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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獨 명문악단 21세 수석 김유빈 "너무 어려서 입단 못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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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종신 수석…오는 21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연합뉴스

주목받는 플루티스트 김유빈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플루트 수석 자리를 뽑는 최종 오디션을 세 번이나 봤어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첫 번째, 두 번째 오디션에서는 '너무 어리다'는 우려들이 있었대요."

독일 명문악단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으로 활약 중인 김유빈은 1997년생이다. 만 나이로 21세.

그가 이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선임된 건 19세이던 2016년 12월이다. 유럽 오케스트라 수석 자리에 10대 신진 연주자의 선임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는 베를린 필하모닉,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더불어 이 도시를 대표하는 악단으로 꼽히는 명문 오케스트라. 1952년 창단된 이 오케스트라는 냉전 시절부터 짙고 묵직한 '동독 사운드'를 지켜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9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5명으로 구성되는 플루트 파트에는 50세 단원도 있는데 딱 저희 엄마 나이"라며 "오디션 과정에서 10대 수석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1차, 2차 오디션에서도 합격자를 내지 못한 오케스트라는 실제 공연에 최종 후보 3명을 차례로 세워보는 형식의 3차 오디션을 진행했고 결국 김유빈이 선택됐다. 악단 전체의 '최연소 단원'이란 타이틀도 그의 것이다.

약 10개월간의 짧은 수습 기간 이후 진행된 단원 투표를 통해 작년 10월 종신 수석 지위까지 부여받았다.

"독일 악단치고 젊고 유연한 부분들이 많아요. 악장 세 명 중 한 명이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누나죠. 50~60대 단원들도 많지만 20~30대 단원들로의 세대교체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요. 수석으로 활동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바쁘고 즐거워요."

연합뉴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플루트 수석 김유빈



그는 동료 연주자들조차 인정하는 '재능형' 연주자로 유명하다.

19세에 합격 통지서를 받아든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의 오디션이 생애 첫 오디션이었고, 2014년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2014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 콩쿠르 대회는 생애 첫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었다. 당시 콩쿠르는 플루트 부문으로는 13년 만에 열린 대회라 쟁쟁한 경쟁자들이 대거 출전했다.

"성격이 많이 낙천적인 편이에요. 콩쿠르 때도 오케스트라랑 처음으로 전곡을 연주해본다는 설렘이 더 컸었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재능을 발산하는 어린 연주자들은 대개 오케스트라보다는 솔리스트 쪽에 눈길을 주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의 음악적 토양은 '베를린'이 아닌 '파리'다. 프랑스 리옹 고등국립음악원을 거쳐 파리 고등국립음악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플루티스트가 솔로로만 활동하긴 어려워요. 플루트를 위해 쓰인 레퍼토리 자체도 적고요. 세계에서 솔리스트 활동이 제일 활발한 에마누엘 파후드도 베를린 필하모닉 소속이잖아요. 오케스트라에 관심이 생기면서 프랑스보다는 독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프랑스 오케스트라가 연한 색이라면 독일은 짙은 색을 내요. 둥글고 거대한 사운드도 제 취향에 잘 맞아요."

오는 21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그의 독주회에서도 그가 유학생활을 한 프랑스와 현재 연주자로 활동 중인 독일 레퍼토리를 절반씩 섞었다.

1부에서는 포레, 고베르, 비도르 등 프랑스 작곡가 작품을, 2부에서는 라이케네와 힌데미트 등 독일 작품을 골랐다.

"모두 1900년 전후에 작곡된 곡들로, 악기 발전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될 것 같아요. 그 당시 악기 재질에 목재에서 금속으로 바뀌며 플루트 레퍼토리가 굉장히 확장됐거든요. 특히 라이케네가 쓴 '운디네(물의 요정)'란 작품은 거의 유일한 플루트 낭만 곡이라 제가 아끼는 곡이에요. 사랑에 빠지고 배신을 당하고 오열하는 등의 이야기가 플루트로 다 펼쳐져요."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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