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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MT리포트]로봇과 경쟁 시대…'제2의 러다이트운동'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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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편집자주] 로보사피엔스(생각하는 로봇: Robo Sapiens)가 호모사피엔스(인간)와 일자리를 놓고, 협력이냐 경쟁이냐의 기로에 섰다. 로봇은 그 어원(Robota: 체코어로 노동)에서 보듯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운명을 타고 났다. 인간과 로봇은 안정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

[로보사피엔스 시대]일자리 뺏겨 사회적 갈등 폭증 우려…전문가들 "사회안전망 구축 절실, 로봇세 검토"

머니투데이

서울 롯데월드몰에 있는 무인 로봇 카페 '비트'(b;eat). /사진제공=롯데자산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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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꺼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결제를 마치자 로봇 바리스타가 팔을 움직여 컵에 얼음을 담았다. 알아서 잔을 옮기고 아메리카노 버튼을 누르더니 이내 완성된 커피를 내놓는다. 이 모든 과정에 채 2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의 팔처럼 관절이 여러 개 있어 움직임이 자유로웠다. 주문부터 커피를 마실 때까지 직원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 영화가 아니다. 서울 롯데월드몰 3층 로봇 카페 비트에서 만나는 현실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대규모 공장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커피 제조·쇼핑 도우미·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로봇들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머지않은 미래에 고임금·전문직 업무도 로봇이 직접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한편에서는 대량 실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은 저임금·저숙련 노동자가 주요 피해 대상으로 지목된다.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기계를 부수며 저항했던 '러다이트 운동'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로봇 산업의 확산으로 기존 일자리는 빠르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2016)에 따르면 단순노무직종 중 90.1%가 2025년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에 놓일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대체율이 낮은 관리직(49.2%)도 대체율이 절반에 달했다.

세계경제포럼은 2015~2020년 중 로봇 산업의 발전으로 일자리가 716만개 줄어들지만 창출되는 일자리는 202만개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를 의미하는 로봇 밀집도가 세계 1위(631, 2017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추가로 로봇이 도입되면 이 역시 빠르게 산업현장을 파고들 수 있다. 이미 자동차·반도체 등 제조업을 위주로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공장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노동계에서는 로봇 산업의 발달로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노동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안재원 민주노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이미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는 로봇이 도입되면서 고용 유연화가 이뤄졌다"며 "앞으로 성장세가 느려지면서 일자리 감소 문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원장은 "사회적으로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으면 나쁜 일자리만 계속 양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다이트 운동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전문가들은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러다이트 운동처럼 기술혁신에 저항하는 움직임은 인류 사회에서 항상 패배했다"며 "이런 움직임은 사회운동의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로봇이 우리 삶에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져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저항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제적으로 불평등이 커지면서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외국인 노동자 등에게 간접적으로 분노를 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로봇 도입이 일으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로봇이 사람의 능력을 넘어서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대체가 쉽다"며 "무조건 로봇으로 대체하기보다는 사람의 신체적·정신적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로봇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상실한 사람을 위해 사회 안전망을 가동하고 장기적으로 전직을 위해 재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실업자 지원·직업 교육 등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로봇세'를 거두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며 "로봇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례해 기업에 세금을 거둔 후 사회에서 이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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