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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Stage]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 아침 드라마 뺨치는 막장 코미디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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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국립오페라단/ 6월 28~7월 1일/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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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가 아침 드라마 뺨친다.

가상의 나라 폰테베드로의 미망인 한나는 남편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는다. 작은 나라 폰테베드로 국고의 절반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액수. 각국의 외교 사절이 이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재혼을 노리고 프랑스 대사관으로 몰려든다. 미망인 한나 앞에 남자들이 자신의 윗옷을 벗어 땅바닥에 펼친다. 사뿐히 옷을 지르밟고 자신에게 오라 유혹한다. 이에 폰테베드로 정부는 재산이 국외로 빠져나가 국가 재정이 흔들리는 위기를 막고자 그녀의 국외 재혼을 방해할 인물로 한나의 옛 연인 다닐로를 특파한다.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The Merry Widow)’은 미망인 한나를 둘러싼 구혼자들이 벌이는 좌충우돌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오페레타는 보통 희극적 성격을 띠는 스토리에 춤곡이 중심이 되는, 작품성보다 오락성에 치중한 가벼운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요한 슈트라우스 이후 가장 뛰어난 오페레타 작곡가라 불리는 레하르의 대표작 ‘유쾌한 미망인’은 재미도 있으면서 음악이나 무대 면에서도 정통 오페라 못지않다.

빈 왈츠 특유의 우아하고 달콤한 멜로디에 동시대를 풍미했던 보드빌(노래, 춤, 연극이 결합된 버라이어티쇼) 스타일의 춤 그리고 폴로네즈, 마주르카, 왈츠 등 유럽 각국의 경쾌한 춤곡이 한데 어우러진다. 왈츠풍의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전문 무용수들과 합창단이 함께 어우러지는 무도회 장면이 특히 백미로 꼽힌다. ‘입술은 침묵해도’ ‘빌랴의 노래’ ‘오 조국이여’ 등 대중적인 아리아와 남성들이 저음부의 달콤한 목소리로 경쾌한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중창 ‘여자를 아는 것은 어려워’는 오늘날 뮤지컬 넘버만큼이나 흥겹다.

1905년 빈에서 초연된 ‘유쾌한 미망인’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뒤 1907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메리 위도’라는 이름으로 공연되며 빈 오페레타 붐을 일으켰다. 52주간 416회 연속 공연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 실제 초창기 미국 뮤지컬 탄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망인 한나 역의 바네사 고이코에체아는 스페인계 미국 소프라노로 화려한 외모, 완벽한 독일어 딕션(발음),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오페레타 무대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2013~2014 시즌부터 드레스덴 젬퍼오퍼, 2017년 드레스덴 슈타츠 오페레테 등 독일 극장 오페레타 무대에서 맹활약 중이다.

또 한 명의 한나 역 소프라노 정주희는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스튜디오를 거치면서 탄탄한 실력을 쌓은 뒤 귀국 후 ‘마탄의 사수’ ‘파우스트’ ‘맥베드’ 등 다양한 작품의 주역으로 서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다닐로 역에는 바리톤 안갑성과 김종표가 캐스팅됐다. 김종표는 소프라노 임선혜와 함께 TV 프로그램 ‘더 마스터’에 출연해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이다. 안갑성은 2012년 국립오페라단의 또 다른 오페레타 작품 ‘박쥐’로 데뷔해 실력을 증명하며 뮤지컬과 방송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팔방미인이다.

빈에서 나고 자란, 타고난 빈 왈츠 감각으로 정평이 나 있는 토마스 뢰스너가 지휘를 맡아 기대를 모은다. 경기필하모닉과 함께 ‘유쾌한 미망인’ 무대로 처음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독일 원작은 결혼 제도와 앞뒤가 다른 귀족을 풍자하는 ‘블랙 유머’가 별미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프로덕션에서 이런 독일어판이 지닌 냉소와 영어판이 지닌 경쾌함과 화려함 모두를 절묘하게 살려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김연주 매일경제 문화부 기자 bcd314@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4호 (2018.06.27~07.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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