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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월드컵] 자멸…이번에도 우리 스스로 무너져 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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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1-2로 패한 뒤 눈물을 글썽이는 장현수와 포옹하고 있다. 2018.6.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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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뉴스1) 임성일 기자 = "선수들이 얼마만큼 운동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가가 중요할 것 같다. 지금 걱정은 상대보다 우리다. 월드컵이라는 중압감에 짓눌려,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펼쳐 보이지 못하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만 하고 있다. 그러지 않게 해주는 게 지금 나의 임무인 것 같다."

사전캠프로 삼았던 오스트리아 레오강 전지훈련을 끝내고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베이스캠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넘어오기 직전 신태용 감독과 뮌헨공항에서 잠시 나눴던 대화다. 그의 걱정은 사실이 됐다. 아직 대회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나 한국 축구의 10번째 월드컵 도전기도 실패로 끝나는 분위기인데, 원인은 결국 '자멸'을 막지 못한 탓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벼랑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패했던 한국은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도 1-2로 무너져 2연패에 빠졌다. 스웨덴과 멕시코는 대회 전 한국이 '승점 대상'으로 분류한 팀이다. 두 팀과의 경기에서 1승1무 이상을 거둬 16강에 오른다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최악이 됐다. 두 팀에게는 단 1점도 얻지 못하고 최강 독일과의 3차전을 남겨두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2패를 당했으나 아직 탈락은 아니다. F조 16강 진출 국가는 멕시코-스웨덴, 한국-독일이 맞붙는 최종전까지 끝나야 결판이 난다. 2승의 멕시코, 1승1패의 독일과 스웨덴은 물론 2패의 한국도 산술적으로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

3차전 결과에 상관없이 앞선 두 차례 경기는 냉정하게 되짚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 작업이 독일전 승리 가능성을 1%라도 키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스웨덴전도 멕시코전도, 패인은 상대가 잘 해서라기보다는 우리가 못해서였다. 신태용 감독이 우려했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과 하고자 했던 것을 제대로 펼쳐 보이지 못한 채 무너졌다.

오래도록 공들여 준비한 스웨덴전은, 결과적으로 김민우가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범한 아쉬운 파울과 그로인한 PK 실점이 패인이다.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박스 안에서는 태클은 물론, 절대로 발을 뻗지 말라는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냥 버티고만 있었어도 될 것을, 의욕이 과해 화를 불렀다.

김민우의 실수도 실수지만, 전체적으로도 우리가 준비한 것이 잘 표출되지 못했다. 애초 계획은 스웨덴의 공격을 막다가 날카로운 역습으로 한방을 날린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방어가 높은 위치에서 펼쳐졌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상대의 힘과 높이를 접하면서 선수들이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들었고 주춤주춤 라인을 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의도와 달리 계획보다 낮은 위치에서 방어가 진행됐고, 따라서 공을 가로챈 뒤에도 공격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 스스로 엉덩이를 빼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꼴이다. 멕시코전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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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손흥민(왼쪽)이 1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기성용의 위로를 받고 있다. 2018.6.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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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점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미 네티즌들의 숱한 질타가 나왔듯이 장현수의 핸드볼 파울(선제 PK실점)과 성급한 태클(추가실점)이었다. 운이 따르지 않은 면도 없지는 않으나 핵심 수비수의 선택치고는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장현수만의 잘못만도 아니다.

멕시코전에서 선수들은 아주 열심히는 뛰었으나, 심하게 표현해 뛰기만 했다. 여럿이 달려들어 힘들게 공을 빼앗은 뒤 너무 쉽게 다시 공격권을 내줬다. 그것이 반복됐던 90분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경기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패스하는 것도 받는 것도 두려웠으니 팀플레이가 되지 않았고 결국 무작정 손흥민만 바라보다 끝났다. 기본기의 차이였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월드컵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가 알아서 먼저 무너져준 덕분에 반대편이 많이 웃었다. 월드컵은, 독일도 브라질도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도 두려운 무대인데 우리가 먼저 제풀에 쓰러졌다.

황선홍 전 FC서울 감독은 "결국 월드컵은 얼마나 평정심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가 준비한 것만 잘 해내도 꽤 좋은 경기가 가능하다"고 말한 뒤 "월드컵을 '특별한 무대'라고만 생각하면 떨릴 수밖에 없다.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태용 감독이 걱정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이다.

이제 남은 경기는 단 하나 뿐이다. 어차피 우리의 16강 가능성은 희박하고 상대는 최강이다. 아무 것도 잃을 것 없는 경기라는 홀가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여기서도 '자멸'한다면, 어떤 도전도 성공시키기 어렵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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