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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Startup’s Story #422] “회사 정수 담긴 학교 설립이 목표”,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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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90%의 초·중·고등학교, 총 15만 학급에서 사용되고 있는 모바일 서비스가 있다. 바로 ‘우리 반 SNS’ 또는 ‘모바일 알림장’으로 불리는 교육 소셜 플랫폼 클래스팅이다. 클래스팅은 2017년 11월에는 미국 에듀케이션 테크놀로지 인사이트(Education Technology Insights)지가 선정한 10대 에듀테크 기업 순위에도 한국 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에듀테크 일본과 대만을 비롯한 25개 국가에도 이미 진출했다.

이처럼 2012년 등장한 클래스팅은 교실 안 선생님과 학생들의 일상에 스며들며 탄탄하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클래스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단순히 학급 운영에 도움을 주는 도구의 역할을 넘어, IT 기술을 전면적으로 활용하는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것이 조현구 대표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적은 ‘공교육 혁신’이다. 최종 목표는 ‘클래스팅 학교’를 세우는 것이라는 조현구 대표를 만나봤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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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구 클래스팅 대표/사진=플래텀DB



실제 교사가 본인의 학급을 위한 앱을 만들었고, 그게 지금 전국 90%의 교실에서 활용되고 있다. 여러모로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컴퓨터 교육을 전공했는데, 실제 현장에 와보니 그때 배웠던 기술들이 학교에서는 전혀 쓰이고 있질 않더라. 1년 간 담임을 맡으며 느꼈던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처음엔 여러 서비스를 탐색해봤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을 이해하고 만든 서비스는 없었다. 결국 온라인을 통해 IT를 교육에 접목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을 만나게 됐고, 선생님, 학생, 학부모를 담는 디지털 그릇을 직접 만들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교육 현장에 특화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게 첫 목표였다.

교사 생활 중에 앱을 만든 건가.

그렇다. 처음엔 회사 세울 생각이 없었다. 그저 우리 반에서 쓸 앱을 만들었는데, 선생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거다. 사용자가 늘면서 서버비 감당이 안 되더라. 결국 구글과 정부가 함께 개최한 창업 경진 대회를 나갔는데, 그때 상금으로 3천만 원을 탔다. 그걸로 서버비를 버티다가 결국엔 회사를 차리게 됐다. 경영에 대해서는 전혀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2~3주간 서비스 만들고, 배포하고, 받은 피드백으로 다시 만들고 하면서 성장해왔다. 자연스레 ‘서비스 잘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우리의 기업 문화가 됐다.

MBA 와튼스쿨의 스튜어스 다이아몬드 교수가 집필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의 추천사를 썼더라. 사업도 결국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설득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설득할 대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했다. 클래스팅의 목표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공교육을 개선하는 것이다. 병원이 바뀌려면 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바뀌어야 한다. 학교가 바뀌려면? 당연히 교사가 변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변해도, 교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교육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를 우리 서비스로 데리고 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첫 고객 집단은 어떻게 유치했나.

사실 처음엔 내가 쓰려고 만든 거니까, 별다른 마케팅 전략도 없었다. 내가 이런 걸 만들었다고 SNS에 올린 게 다였다. 그런데 몇몇 얼리어답터 선생님들이 호기심을 갖고 직접 사용해봤고, 선생님이 만들었기 때문에 구현해낼 수 있는 디테일한 기능들에 감동을 했다. 옆 반에 50대 부장 선생님이 계셨는데, 일부러 아무 것도 안 가르쳐 드리고 앱을 사용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 분이 어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체크해두고 개선하기도 했다. 나중에 그분이 질문 없이도 서비스를 잘 사용하실 수 있으실 즈음 서비스를 오픈했다.

서비스가 성장 궤도에 오를 때까지 어느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나.

대기업이 교육 서비스를 만들면 2년 만에 접는다. 돈이 안 되니까. 교육 시장은 변화가 단번에 일어나는 곳이 아니다. 기술을 교육 현장에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보수적인 선생님들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다고 봤다. 투자자를 설득할 때도, 우리가 게임 분야처럼 급성장 할 순 없다고 말한다. 천천히 올라가지만, 한 번 궤도에 오르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함께해야 할 투자자를 걸러낼 수 있더라. 투자 기업의 동기를 파악하는 것도 설득의 과정에서는 중요하다.

투자사들의 동기도 제각기 다른가?

해당 투자사의 동기가 빠른 보상을 원하는 것이라면, 우리와 같이 비교적 시간이 걸리는 비즈니스와는 맞지 않다. 우리는 어느 정도 자금 여유가 있고, 장기적 호흡으로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기업을 찾고 있는 투자사와 맞는 기업이었다. 그들에겐 공교육 혁신에 대한 우리의 비전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 졌다. 아무도 해결한 적이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의 동기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가도 투자 관계에서 중요한 문제다.

현재 클래스팅 앱은 무료로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교육 소셜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이 플랫폼 내에서 교육과 관련한 모든 지출이 이루어지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비즈니스적 목표다. 따라서 수익은 교육과 관련한 광고, 상품 판매 등의 중개 수수료를 기반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현재 사교육 시장은 ‘이걸 안 시키면 우리 아이가 뒤처질 거야’라는 막연한 공포감을 자극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합리적으로 자녀 교육에 관련한 지출을 하고자 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데이터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우리 플랫폼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손익분기점은 넘긴 상태다.

공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시작한 비즈니스가, 결국 사교육 중개 수수료로 돈을 번다는 것이 다소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공교육을 바꾸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지만, 우리는 공교육과 사교육을 모두 담는 플랫폼이다. 우리나라는 공교육을 무료 혹은 저렴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공교육 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 현실을 무시할 순 없다. 다만 사교육 지출을 하더라도 학부모들이 더욱 합리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거기서 낸 수익을 통해 공교육을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방향성이다.

공교육을 혁신한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

지금의 공교육이라는 형태가 만들어진 것은 19세기 산업혁명 시대다. 당시는 기업이 노동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국가가 자신의 이념을 주입할 수 있는 교육을 했다. 이것이 현재의 공교육의 태생적인 한계다. 그러나 이제는 지식량이 아니라 역량이 뛰어난 인재가 필요한 시대다. 그걸 알면서도 교육이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선생님 입장에서 이 주입식 교육 방법이 편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선생님이 다르게 교육을 한다고 해도, 평가 방식이 여전히 입시 위주로 편성되어 있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 교사와 평가 시스템이 모두 변해야 공교육이 바뀐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이 가진 지식의 양과 동시에 경험의 양을 동시에 평가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클래스팅은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들을 담고, 이를 수치화 시켜 대학 입시 때도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시장의 서비스가 공교육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그렇다. 이건 정부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위에서부터 강압적으로 시작된 변화는 결국 대립을 낳고 오래 못 간다. 교육도 역시 바텀업 방식으로 선생님으로부터 변혁이 시작되어야 한다. 그 과정을 우리가 돕고 있다고 본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클래스팅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클래스팅이 담고 있는 데이터 유형은 소셜 데이터, 학습 데이터 두 가지다. 학생들이 하는 다양한 활동을 기록하라고 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오지만, 사실상 200명이 넘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과 선생님 입장에서는 그 모든 것을 기억하기 어렵다. 클래스팅을 활용하면, 그러한 활동들이 앱 내에 축적되고 선생님들에게 정제된 데이터가 리포트 형식으로 나가게 된다. 이를 통해 선생님들도 점차 지식 전달이 목적이 아닌, 활동 위주의 수업을 하게 된다. 최근에는 선생님이 클래스팅을 사용하지 않으면, 학부모로부터 항의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교대 혹은 사대에서 졸업 전 클래스팅 사용법을 배워서 나가기도 하고, 1급 정교사 연수 때도 커리큘럼에 포함돼 있다.

마지막으로 클래스팅의 중장기 목표에 대해 말씀해달라.

클래스팅이라는 회사를 세우기 전, 우리의 프로젝트 이름이 바로 ‘From cradle to grave(무덤에서 요람까지)’였다. 클래스팅은 한 사람의 교육과 관련된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여기에 분산 처리 기술, 마이닝,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접목해 학생들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도와주는 비서 역할을 하는 서비스로 진화해 나가고 싶다. 이 데이터는 학교에서뿐 아니라 대학 입시, 졸업 후 진로, 직장을 선택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클래스팅의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개념의 학교를 세우고 싶다. 기술을 통해 지식 습득 시간을 단축해주고, 남는 시간을 역량을 키우는데 투자할 수 있게 하는 학교다. 채용도 하고 있다. 미래의 내 자녀의 교육 환경을 바꾸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부지런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 지켜봐 달라.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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