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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마케팅人사이트] 오픈서베이 마케팅 팀장이 알려주는 ‘B2B 마케팅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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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서베이(구 아이디인큐)는 국내 모바일 리서치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2011년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SKT, 유한킴벌리 등과 같은 1,200여 곳의 기업들과 함께 연간 1,60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7년 간 이들은 어떠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기업 고객을 늘려올 수 있었을까. 7년차 서혜은 마케팅팀장에게 그 노하우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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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서베이 서혜은 마케팅팀장 (이미지 제공=오픈서베이)



■ 첫 만남에 결혼할 수 없듯, B2B 마케팅에도 단계가 있다
– 핵심 고객 파악 > 리드 수집 > 온라인 마케팅 > 대면 영업


7년간 오픈서베이에서 마케팅 업무를 해왔다.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 뉴스레터 수신자가 1만7천 명이다. B2C 기업 기준으로 봤을 땐,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B2B 비즈니스, 그것도 마케터와 기획자 등을 핵심으로 한 데이터를 1만7천 개 이상 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도 그 데이터베이스가 잘 관리되고 있고, 매월 두 번 발간하고 있는 트렌드 리포트가 업계 내 관계자에게 많이 공유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주변에 B2B 기업의 마케터로 일하면서 막막하다는 지인들이 꽤 있다. 어제 입사한 신입 B2B 마케터가 있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나.

회사마다, 산업 분야마다 다를 것이다. 마케팅에서 신규 고객사를 찾는 것을 리드 발굴이라고 하는데, 그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다만 절대 원칙이 있다면, 최우선으로 누가 우리 기업의 고객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B2B 고객은 당연히 기업인데, 이 기업 내에서도 핵심 의사 결정자를 설득하기 위한 마케팅과 영업 활동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니티라는 게임 개발 도구 기업에서는 개발자가 핵심 타깃이다. 개발 총 책임자가 그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니티의 경우 개발자를 위한 컨퍼런스도 자주 열고, 개발 커뮤니티를 열심히 관리한다. 회계 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라면, 회계 부서의 팀장들이 솔깃할 만한 마케팅을 해야 한다. 이 경우 회계 업무에 도움이 되는 백서 등을 제작해 배포하면 좋다. 서비스 소개가 살짝 얹어진 일종의 트렌드 보고서 같은 것이다. 팁을 하나 주자면, 이미 같은 분야에 있는 해외 기업들은 이러한 마케팅 컨텐츠들을 열심히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그들의 자료를 참고로 자사 사정에 맞게 적용해보면 좋을 것이다.

핵심 타깃을 파악한 뒤에는,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일반화할 순 없지만, 잠재 고객이 모여있는 오프라인 컨퍼런스를 찾아다니는 것이 한 방법이다. 오픈서베이의 경우 마케터와 전략 기획자가 핵심 타깃층이다. 이들이 참여하는 컨퍼런스에 다니면서 후원을 통해 참석자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발굴한 리드들로 해볼 수 있는 것이 이메일 마케팅이다.

당장 후원 자금이 부족한 극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적용해보기 어려운 방법 아닌가.

그렇긴 하다. 하지만 당시는 7년 전이고,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충분히 잠재 고객들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SNS 채널을 활용할 수도 있고, 콘텐츠를 제공하며 정보를 모을 수도 잇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 내에서 관련 산업 분야에 대한 자체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해 무료로 배포하면, 이를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보를 기재하는 잠재 고객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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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리포트 다운로드를 통한 리드 수집 자동화 과정 (자료 제공 = 오픈서베이)



많은 기업이 뉴스레터 등의 이메일 마케팅을 한다. 하지만 그 효율성이나 이를 통한 구매 전환율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많다.

B2B 분야에서는 생각보다 효율이 좋은 편이다. 물론 잘 보내야 한다. 우리도 초기에 뉴스레터 AB 테스트를 해보면서, 가장 효율이 좋은 형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메일 마케팅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마케팅 성과가 한방에 나오기를 기대하기 때문인 것 같다. 첫 만남에 ‘결혼합시다’라고 말하면 당연히 거절당하지 않겠는가. 비유하자면 이메일 마케팅은 소개팅 첫 만남 같은 것이다. 이메일 채널을 통해 잠재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주고, 알리고 싶은 정보를 사이사이에 끼워 넣으면서 관계를 쌓아나가는 거다.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하고 싶은 이야기’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메일 마케팅이 고객과의 첫 만남이라면, 그다음 진도는 어떻게 되나.

B2B 계약은 금액이 이백만 원이 넘으면 얼굴을 안 보고서는 체결되기가 어렵다. 따라서 영업팀과 고객이 대면할 기회를 만들 궁리를 한다. 바로 미팅을 잡을 수도 있지만, 세미나와 같은 기획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관계와 신뢰가 형성된다. 또 특정 시즌에는 늘 보내던 뉴스레터에 한 층을 더 쌓아, 시의성 있는 리포트를 같이 보내기도 한다.

고객사 한 곳을 유치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품이 드는 셈이다.

B2B 마케팅과 영업의 특성이긴 한데, 대신 한 고객사에서 나올 수 있는 매출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영업팀과 마케팅팀 간 협업이 아주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다른 회사에서는 영업과 마케팅팀 간 갈등도 많다고 한다. 마케팅팀에서는 충분히 기회가 될만한 리드라고 생각해서 넘겨줬는데, 영업팀에선 미지근한 반응이거나, ‘우리한테 넘기기만 하면 어쩌라고?’하는 식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 회사는 규모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고, 공통의 목표에 대한 합의가 잘 되어 있어 협업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말이다.

예를 들면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나.

작년에 마케팅팀에서 오픈서베이의 리서치 컨설턴트가 직접 기업을 방문해 데이터 강연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적이 있다. 총 15개사가 신청을 했다. 분명 많은 고객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했지만, 한 달에 15번 강연을 해야 하는 영업팀에서는 정말 힘들었을 거다. 나중엔 너무 미안해서 말도 잘 못 걸겠더라. 나도 책에서 읽은 마케팅 전략을 다 시도해보고 싶은 욕심이 커서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경험해본 결과, B2B 마케팅에서 이것만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있었나.

사전 작업을 하나도 하지 않는 리드를 생(?)으로 영업팀에게 넘기면서 연락해보라고 하는거다. 좋은 세일즈맨은 기업의 정말 귀한 자원이다. 이들이 정말 가능성이 있는 잠재 고객에게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서 매출을 만들도록 도와줘야지, 가능성 없는 리드에 애쓰게 만들면 안 된다.

그럼 영업팀에 넘겨주기 전에, 마케팅팀이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작업은 무엇인가.

이메일 마케팅 등을 통한 꾸준한 관계 형성을 통해, 거래가 성사 가능성이 높은 미팅 제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고객 측에서도 충분히 우리 영업팀을 만나고 싶은 의향이 있을 때, 영업팀에 미팅 기회를 넘기는 것이다.

B2B 기업의 마케팅팀은 무엇을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하는 게 좋을까?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팀은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 가치로 둔다. 마케팅팀은 돈을 쓰는 부서지, 버는 부서는 아니다. 하지만 돈을 벌러 나간 영업팀을 잘 지원해야 한다. 골 넣는 사람을 위해 좋은 패스를 해주는 역할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매달 두 개의 트렌드 리포트를 발간한다. 영업 담당자가 현장에 나갔을 때 ‘트렌드 리포트 잘 보고 있다’는 피드백을 자주 듣는다고 한다.

■ 소비자 설문 조사는 중학교 2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계해야

조금 더 오픈서베이 서비스와 관련 있는 이야기를 해보자. 많은 스타트업이 소비자 조사를 하고싶어 하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도움이 될만한 팁이 있을까?

대기업의 경우 내부 리서치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고, 마케팅 예산이 편성되어 있으니 우리와 같은 전문 기업과 함께 일하면 된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경우 말씀하신 것처럼, 비용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직접 조사를 설계해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생각보다 인터넷에는 공개된 데이터가 많다. 통계청, 닐슨 데이터센터, 오픈서베이 트렌드 리포트 등의 채널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획득할 수도 있다. 무료 설문 조사 도구로는 구글서베이, 네이버폼, 서베이몽키, 오픈서베이디와이아이, 타입폼 등을 활용해볼 수 있다.

설문 조사 질문을 만드는 데에는 상당히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할 것 같다. 유의해야 할 점이 있나.

설문지를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세미나 때마다 응답자가 중학교 2학년 수준의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고 질문을 만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계획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걸 간과한 질문이다. 또 응답자는 작성자만큼 그 이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갑자기 ‘오픈서베이가 어떤 마케팅을 했으면 좋겠나요?’라고 묻는다면, 응답자에는 그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성의 없는 답변을 하게 된다. 오픈서베이에서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설계에 대한 기초 교육을 스터디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 조사를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스타트업 8개사를 대상으로 현재 스터디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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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설계 셀프 체크리스트 (자료 제공 = 오픈서베이)



스터디에서는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나.

오픈서베이를 굳이 사용하지 않고도 시도해볼 수 있는 소비자 조사 방법과 동시에 3백만 원 가량의 오픈서베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7월에 새 시즌이 시작된다.

이제 막 B2B 마케팅 업계에 입문한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도망가~! … 농담이다. B2B 마케팅은 B2C 분야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우리 고객사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장점이다. 예전엔 우리 고객사의 제품만 사용하고 그랬다. 또 B2C보다는 수익 구조가 안정적인 편이라는 것도 좋은 점이다. B2B 비즈니스는 기업의 현 상황과 결정권자의 의사, 실질적 예산 등 모든 조건이 다 맞아 떨어져야 체결된다. 즉 온 우주가 도와줘야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 보람과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지난 5월 ‘아이디인큐’에서 ‘오픈서베이’로 사명을 바꿨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오픈서베이는 7년 전 소비자 설문 조사를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게 돕는 퀵 서베이 기업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맡으며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으로 성장했다. 앞으로는 소비자 데이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들을 위한 다양한 모임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또 오픈서베이에서 함께 일할 훌륭한 개발자와 어카운트 매니저를 기다리고 있다. 오픈서베이는 7년 동안 성장해온 탄탄하고 안정적인 회사이고, 그러면서 동시에 스타트업의 장점인 자율성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함께 시장을 선도해나가고 싶은 분들의 많은 지원 부탁드린다.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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