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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자유세계의 수호자 '메르켈' 獨총리직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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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온 유럽이 다른 일은 뒤로 미룬 채, 숨을 꾹 참고 기다리고 있다."

CNN방송은 23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두고서, 모든 유럽연합(EU)이 긴장한 상태라고 전했다.

유럽을 긴장시키는 위기의 시작은 비교적 '작은 일'에서 시작됐다. 독일 바바리아 주에서 오는 10월 중순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이 선거가 메르켈 총리의 운명, 더 나아가 EU의 운명이 위기의 방아쇠가 됐다.

독일 보수정권은 그동안 기독교민주당(기민당)과 바바리아주에 근거한 기독교사회당(기사당)의 연정을 주축으로 유지되어 왔다. 양당의 연합은 1949년 이래로 여당일 때는 함께 여당, 야당일 때는 함께 야당으로 동지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10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사당이 난민 문제 등에서 극우적 입장을 취해왔던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쫓기는 모양새가 되면서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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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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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당은 난민 문제로 여론이 나빠졌다고 보고, 난민 문제에 대한 강경책을 제시했다. 기사당의 당대표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이, 다른 나라에 망명 신청을 한 난민에 대해서는 해당국으로 되돌려보내는 난민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난민 문제에 있어 EU 공동의 대응을 강조했던 메르켈 총리의 만류로 일단 시행을 미뤘지만, 이 조치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독일 연정은 붕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메르켈 총리가 EU 차원의 대책 마련에 실패하면, 제호퍼 장관의 난민 정책을 수용하든지, 연정이 무너지든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의 연정이 무너진다면, 이는 독일만의 문제가 아닌 EU 차원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EU 통합과 자유주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유럽의 양대 축 중 하나였던 메르켈 총리가 사라지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만 남기 때문이다.

일단 EU는 24일 비공식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해 난민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EU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이처럼 이례적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난민 문제, 보다 정확히는 메르켈 총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다.

우선 거론되는 해법은 난민들이 유입되면 최종적인 신분이 결정되기 전까지, 유입된 나라에 머무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미 이탈리아 등이 이런 방안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아프리카에 난민 센터를 설치해, 난민 신분이 결정되기 전까지 그곳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이를 반대하고 있다. 나머지 방안은 극우파들의 주장처럼 EU 주변 국경을 강화해 난민 유입을 아예 차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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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총리가 무너질 경우 독일 연정은 붕괴한다. 이 경우 독일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독일 사회민주당이 애초 총선 후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참여로 입장이 돌아선 이유는 재선거가 실시될 경우 AfD와 같은 극우세력이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독일의 혼란뿐 아니라 유럽의 혼란이 곧 뒤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금융위기,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EU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메르켈 총리의 지도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 주간의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급작스럽게 메르켈로 대변되는 독일의 리더십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자유세계의 수호자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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