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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경협=남북러, 평화=남북미중..文 동시다발 '다층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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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the300]러시아 국빈방문 결산, 한러 FTA 띄우고 北과 3각경협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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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러시아)=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레믈린 대궁전에서 열린 한-러 소규모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2018.06.22. photo1006@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2박4일 러시아 국빈방문을 마치고 24일 귀국했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주변 4강 가운데 처음 방문한 러시아는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문 대통령의 전략을 잘 보여준다. 남북 협력을 기본으로, 러시아 중국 등과 3각 또는 4각 협력을 동시다발 추진하는 다층 외교다.

24일 현재 한반도를 중심으로 3~4개의 트랙이 때로 겹치거나 기존 질서를 해체하며 숨가쁘게 회전하고 있다. 제1트랙은 남북, 한미 관계다. 여기에 남·북·미까지 포함할 수 있다. 3개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안전보장의 '결정권자'들이다. 문 대통령은 주도면밀했다. 취임하자마자 한미동맹을 재차, 삼차 확인했다. 이걸 기반으로 남북대화를 타진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의 종전선언도 전망할 수 있게 됐다.

제2 트랙은 평화체제 프로세스다. 남·북·미에 중국이 참여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중 3차 정상회담 관련, "중국이 비핵화를 안정적으로 완성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안정적 비핵화'에 대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한반도에 밀접한 이해관계당사자인 중국이 중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중국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 인정해준 셈이다.

제3 트랙이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이다.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남북평화의 끝은 공동번영이다. 이를 위해 다자간 경제협력이 필수인데 주요 파트너가 러시아다. 극동개발에 사활을 건 러시아와, 대륙으로 뻗어가려는 한국은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이 같은 외교전략이 다층 외교다. 과거엔 한반도 주변국의 '블록'이 교집합 없이 대립했다면 지금은 한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블록들이 쌓이는 모습이다. 정부의 자세도 12일 북미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그 전까지 단계별 프로세스를 밟았다면 북미 싱가포르 센토사 합의 이후 동시다발로 3자·4자 협력을 모색한다.

다층외교는 첫째 한반도를 특정 블록 대 블록의 충돌에서 벗어나게 한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는 해양세력 대 대륙세력으로 부르곤 하지만, 사실은 냉전질서에 뿌리를 둔다. 남북이 손을 잡고 안보와 평화는 미국·중국, 경제는 러시아 등과 각각의 협력을 구축하면 이런 대립질서는 자연히 재편된다. 두 삼각형의 꼭짓점끼리 마주보던 한반도의 불안정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둘째 한반도 평화라는 국익을 극대화한다. 남북러 협력은 안보 면에선 지나친 북중 밀착에 균형력을 갖게 하는 측면도 있다.

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한-러 비즈니스포럼에서 "냉전시대는 먼 과거의 일"이라 규정했다. 같은날 모스크바 크레믈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한·러 정상회담을 갖고 △한-러간 서비스·투자 분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협상 추진 △'9개 다리'의 행동계획 마련 △남북러를 포괄하는 전력·가스·철도 분야의 공동연구 추진 등을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선 "남북러 3각협력 사업을 대비해 한-러 양국이 우선 할 수 있는 사업을 착실히 추진하기로 했다. 철도, 전력망, 가스관 연결에 대한 공동연구가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남북러 정상이 함께 하면 이 같은 3각협력의 상징적 장면이 될 수 있다. 한러 FTA는 러시아를 3각 경협에 확실히 끌어들이는 안전판이 될 전망이다.

다층외교는 중첩외교로 부를 수도 있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는 저서 '외교의 시대'에서 한미동맹에 기초하되, 중국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중첩외교로 불렀다. 러시아까지 포함한 신북방정책 아이디어 역시 중첩의 한 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오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환영나온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선 채로 대화했다. 논의가 길어지자 임종석 비서실장, 한병도 정무수석도 합류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 현안을 보고받고,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 조문 여부 등에 의견을 나눈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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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러시아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24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영접나온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18.06.24. photo1006@newsis.com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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