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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불륜 남녀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는 어떻게 진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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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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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법원조정위원님들과의 대화에서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간통죄 폐지이후, 불륜사건이 너무나도 많이 늘었고, 심지어 당사자들이 법원까지 와서 이게 죄가 되냐고 따져 묻기까지 한다고 한다. 변호사는 입장을 가리지 않고 원고든 피고든 위임을 원하는 사람을 대리하는 직업이기에 나는 불륜의 당사자, 피해자 양쪽을 모두 대리한다. 정말로 불륜사건이 늘었다는 것을 체감하는 것이 실제로 우리 법인에서도 나는 일주일에 3회 이상은 불륜남녀를 상대방으로 하는 손해배상재판을 대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자료 청구는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까?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을 토대로 이야기 해보려한다. 2012년에 있었던 사건이다. 남편이 식당을 개업하였고 부인은 이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가게를 창업하는데 드는 비용도 친정에서 빌려오고, 수시로 가서 계산, 청소를 하기도 하였다.

3년 정도 그렇게 가게를 운영했는데 다른 직원들이 몰래 숙덕이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사장과 A직원이 오랜 기간 불륜관계였다는 사실. 부인은 A직원을 추궁하였고 3년간 내연관계였다는 진술을 받아내어 대화내용녹취를 증거로 위자료 소송을 진행하였다.

부인은 A직원에게 위자료 2천만 원을 청구하였다. 재판이 열리면 변호사를 선임했을 경우에는 동석하거나 변호사만 출석하기도 하고, 선임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홀로 출석을 한다. 이 사건의 경우 나는 원고 대리인이었고 피고는 경제적 이유로 변호사가 선임되어있지 않았다.

소송을 진행하며 혹시 원고의 남편이 피고에게 돈을 보낸 것이 있는지 계좌를 조회하기도 했고 매 성관계마다 30만원을 지급받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원고의 남편을 증인으로 소환하여 성관계 횟수, 장소, 금원지급여부 등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였다.

이 사안의 경우는 배우자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증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만약 이혼을 결심하고 피고와 미래를 약속했다면 함께 입을 맞추어 불륜사실을 부인하기도 한다. 위 사건의 경우 다행히 배우자의 반성과 협조로 증거도 많이 확보하였고 당연히 위자료 판결이 나올 사건이었다.

그런데 재판종결 전 법원에서 사건을 조정절차(소송절차 내에서 합의)에 회부하였고 의뢰인의 원고의 심경에도 변화가 있었다. 피고에게 돈을 받아내고 판결문을 남기는 것보다는 진정어린 사과를 받고 용서하는 것이 자신의 앞으로 가정생활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조정이 열렸고 원피고 당사자와 원고대리인인 내가 참석했다. 원고의 이러한 뜻을 전했고 피고는 갑자기 조정실에서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죄송하다고. 본인도 이런 일을 당한 경험이 있는데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이 스스로도 용서되지 않는다고. 소송이 진행 중이고 어차피 위자료를 지급해야할 상황이었음에도 이렇게까지 용서를 구하는 당사자가 흔치 않기에 조정실에 있던 모두가 숙연해지며 침묵이 흘렀다.

원고는 피고에게 한 푼의 돈도 받지 않기로 하며 조정이 성립되었다. 이 같은 사건을 진행하며 배우자의 외도로 고통 받는 당사자들의 마음을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은 각자의 성격과 살아온 경험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지금 배우자의 외도로 고통 받고 있다면 어떠한 방식을 취했을 때 자기 자신이 가장 위로받을 수 있고 나아질 수 있는지 깊이 또 깊이 고민하고 전문가와 상의해 보길 바란다.

[최유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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