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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의 '사랑을 했다'… 초등 교실서 금지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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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와 비슷해 따라 부르기 쉬워

조선일보

"'사랑을 했다'만 틀면 아이들이 '떼창'을 해서 초등학교 교실선 금지곡 됐어요."

"일곱 살 딸이 종일 '사랑을 했다'만 불러 지겨워 죽겠어요. 도대체 왜 이러죠?"

요즘 온라인 맘 카페에는 엄마들의 이런 하소연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사랑을 했다'는 7인조 보이그룹 '아이콘'이 지난 1월 발표한 2집 '리턴(Return)'의 타이틀 곡. 경쾌한 피아노 리프(riff·반복 악절)와 이별 후 쓸쓸한 마음을 담은 노래다. 발표 후 43일간 음원 사이트 실시간 1위에 올랐고,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1억 회를 넘는 등 올 상반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최근 이 곡이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면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직접 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온라인에 쏟아지고 있다. 아이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초등학생들이 교실·강당·버스 안 등에서 '사랑을 했다'를 합창하는 영상을 올리며 'What's going on(이게 무슨 일이지)?"이라고 쓰기도 했다.

아이들이 유독 이 노래를 쉽게 따라 부르는 것은 다른 아이돌 곡에 비해 박자가 느리고 가사도 쉬운 편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초등학생 임모(10)군은 "다른 아이돌 노래는 너무 빠르고 영어 가사가 많아 따라 부르기 어려운데, 이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가 귀에 잘 들어온다"고 했다. 30여 년간 MBC 유아 프로그램 '뽀뽀뽀' 음악감독을 지낸 이민숙 '노래 친구들 랄랄라' 대표는 "랩 부분을 제외하면 일반 동요와 빠르기가 비슷하고 음계도 단순한 편이다. 어려운 가사가 적고 멜로디가 반복적이라 가사를 바꿔 놀이하듯 부르기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아이들은 이 곡의 후렴구인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지우지 못할 추억이 됐다'를 '늦잠을 잤다' '배달이 왔다' 같은 익살스러운 가사로 바꿔 부르며 놀잇감처럼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아이들이 너무 일찍 연령대에 맞지 않는 가사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이 노래 역시 '갈비뼈가 찌릿찌릿한 느낌' '미친 듯이 사랑했고' 등 일부 가사가 어린아이들이 부르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완정 인하대 교수(아동심리학)는 "TV나 유튜브 등 대중매체에 둘러싸인 환경과 어른을 모방하고 싶어하는 아이의 심리가 맞물려 어른들의 유행이 아이들에게도 확산되기 쉬워졌다. 적절치 않은 가사는 내용을 바꿔 부르게 하는 등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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