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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IF] 벌들의 외침 "농촌보다 도시가 살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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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 꽃들이 피어 있고 꽃가루를 뒤집어쓴 벌들이 하늘을 날아다닌다. 어느 한가한 농촌의 여름 풍경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에서는 도로에 자동차가 꽉 찬 도시의 풍경일 가능성이 크다. 벌들이 농촌보다 도시에서 더 잘 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엘루이스 리드비터 영국 홀로웨이대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7일 국제 학술지 '왕립학회연보B'에 "도시에 사는 뒤영벌이 농촌보다 군집당 개체 수가 3배나 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뒤영벌은 꿀벌의 사촌으로 농촌에서 꽃가루받이용으로 애용하는 곤충이다.

조선비즈

꽃을 찾은 뒤영벌. 벌은 농촌보다 도시에서 더 번식을 잘하고 꽃가루받이도 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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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뒤영벌이 도시와 교외, 농촌 중 어느 곳에서 더 잘 사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 공원에서 여왕벌들을 잡아 런던과 그 주변의 교외 지역. 잉글랜드 남동부의 농촌 지역 등 38곳에 분산 배치했다. 농촌이 5곳, 교외 지역이 16곳, 도시가 17곳이었다. 10주간 관찰 결과 도시와 교외 지역이 농촌보다 번식이 가능한 벌들의 수가 월등히 많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는 군집이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여왕벌은 벌들이 늘어나 벌집이 좁아지면 분가(分家)를 준비한다. 이때부터 번식이 가능한 암컷과 수컷들을 낳는다. 기존의 일벌도 암컷이지만 번식을 하지 못한다. 물론 일벌의 수도 도시가 농촌보다 훨씬 많았다. 벌집에 저장된 꿀벌과 꽃가루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벌집에서 다른 종의 벌이 발견되는 경우는 농촌이 도시보다 많았다. 뒤영벌은 먹이가 부족하면 마치 뻐꾸기처럼 다른 종의 벌집에 알을 낳는다. 즉 벌에게는 농촌이 도시보다 살기 힘들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오늘날 대량생산 방식의 농촌은 벌에게 먹이가 부족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농촌은 논과 밭에서 몇 가지의 농작물만 대량 재배한다. 그러다 보니 특정 농작물의 꽃이 지고 나면 벌들이 먹이를 구할 꽃이 부족하다. 이에 비해 도시는 공원이나 주택가 화단에서 늘 다양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이다. 농촌에 흔한 농약도 벌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앞서 독일 마틴 루터대 연구진도 뒤영벌의 꽃가루받이 횟수가 농촌보다 도시에서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제인 메멋 교수는 "도시에서 화단이나 화분을 가꾸는 것도 갈수록 개체 수가 줄어드는 벌들을 보전하는 한 방법임을 입증한 연구"라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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