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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상아탑 추억 깃든 575그루 '싹둑'…전남대생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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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신축 위해 40년된 수목 등 밑동만 '덩그라니'

뉴스1

23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디지털 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 밑동만 남긴 나무들의 모습. 전남대학교는 공사를 위해 이곳에 있던 나무 716그루 중 141그루를 옮겨 심고, 575그루를 베어 냈다.2018.6.24/뉴스1 © News1 한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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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한산 기자 = 지난 24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옆 공사 현장. 수십년 동안 학교 구성원과 시민들에게 그늘을 내줬던 숲이 사라지고 있었다.

수백 그루의 나무들이 베어져 공사 현장 한켠에 쌓여 있었고, 나무들이 있었을 자리에는 밑동만 남아 있다. 주변에는 나뭇가지와 잎들도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전남대는 이 자리에 디지털 도서관을 짓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공사를 시작하면서 이곳에 있던 나무들을 옮겨 심거나 잘라냈다.

대학 측은 총 716그루 가운데 동백나무와 단풍나무, 느티나무, 배롱나무, 솔송 등 141그루는 교내 다른 장소에 옮겨 심었다. 하지만 496그루는 폐기하고, 지름 20㎝가 넘는 79그루는 베어낸 뒤 가공해 사용한다.

베어낸 나무들은 대부분 상수리나무, 플라타너스 등 빨리 자라는 종류였다. 수령이 40년 가까이 된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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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디지털 도서관 신축 공사 현장에 나무들이 베이진 채 쌓여 있다. 전남대학교는 공사를 위해 이곳에 있던 나무 716그루 중 141그루를 옮겨 심고, 575그루를 베어 냈다.2018.6.24/뉴스1 © News1 한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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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업실습교육원과 농대 교수들이 나무 크기와 경제적 가치, 옮겨 심은 후 살아남을 수 있는지 등을 기준으로 구분했다"며 "너무 큰 나무들은 이식하는 데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고, 옮겨 심는다고 해서 산다는 보장도 없어 잘라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학생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광주도심의 '허파' 역할을 했던 숲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학생과 인근 주민들은 많은 아쉬움을 표시했다.

공사 현장 근처에서 만난 한 대학원생은 "공부하다가 산책하러 종종 찾던 곳"이라며 "근처에 다른 숲이 많긴 하지만 키 큰 나무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니 아쉽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내 구성원의 이같은 여론을 반영해 나무 일부를 활용해 디지털 도서관에 남길 계획이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디지털 도서관 부지가 결정되면서 숲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베어낸 나무 중 줄기가 곧고 직경이 20㎝가 넘는 79그루를 가공해 디지털 도서관에 가구나 소품으로 설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s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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