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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범죄 피의자에 투자해 돈 번 검찰공무원…징계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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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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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검찰공무원이 범죄 혐의를 받던 피의자의 투자 제안을 받고 돈 거래를 했다면 징계 사유가 될까? 검찰은 '청렴의무, 성실의무,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징계를 내렸지만, 법원은 품위유지의무 위반만 징계 사유로 인정하고 청렴·성실의무 위반은 아니라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부장판사 김정중)은 24일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징계 처분이 부당했다는 취지다.

검찰공무원인 A씨는 청렴의무, 성실의무,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 피의자로 조사한 바 있던 B씨와 투자 거래 때문이었다.

A씨는 1000만원을 투자하면 한 달 뒤 5000만원을 돌려주겠다는 B씨의 제안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 한 달 뒤 B씨는 3800만원을 돌려받았다. 얼마 후 B씨는 5000만원을 투자하면 1년에 최소 2억~3억원까지 수익이 가능하다며 투자를 제안했다. A씨는 5500만원을 투자해 3년여에 걸쳐 1억30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이후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대법원에서 무죄는 확정됐다.

그 사이 A씨는 해임 징계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품위유지의무는 위반한 것이 맞지만, 청렴의무와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품위유지의무 위반만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고, 해임 처분의 핵심 징계 사유인 청렴의무 위반은 인정되지 않는다"며 "징계 양형을 그르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투자한 것에 대해 "직무 관련 대가로 지급됐거나 A씨가 검찰 공무원이라고 다른 투자자들보다 유리한 내용의 투자 약정을 체결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청렴의무 위반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A씨가 다른 투자자들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었다고 보기 힘들고, A씨의 업무 역시 검찰행정무인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성실의무에 대해서도 "투자를 하고 투자수익금을 받은 것은 '전 인격과 양심을 바쳐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성실의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품위유지의무는 위반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검찰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공무원은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는 자와 교류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다른 검찰공무원이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와 교류하고 돈을 거래한 것은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는 검찰공무원이 교류할 경우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며 "(B씨와) 거래하는 것은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본인은 물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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