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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줌인]文대통령, 인도까지 가서 쌍용차 해고자 문제 언급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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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복직에 지친 노동자

뽑고 싶어도 여력 없는 쌍용차

그래도 가만 있을 수 없는 文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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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재웅 기자]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 중이던 10일 쌍용차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기 때문이다. ‘한국-인도 CEO 라운드테이블’ 행사장에서 마힌드라 회장에게 먼저 다가간 문 대통령은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 문제가 노사 간에 합의가 이뤄졌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관심을 가져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마힌드라 회장은 “현장에 있는 경영진이 문제를 잘 풀어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마힌드라의 회장의 말과는 달리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도 경기 평택에서 한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30번째 사망자였다.

◇2012년 대선부터 이어진 노동계와의 약속

인도 국빈 방문 일정에서 이례적인 문 대통령의 특별한 요청은 어쩌면 이들 쌍용차 해고자에게 큰 위로이자, 절실히 필요로 했던 한 마디였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어떤 연유로 인도까지 가서 직접 특정 기업의 노사 문제를 거론했을까.

문 대통령과 쌍용차 해고자들과의 인연은 지난 2012년 대선 때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해고자 가족들을 따로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며 “청문회를 통해 진실의 한 일단을 밝혔기 때문에 그것을 토대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 국정조사를 통해 못 해내면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우리가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인 2013년 3월에는 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던 쌍용차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직접 철탑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에도 쌍용차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순방 직전이던 지난 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양대 노총 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났다. 청와대는 당시 대화 내용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쌍용차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민주노총의 요구에 “인도 방문 일정이 있으니 쌍용차 상황에 대해서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문 대통령은 과거 대선 당시부터 최근까지 이어져 온 노동계와의 약속을 다시 한 번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이제는 마힌드라-쌍용차가 화답할 차례

그럼에도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30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은 10년이 다 되도록 진행 중이며, 해고자 복직 역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쌍용차 사태는 지난 2009년 회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2015년 12월 노사가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으나 사측이 단계적 복직을 주장해 119명의 해고자가 아직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복직의 과정도 해고자와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해고자 8명을 채용할 때 2배수인 16명에게 면접을 보게 하는 식이다. 같은 처지의 해고자들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복직을 눈앞에 기다리고 있었던 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또 다른 배경이라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쌍용차 복직 문제가 이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것 아니냐’는 일부의 물음에 문 대통령의 관심 어린 한 마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남겨준 것이자, 해고자와 가족들의 아픔과 상흔을 어느 정도 어루만져 준 셈이다.

이제는 마힌드라그룹과 쌍용차가 문 대통령의 당부에 응답할 차례다. 지난해 노조와 한 ‘2017년 상반기까지 전원 복직’ 합의를 지키지 못한 이후 몇 명이 또 목숨을 끊었다. 2015년 김승섭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쌍용차 해고자의 불면증 및 수면장애가 72.2%에 이를 정도로(복직자 49%, 일반 자동차 노동자 2%) 심각한 상황인 만큼 복직이 미뤄질수록 해고자들의 건강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찾아오고 있듯 쌍용차 노사도 10년의 고통과 아픔, 갈등을 풀어내는 전환의 계기를 만들기를 노동자들과 지역사회, 많은 국민이 함께 소망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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