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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야? 걸레야?" 여름철 위생 관리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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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 제대로 소독·관리하는 사람 10명 중 1명에 불과해

사용자 절반, 세균 있는 행주 물로만 세척

행주 오염 우려하는 비율 85%지만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관리 어려워

젖은 행주 12시간 지나면 유해 세균 100만배
식중독, 수인성 질환 위험 높은 여름철 관리 필수

삶거나 가열하는 등 세척, 소독법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 단 5.4% 불과


올 여름은 평년보다 더위가 심하고, 국지적인 강수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기온과 습도가 함께 높아지는 때라 다른 어느 계절보다 위생 관리가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두루 쓰이는 행주가 제대로 관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세계일보

11일 리서치 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서울, 부산 등 17개 지역에 거주하는 20~50대 행주 사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행주를 가정에서 여러 용도로 사용하면서도 행주 관리 수칙에 맞춰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은 단 5.4%(27명)에 그쳤다.

응답자들이 꼽은 행주의 용도는 △식사 전후 식탁 닦는 용도(76.2%) △주방기구 청소(57.6%) △설거지 후 식기나 조리기구의 물기 훔치기(44.4%) △조리 시 손을 닦는 용도(31.8%) △음식 재료 피나 수분 제거(17.2%) △먼지 제거 등 청소(20.6%) 등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행주를 용도별로 구분해 사용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 꼴이었고(11%), 조리와 청소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주방에서 한 장의 행주만 사용하는 사람이 62.6%나 됐다.

오염된 행주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깨끗한 조리 도구나 주방 기구도 행주의 오염균에 노출될 수 있다. 오염된 행주 세균 중 약 5~10%가 도마, 칼 등 다른 도구에 교차 오염을 일으킨다.

최근 미국미생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를 보면, 한 달간 사용한 행주 100개를 분석했을 때 49개의 행주에서 심각한 식중독을 유발하는 대장균(36.7%), 장구균(30.6%) 등의 세균이 발견됐다. 행주를 다용도로 사용하거나 축축한 상태로 사용하면 유해 세균의 양이 더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행주 제대로 소독 안 하면 세균 그대로…올바르게 관리되는 경우 드물어

위생을 위해 사용하는 행주가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젖은 행주를 상온에 방치하면 6시간 뒤 유해 세균 증식을 시작해 12시간 후에는 그 수가 백만배 가량 늘어난다.

그럼에도 응답자 대부분(82.2%)이 행주를 젖은 채 사용하고, 10명 중 7명은 사용이나 세척 후 별도 건조 없이 습도가 높아 세균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될 수 있는 수도꼭지나 싱크대에서 행주를 보관했다.

세척과 소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평소 행주를 물로만 씻는다는 사람이 절반이나 됐다. 물로 헹구는 사용자의 다수가 물로 헹구면 깨끗해진다고 생각했으나, 실제 행주를 물로 3회 이상 헹궈도 대부분의 균이 남아 있어 물세척으로는 충분한 관리가 어렵다.

행주를 소독하거나 세척한다고 답한 사람 중에서도 행주의 세균 감염을 막을 수 있는 △하루 1회 이상, 끓는 물에 10분 이상 삶기 △물에 충분히 담구어 전자레인지로 8분 이상 소독 △세제(락스)에 30분 이상 담그기 등 보건산업진흥원 기준을 실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행주를 삶는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19.6%(98명)였으나 대부분은 장구균, 녹농균 등이 제거되기에 부족한 10분 이내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행주를 삶았다. 행주를 1일 1회 10분 이상 삶는 사람은 500명 중 7명이었고, 전자레인지에 8분 이상 소독하는 사람(1명)과 세제에 30분 정도 담그는 사람(19명)을 합쳐도 전체 응답자의 5.4%(27명)에 그쳤다.

◆주방 위생 걱정…가사 부담, 행주 등 위생 관리 어려워

행주 관리는 잘 이루어 지고 있지 않은 반면, 행주 위생 상태에 대한 걱정은 상당했다. 전체 응답자의 대부분(85.6%, 428명)이 행주의 위생을 의심해본 적이 있었다. 세균, 곰팡이에 대한 우려(50.7%, 217명)와 세균 번식이 쉬운 젖은 상태로 보관하는 것에도 걱정(32%, 137명)이 컸다. 10명 중 8명(77.8%, 333명)은 오염된 행주가 가족 건강을 위협할 것으로 생각했으며, 식중독이나 배탈 등을 우려하는 사람(65.2%, 217명)이 가장 많았다.

주방 위생에 대한 우려는 크지만, 가사 부담과 시간 부족 등으로 소독이나 청소 등을 직접 실천하는 것은 어려움을 느꼈다. 행주 관리를 대부분 주부가 맡고 있었으며(96.2%), 매일 소독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시간이 없고 번거로워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는 응답자가 절반(53.6%)이 넘었다. 빠는 것 외 관리법을 모른다는 응답자(11.6%)도 있었다. 얼룩이나 냄새, 보관 장소 등을 고민하는 비율도 높았다.

행주 외에 다른 주방 위생기구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행주와 마찬가지로 교차오염의 위험이 높은 칼이나 도마 등 주방 기구를 아예 관리하지 않는 사람이 3명 중 1명꼴(33.4%, 167명)이었다. 청소 외에 주방 기구 소독 등 별도 관리하는 사람은 15.8%(79명)에 불과했다. 특히 행주와 마찬가지로 젖은 상태로 여러 식기에 사용하여 세균 번식이 쉬운 수세미 역시 물로만 씻는 사람(79.2%, 396명)이 다수였다. 더러워지거나 냄새가 날 때 교체(21.8%, 109명)하거나 2~3개월 간격으로 드문드문 교체(41%, 205명)하는 등 주기적 위생 관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러번 사용한 행주에서는 식중독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많은 세균이 서식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실제 식중독의 약 25%는 조리기구에서 균이 옮겨져 2차 감염이 생겨 발생한다”며 “용도에 따라 행주를 분리해 사용하고, 물로는 여러번 헹궈도 세균이 사라지지 않아 하루에 한 번 끓는 물에 10분 이상 삶는 등의 살균 소독이 필수다. 여러 장의 행주를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면, 몇 번 빨아 사용하고 버릴 수 있는 행주 타올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교차오염 없이 위생적으로 행주를 관리하려면 △용도별(조리, 주방 청소, 식기용 등)로 행주를 분리해 사용하고 △하루 한 번 100℃에서 10분 이상 삶거나 물에 충분히 적시어 전자레인지에 8분 이상 가열, 락스(세제)에 30분 이상 담근 후 세척해 살균하며 △행주를 여러 번 사용할 때는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자주 씻고 소독하고 △사용한 행주는 젖은 채 두지 않고 반드시 건조하여 사용하며 △행주 세척과 소독이 어려우면, 다용도로 사용 후 삶지 않고 버릴 수 있는 빨아 쓰는 행주 타올을 사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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