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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극단 치닫는 온라인 증오 표현…"혐오는 더 큰 혐오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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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우월주의 '워마드', 성체·코란 불태운 사진 게시해 논란

여혐 사이트 '일베' 미러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혐오 확대

연합뉴스

성혐오 성갈등 여성혐오 남성혐오(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이효석 기자 = "천주교는 여자는 사제도 못 하게 하고 낙태죄 폐지 절대 안 된다고 한다. (성체는) 그냥 밀가루를 구워서 만든 떡이다."

지난 10일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는 성체(聖體)에 불로 태운 사진과 예수를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다.

가톨릭에서는 성체를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 여긴다. 성체 훼손은 곧 신앙의 대상을 모독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로 교회법상 매우 심각하게 다룬다.

워마드에는 또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을 불에 태운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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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에 올라온 '코란'을 불태운 듯한 사진



온라인상의 극단적인 혐오 표현의 문제는 워마드 때문에 이번에 새로 촉발된 것이 아니다.

멀게는 PC통신 시절부터, 가깝게는 디시인사이드·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나 메갈리아·워마드에 이르기까지 혐오 표현이 문제가 된 온라인 공간은 다수 존재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초창기부터 2010년대까지는 온라인상 발화 권력을 남성이 쥐고 있다보니 혐오 표현이 여성혐오 위주로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특히 여성혐오의 총집합 공간으로 분석되는 일베에서는 한국 여성 전체를 비하하는 단어인 '김치녀' 등 표현이 확대 재생산되고, 한국 여성은 3일에 한 번씩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의미인 '삼일한'이라는 혐오적 유행어가 생겨났다.

또 일베는 여성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 성인 여성이나 심지어 미성년자에 이르기까지 여성 사진을 올리면서 외모 품평을 하고 여성을 대상화했다. 일부는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여성혐오에 치우쳐 있던 온라인상 혐오 표현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로 이를 남성 혐오 표현으로 돌려주는 '미러링'까지 등장하면서 전체 크기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성우월주의 사이트를 표방하는 워마드에는 윤봉길 의사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이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듯한 합성 사진이 올라온 적도 있다.

온라인에서 횡행하던 혐오는 오프라인에까지 등장했다.

이달 7일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3차 규탄 시위'에서는 극단적인 '패륜' 구호가 등장했다.

특히 이날 참가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재기해"라고 외치면서 논란을 키웠다. '재기해'는 2013년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사망한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죽음을 조롱하는 말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오프라인으로까지 번지는 혐오 현상에 대해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유족 단식 시위장 앞에서 피자·햄버거를 먹으며 '폭식 시위'를 벌였던 일이 떠올라 혐오스럽다"며 우려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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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몰카 편파수사 규탄 시위'



이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아무런 여과 없이 혐오 발언과 행위가 난무하면서 건강하게 이뤄져야 할 성 평등 논의에 반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혐오를 혐오로 대응하는 것은 혐오의 총량만 키울 뿐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라며 "현재 여성과 남성 간 신뢰가 사라지고 갈등으로 치달아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워마드나 일베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이 발화를 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혐오표현 하나하나에 반응하자면 끝이 없다"며 "오히려 혐오 표현을 늘려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미러링으로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본질적인 이야기가 사라지고 혐오를 키울 수밖에 없다"면서 "특정 성이나 계층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동등한 권리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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