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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월드컵] 공존하는 위험부담…장현수 놓고 시름 깊을 신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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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축구대표팀 장현수가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전반 26분 핸드볼 반칙으로 PK 실점을 허용한 뒤 얼굴을 감싸고 있다. 2018.6.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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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뉴스1) 임성일 기자 =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축구대표팀이 수비라인의 축으로 삼은 선수는 분명 장현수다. 수비라인의 전술적 형태나 인적 구성 모두 장현수를 중심에 두고 고민했다. 어떤 선수들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했고 캡틴 기성용에 이어 부주장을 맡겼을 정도로 두둑한 신뢰를 보냈다.

그런데 그 중심이 비틀거리고 있다. 그래서 딜레마다. 축을 빼고 가자니 기존의 호흡이 걱정되고 그대로 진행하자니 다시 축이 흔들릴까 우려스럽다. 어떤 선택을 내리든 위험부담은 있다. 사실상의 대회 최종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의 머리가 아프다.

축구대표팀이 오는 27일 오후 5시(이하 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는 밤 11시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지난 대회 챔피언인 독일을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을 치른다. 2패 중인 한국은 물론이고 1승1패인 독일도 사활을 걸어야할 경기다.

1차전에서 멕시코에게 0-1로 덜미를 잡히면서 '지난 대회 챔피언 징크스'에 발목 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던 독일은 스웨덴과의 2차전에서 종료 직전 크로스의 기막힌 프리킥 골로 2-1 역전승을 거두고 한숨을 돌렸다. 또 혼쭐이 나기는 했으나 어쨌든 쓰러지진 않았고 외려 이런 배경이 팀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은 훨씬 더 긴장하고 집중해야한다.

독일 덕분에 한국도 16강 가능성이 살아났다. 그러나 지금 대표팀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인식'이다.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은 외부의 몫이고 선수들은 최종전에 집중해야한다. 상대는 최강 독일이다. 자칫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3전 전패라는 수모를 당할 수 있고, 기대와 달리 큰 패배를 당하면 지금까지의 비난과는 수위가 다른 후폭풍이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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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를 사흘 앞둔 24일 오후(현지시간) 베이스캠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쌀쌀한 날씨 탓에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생각에 잠겨 있다. 2018.6.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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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쏟아야하는 경기인데 큰 악재가 발생했다. 캡틴이자 전술적 구심점 기성용이 멕시코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인해 독일전에 결장한다. MRI 결과 종아리 근육이 늘어났다는 진단이 나왔고 회복까지 2주가 필요하다. 3차전 출장은 불가능하다. 늘 당당한 신태용 감독도 "기성용이 못 뛰는 것은 고민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누수가 크다.

그래서 더더욱 수비가 중요해졌다. 수비라인 앞에서 온몸을 던져 희생하던 기성용이 없었다면 1, 2차전의 실점은 더 늘었을지 모른다. 정신이 혼미해질 때마다 독려하고 파이팅을 불어 넣던 리더 기성용 없이 최강군단을 상대해야한다. 만약 평상시였다면 시선은 장현수를 향했을 공산이 크다. 그런데 지금은 장현수 자체를 걱정해야할 판이다.

장현수는 1, 2차전에서 나온 실점에 직간접적으로 모두 관여됐다. 스스로의 판단 미스가 불러온 씁쓸한 실점이면서 '하필'이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운도 없었다. 겹친 불행과 함께 장현수는 눈물을 쏟아냈고 팬들의 질타도 쏟아졌다.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상실됐다는 것이다. 멕시코와의 2차전 당시 전반 핸드볼 파울로 PK 실점을 내준 뒤 장현수의 플레이에는 '위축'이 보였다. 그것이 후반전 치차리토의 추가골 당시 성급했던 태클에 영향을 줬을 공산도 있다. 당시 신태용 감독은 "장현수가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주면서 흔들렸지만, 수비는 조직력을 가지고 가야하기 때문에 확 바꿀 수 없다"고 선택을 설명한 바 있다.

이제 그때보다 더 깊은 저울질을 해야 할 순간이 왔다.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수비라인의 핵 장현수를 독일전에서 빼주는 게 옳은 것일지, 아니면 장현수를 믿고 다시금 출전을 강해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신 감독은 "수비는 조직력이 생명이다. 상대의 실력이 우리보다 부족하다면 개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선수를 바꿀 수도 있겠으나 상대 실력이 우리보다 낫다면 함부로 수비조직을 건드릴 수 없다"면서도 "장현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을 어떻게 잡아가야하나 고민"이라는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대표팀은 25일 오후 훈련부터 본격적인 독일전 전술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까지는 장현수 출전여부에 대한 고민을 마쳐야한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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