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암정에서 바라본 풍경. 지역명사와 함께 하는 문화여행.



달실마을은 풍수학의 설명처럼 아늑하고 포근하다. 연못 위 바위에 올라앉은 청암정, 자손을 가르쳤던 삼계서원(충재사당) 등이 있다.

이곳을 방문하면 권용철·권재정 종가댁과 함께 제례 체험, 다도, 민화 그리기 등 유림의 예절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직접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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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삼년상을 마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권용철 종손은 아직도 두루마리를 입고 생활한다.



닭실 주변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있다. 백두대간이 강원도 쯤인 것으로만 알지만 경북에도 그 당당한 지세가 내려온다. 춘양목 금강송으로 유명한 봉화 춘양에 백두대간수목원이 들어섰다. 문수산과 옥석산 일대에 자연스레 들어선 수목원은 고산식물, 향토식물 등 산림 생물자원을 보전하고 백두대간의 체계적 보호와 관리, 향토 식물 자원 산업화 기능을 맡았다.

현재 2002종(386만 본)의 식생을 품고 있다. 특히 수목원 지하에는 어떤 재해나 병충해에도 토산 식물종을 영구 보전할 수 있는 저장 시설(시드 볼트)가 숨어있다. 인류와 대한민국의 ‘타임캡슐’처럼 식물 종을 대대로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다.
수목원은 트램(10~15분 간격)을 타고 단풍식물원까지 오른 뒤, 만병초원부터 전망대, 암석원, 호랑이숲 순서로 내려오면서 관람하면 편하다.

가장 인기 관람포인트는 역시 백두대간의 상징, 호랑이다. 호랑이숲에 철책을 두르고 백두산 호랑이(공식 명칭은 시베리아 호랑이)를 방사해놓고 있다. 철책 내부 넓이만 약 4만8000㎡에 달하는 공간에 호랑이 3마리가 살고 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6분의 1에 달한다. 현재 수컷 한 마리는 격리시켜 놓았고, 운이 좋다면 우리(수컷)와 한청(암컷) 등 호랑이 한 쌍이 숲 속에서 살고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춘양에는 만산고택, 소백산 탐방로 등이 있어 다양한 주변 관광까지 연계할 수 있다.

자연과 풍광을 보는 여행이란 기후 등 조건에 따라 실패할 수 있지만, 그 지역에 살고있으며 자신의 삶을 채워가고 있는 인물은 변함없게 마련이다. 언제든지 가서 만난다면 당장 그의 삶을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다. 때론 명사(名士)가 ‘떠난다’는 동사(動詞)를 부추기는 모양이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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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에는 능이버섯이 유명하다. 문경새재 앞 능이불고기.



지역명사여행정보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아직 미흡한 신규 선정 지역명사에 대한 전문가 컨설팅, 다국어 홍보물 제작, 국내외 통합 홍보 등을 지원한다. 또 지난해에 이어 여행업계에서 더욱 발전된 고품격 지역명사여행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다.
신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2년 주기(기존은 1년 주기) 프로그램 진단 평가제를 도입, 자체경쟁을 통해 상품성을 높이는 등 지속가능한 고품격 상품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기타 지역명사 프로그램=당진의 ‘김금순, 평균 75세 할매들의 반란 인생’은 김금순 백석올미영농조합대표가 2008년 귀촌 후, 2010년에 조합을 만들어 평균연령 75세인 마을 할머니들과 함께 마을을 지역명소로 거듭나게 한 이야기를 담았다. 백석올미마을은 삽교호, 신평양조장, 기지시박물관, 솔뫼성지 등 다양한 관광지와 인접했으며, 매실한과 체험 등 30여 개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임실의 ‘김용택, 섬진강 시인 인문학 여행’은 1982년 ‘섬진강’으로 등단한 김용택 시인과 함께 고향 임실 집과 섬진강변에서 ‘자연이 말하는 것을 받아쓰는’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시인의 고향집 ‘강물이 흐르는 산 아래 작은 마을’은 인근 필봉농악전수관, 임실치즈마을, 전북 119안전체험관 등과 연계된다.
상주 ‘허호 비단직물장인, 행복한 실타래 금상첨화’는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비단(명주)을 짜는 현장을 평생 지켜온 장인의 행복한 실마리를 볼 수 있다. 곶감, 누에고치, 쌀 등 ‘삼백(三白)의 고장’ 상주는 전국 명주 생산비율의 99%를 차지한다. 인근 함창명주박물관, 누에고치체험학습관, 나비생태원, 옹기촌 등도 함께 체험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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