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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MT리포트]1세대 아이보의 장례식과 '반려봇'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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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편집자주] 로보사피엔스(생각하는 로봇: Robo Sapiens)가 호모사피엔스(인간)와 일자리를 놓고, 협력이냐 경쟁이냐의 기로에 섰다. 로봇은 그 어원(Robota: 체코어로 노동)에서 보듯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운명을 타고 났다. 인간과 로봇은 안정적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

[로보사피엔스 시대]글로벌 IT 기업 반려봇 개발 한창…고가 가격·제한적 기능은 극복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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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노스홀에 위치한 소니 부스의 한켠에 마련된 인공지능 로봇 반려견 아이보(aibo)의 시연 도중 또 다시 시스템이 아웃되는 일이 생기자, 현장 직원이 아이보를 재부팅하는 듯한 동작을 하고 있다/사진=오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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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시선이 일본 지바현에 있는 한 사찰에 쏠렸다. 언뜻 이어지지 않는 IT 업계와 불교의 만남은 소니가 1999년 선보인 애완견 로봇 '아이보'(1세대) 때문이었다.

출시된 지 무려 20년 가까이 된 아이보는 소니가 한때 수익성 악화로 단종하자 애프터서비스(AS)가 중단되는 등의 고초를 겪었다. 그래도 아이보와 몇 년을 동거동락한 주인들의 요청으로 이날 아이보 수십여 마리가 스님의 추도사와 불경 암송 속에 장례식을 치렀다.

소니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을 통해 아이보 2세대를 공개하며 가정용 로봇 사업에 재도전을 공식화했다. 미국 로봇 전문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최근 애완견 로봇인 '스팟미니'(SpotMini)의 내년 시판 계획을 밝히는 등 이른바 '반려봇' 시대가 한발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T 기업들은 최근 반려봇을 속속 공개하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안내 로봇과 청소 로봇을 공개한 이후 상업용 로봇에 집중하며 가정용 로봇 출시를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로봇 포트폴리오 전반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조만간 로봇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은 올 초 'CES 2018'에서 "저희가 로봇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면 거짓말이다. 연구소에서 하고 있다"며 "무엇에 필요한 로봇인지 목적이 명확해지면 사업이 빨리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일본 통신사인 소프트뱅크는 사람과 비슷한 모양의 인간형 로봇 '페퍼'(PAPER)를 2015년 출시하고 이미 상용화에 돌입한 상태다. 페퍼는 지난해 하반기 교보문고와 CGV, 롯데백화점에서 고객들을 맞는 등 국내에서도 기본적인 성능은 검증받았다.

보통 성인 허리춤 크기의 페퍼는 사용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AI 수준이 상당하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분야인 코코로 SB가 개발한 '감정 엔진' 덕분으로, 다른 가정용 로봇에 이식할 경우 반려봇 대중화가 확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페퍼는 출시 1년 만에 일부 기업과 얼리 어답터 사이에서 무려 1만대가 넘게 팔렸다.

애완견 로봇 등 반려봇 시대는 1인 가구의 확대와 맞물려 급성장할 것이란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층 진화된 AI 기술이 적용된 만큼 높은 가격대가 반려봇 대중화의 최대 장애물로 꼽힌다.

실제 아이보 1세대의 경우 출시 당시 25만엔(약 242만원), 아이보 2세대 역시 30만엔(약 29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아직 B2B(기업간거래) 위주로 팔려나가는 페퍼는 약 2700만원 수준이다.

여기다 로봇 특유의 제한적인 기능을 얼마나 깰 수 있느냐도 또 다른 관건이다. CES 2018에서 소니 아이보 2세대는 개발자의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듣는 상황을 연출해 관람객들의 실망을 샀다. 페퍼 역시 특정 조건 속에서는 원활하게 작동하는 반면,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은 여전히 미숙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정용 로봇의 대중화, 반려봇 시대가 언제부터 열릴지 쉽게 예상하기 힘들다"며 "일단 가격 경쟁력과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기술까지 모두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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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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