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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투자와 일자리 늘려 달라”는 대통령의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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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전자 현지 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났다. 청와대는 집행유예 중인 상태에서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는 이 부회장과 대통령의 만남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현 정부와 대기업, 특히 삼성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문 대통령의 행보는 적지 않은 의미를 띨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5분간 별도 접견을 하면서 이 부회장에게 “한국에서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도 더 많이 만들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경제 활성화와 고용 증대는 정부의 중요한 국정 목표다. 대통령이 재계 서열 1위 기업에 동참을 주문한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 관심거리가 되는 이유는 그동안의 정부 정책 기조가 ‘반(反)대기업’이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지금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로 단축, 최저임금 인상 같은 친(親)노동 정책에 큰 압박을 느끼고 있다. 기업 투자와 활동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오히려 공정위나 금감원 등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일감 몰아주기 방지를 내걸고 금융·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몇몇 기업인의 일탈 행위를 계기로 검찰·경찰과 국세청 등의 대기업 수사와 조사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느 대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현재 경제 상황은 심상치 않다. 세계 무역전쟁의 공포감이 엄습한 가운데 우리 경제 버팀목인 수출 전선엔 먹구름이 끼었다.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가라앉고 있다. 혁신성장이 돌파구로 거론되지만 규제의 벽은 여전히 높다. 기업을 성장의 동반자로 보는 정책 전환이 없으면 대기업이 제 역할을 해 달라는 대통령의 당부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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