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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성용이 아니라 누구라도 몸을 던졌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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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이 24일 멕시코전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해 목발을 짚고 믹스트존을 빠져나가고 있다.


"성용이 아니라 누구라도 몸을 던졌을거다."

한국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29·스완지시티)의 아버지 기영옥(61) 광주FC 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기성용은 24일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전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주장 완장을 찬 기성용은 상대슛을 육탄방어로 막아냈다.

이승우가 지난 7일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헤드퍼스트 다이빙을 했듯, 기성용도 이날 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 골키퍼와 충돌하기도했다 .상대선수와 기싸움을 펼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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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기성용이 멕시코 알바레즈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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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21분 기성용은 멕시코 에레라에게 걸려 넘어졌다. 명백한 파울이었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결국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추가골로 연결됐다.

기성용은 경기 막판엔 상대선수에 왼쪽 종아리를 차였다. 교체카드 3장 모두 쓴 상황이라 기성용의 교체가 불가능했다. 기성용은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종료휘슬이 울릴 때까지 주저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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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기성용이 오초아 골키퍼와 충돌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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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은 경기 후 방송인터뷰에서 "제가 두번째 실점 장면에서 드리블 실수가 있었고, 그 골이 안들어갔다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고 고개를 떨궜다.

경기 후 기성용은 목발을 짚고 인터뷰 없이 믹스트존을 지나갔다. 정밀 진단 결과 왼쪽 종아리 근육이 늘어난 기성용은 2주 진단을 받았다. 결국 27일 독일과 3차전엔 결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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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기성용이 동료에게 패스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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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의 부친 기영옥 단장은 이날 경기장을 찾아 직접 아들을 지켜봤다. 기 단장은 2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성용이가 아니라 누구라도 몸을 던졌을거다. 성용이 뿐만 아니라 다른선수들도 다 열심히했다. 어느 선수든지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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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의 아버지 기영옥 광주FC 단장.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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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 단장의 목소리에는 아들을 향한 안쓰러운 마음이 느껴졌다. 기 단장은 "성용이가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고 하더라. 부상이 아니었다면 독일전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못뛰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의 중압감에 시달린 기성용은 가족에게도 힘든 내색을 안했다고한다. 기 단장은 "일체 그런 이야기는 안했다. 성용이가 국가대표 주장으로 책임감이 높았기 때문에 잘해보려고 노력했을거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2008년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러 A매치 100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그동안 '중원의 키(key·열쇠)' 역할을 맡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원정 16강에 기여했고, 2014년부터 주장완장을 차고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몇차례 무릎 수술을 받았던 기성용은 경기가 끝나면 통증이 심해 곧바로 얼음찜찔을 한다. 이번 대회 또는 2019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후배들에게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다. 1989년생 올해 29세 기성용에게 어쩌면 투혼의 멕시코전이 자신의 월드컵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른다.

모스크바=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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