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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윤석헌 금감원장 호랑이 본색 드러나자 은행권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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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변휘 기자, 한은정 기자] [대출금리 조사 확대, 키코 재조사,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등 수용 어려운 과제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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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 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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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9일 금융감독혁신 방안을 발표하자 은행권은 또 다시 ‘외풍’에 크게 흔들리는 게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윤 원장은 금융권에 ‘전쟁’을 선포했지만 금감원과 ‘전쟁’할 힘을 가진 금융회사는 없다. 금융권은 금감원의 행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윤 원장이 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5대 부문의 17개 금융감독혁신 과제 중 은행권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일례로 대출금리 부당 부과 여부에 대한 검사를 전 은행권으로 확대한다는 방침만 해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기존 검사 결과에 대해서도 BNK경남은행,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은 대출금리 부당 부과를 사과하고 이자 환급을 약속했지만 일부 은행은 금감원 지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규정보다 높은 금리가 적용된 대출뿐만 아니라 낮은 금리가 적용된 대출도 있어 고의가 아닌 단순 실수가 분명한데도 은행권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 붙이는 검사 방식도 문제지만 일부 은행은 기업고객과 합의한 금리를 적용했음에도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부과했다고 지적받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의 추가적인 조사는 은행들이 잘못을 시인하라는 압박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 의혹으로 은행권이 한동안 몸살을 앓았는데 대출금리 부당 부과 의혹으로 은행권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키코(KIKO) 재조사와 노동이사제 도입 추진도 은행권을 뒤흔들만한 내용이다. 키코 사태는 금융당국의 제재는 물론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이다. 금감원이 재조사해 은행에 보상하라고 해도 은행들은 소송 등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같은 사건에 대해 어떤 건은 잘못이 없다며 소송으로 대응했는데 다른 건은 잘못했다고 보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원장이 사회적 의견 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근로자추천이사제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도입을 주장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논의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미 사측은 경영권 간섭이라며 도입을 반대했다. 금감원이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근로자추천이사제 관련 내용을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회사가 근로자추천이사제를 자율적으로 도입하기는 어렵다. 지난해와 올초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근로자추천이사제가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주주들이 거부한 것처럼 이사회 구성은 주주들의 권리다.

금감원이 마련하겠다는 ‘은행 지점 폐쇄절차 등에 대한 모범규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씨티은행이 지난해 대규모 점포 폐쇄를 결정하자 금융위원회는 점포 폐쇄일로부터 2개월전에 고객에게 사전 통보하도록 하는 행정지도 공문을 발송했다. 당시 행정지도는 6개월 한시적으로 운영됐는데 이를 모범규준으로 만드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게 은행권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 폐쇄 등은 경영상 결정인데 은행 마음대로 하지 말라는 얘기 아닌가”라며 “디지털화 등 기술 발전 추세에도 맞지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이날 밝힌 금융회사 해외 진출에 대한 감독·검사 강화는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을 돕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데 도와주진 못할망정 감독·검사 등을 강화하겠다며 훼방은 놓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이후 각 업권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은행장과 간담회는 오는 23일로 예정돼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윤 원장이 던져준 과제에 대해 흔쾌히 ‘예’라고 답할 게 없다”며 “금감원장과 은행장간 간담회가 냉랭한 기류로 흐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tootsie@, 변휘 기자 hynews@, 한은정 기자 roseha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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