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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충청이 핫바지냐… 몽니 부린다… 국민은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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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1926~2018] - 유머와 비유… JP의 '촌철살인' 80년 '서울의 봄' 때 "춘래불사춘"… 정계 은퇴하며 "정치는 虛業"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특유의 유머와 각종 비유를 곁들인 '촌철살인'으로 정치판에 숱한 말들을 남겼다. 그는 5·16 군사정변 당시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혁명은 숫자가 아니라 의지"라고 했다. 쿠데타 성공 후 일본 오히라 외상과 비밀리에 국교 정상화 협상을 하다 국민적 반발에 직면했을 때는 "제2의 이완용이 되더라도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3년 공화당 창당 과정에서 반대파의 견제를 받아 미국으로 떠날 때는 "자의 반 타의 반 (떠난다)"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1980년 초 이른바 '서울의 봄' 때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했고, 신군부가 들어서자 당시 2인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1인자(전두환 전 대통령)와 같이 걸을 땐 그림자도 밟지 마라"고 조언한 일화도 전해진다.

1990년 '3당 합당' 후 민자당 대표가 된 김영삼(YS) 전 대통령에게는 "틀물레질(아이들이 뭘 달라고 자꾸 보채는 것을 뜻하는 사투리) 하고 있다"고 했고, YS가 대통령이 된 후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할 때는 "역사는 자빠뜨릴 수도, 다시 바로 세울 수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선거에서 "충청도 핫바지"라는 말을 유행시킨 것도 이때다.

'DJP 정부'에서 '국무총리 서리'로 지낼 때는 "'서리'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슬금슬금 녹아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1998년 말 김대중(DJ) 대통령에게 내각제 개헌을 압박할 때는 "몽니 부린다"는 말을 유행시켰다.

정계 은퇴 이후인 2011년에는 "정치는 허업"이라고 했다. "기업인은 노력한 만큼 과실이 생기지만 정치는 과실이 생기면 국민에게 드리는 것"이라는 것이다. 2015년 본지 인터뷰에선 "호랑이는 아무리 사육사라 해도 자기 발을 밟거나 비위에 거슬리면 물어버린다. 그게 국민"이라고 했다. 2016년 탄핵 정국에선 "(박근혜 대통령은)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 내려오라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것"이라고 했고,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이가 돼서는 안 되겠다. 김정은이가 자기 할아버지라도 되나"라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생전 자신의 묘비에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할 수 없다)'이라고 새겼다. "배고픈데 무슨 민주주의가 있고 자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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