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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종로 '자전거 전용도로' 본격시행 코앞인데 현장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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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마다 오토바이·택시 급정거까지 안전 무방비 과태료 물린다지만 단속요원도 "실효성? 글쎄요"

뉴스1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가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손님을 태우고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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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1주일 뒤부터는 서울 종로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에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운행할 경우 과태료를 물게된다. 지난 4월 종로 1가부터 5가까지 2.6㎞ 구간에 개통된 자전거 전용도로의 계도기간이 7월1일부로 끝나기 때문이다.

차량통행을 적극적으로 줄여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고, 더불어 미세먼지까지 줄이겠다는게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의 목적이다.

그러나 개통 3개월이 지난 현 시점까지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운영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서울시 자전거 '따릉이'를 직접 타고 18일부터 22일까지 도로를 누벼본 결과, 택시 등 차량들의 침범은 여전했고 단속원의 제지도 별 소용이 없었다.

이 상태로는 오히려 자전거 도로 이용자들의 안전은 물론 실효성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택시·오토바이 수시로 침범…곳곳에 끊긴 도로도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해 종각역을 거쳐 동대문종합상가까지 이동하는 동안 사고 위험 구간은 수시로 존재했다. 특히 종로2가부터 종로4가, 세운전자상가에 이르는 구간에서 택시와 오토바이의 침범이 많았다.

자전거를 몰고 종로2가로 접어들자 택시들은 자전거 앞을 끼어들어 손님을 태우고 내리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 때마다 자전거를 급정거를 해야해 자칫 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했다.

자전거 전용 도로인데도 이렇게 택시가 정차를 할 수 것은 도로교통법 시행령 예외조항 때문이다. 해당 조항을 근거로 택시는 통행에 장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승객을 태우거나 내려주기 위해 일시 통행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과 약국, 상가가 밀집한 종로3가와 세운전자상가 구간에서 택시들은 정차를 반복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 구간에서 자전거 도로 이용자들의 민원도 빈번하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문제는 '통행에 장애를 주지 않는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단속원들도 이 조항 때문에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택시나 오토바이 기사들이 큰 소리를 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실제로 종로3가 구간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창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며 "속도를 제대로 내지 않을 것이면 (자전거가) 알아서 비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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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종로3가 앞 자전거전용도로 끊어진 구간에 버스가 정차돼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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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중간 버스정류장 등으로 인해 자전거 전용도로가 끊긴 곳도 문제다. 세운전자상가에서 30~40m를 달리면 골목길에서 우회전으로 나오는 차량이 빈번해 결과적으로 차량과 자전거가 엉키는 경우도 많았다.

일단 서울시는 자전거 전용도로의 본래 설치 목적을 살리기 위해 불법 침입 차량의 단속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모두 11대의 폐쇄회로(CC) TV를 설치했다. 상시 모니터링으로 잠시라도 전용도로를 밟는 오토바이 등 이륜차와 배송차량, 승용차를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토바이의 경우 CCTV로 번호판 식별에 어려움이 있어 현장단속요원들이 단속해 과태료를 매길 것"이라 말했다.

◇과태료 제대로 부과할 수 있나?…현장단속요원도 의문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태료 부과가 시작되면 현장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종로5가에서 만난 단속요원 A씨는 "광장시장 근처는 약국과 상가가 많아 트럭과 오토바이가 자전거 도로에 정차해 제품을 싣고 내린다"며 "짧은 정차 시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면 논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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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종로5가 인근에서 단속요원이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News1 황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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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도만 하고 있는 5~6월에도 여러차례 인근 상인들과 승강이가 있었다는게 A씨의 설명이다.

단속요원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서울시는 과태료 부과와 현장 지도를 위해 총 12명의 요원을 지난 4월 이곳에 배치했다. 하루 2교대로 운영되는데 저녁에는 사실상 단속이 전무한 상황이다. 60대 이상 고령인 단속 요원들은 "지속적으로 도로만 쳐다보고 있기 힘들다"는 말을 반복했다.

서울시는 현재 인력으로 올해 말까지 운영해 본 뒤 의견 수렴을 거쳐 인력 충원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가는 길만 있고 되돌아 오는 길은 없는 자전거 도로

자전거 도로는 광화문에서 흥인지문 방향으로 1차선에만 개통됐다. 그러나 흥인지문에서 광화문 방향에는 자전거 도로가 없고 설치계획도 없는 상태다.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이 올해 초 이 문제를 두고 여러차례 협의했지만 이 구간이 구도심이라 도로 폭이 일정하지 않는데다 더이상 할애할 수 있는 차선도 없어 도로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인근을 이용해 되돌아오는 코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청계천 공구상가와 마찰 등으로 현실화될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흥인지문에서 끝나는 자전거 도로 근처에 '따릉이' 대여·반납소가 없다는 것도 지적사항이다. 종로5가부터 동대문역 사이 700여미터에는 따릉이 대여·반납소는 한곳도 없다. 20일 오전 동대문 인근에서 만난 자전거 이용자 이모씨(28)는 "따릉이를 반납하려는데 어디에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200~300미터마다 대여·반납소가 있지만 이 구간애서 따릉이를 반납하기 위해서는 종로6가 오간수교까지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 지점은 전용도로 구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대여·반납소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번 종로 자전거도로를 '테스트 베드' 삼아 향후 여의도, 강남권 등으로 서울 도심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불편 사항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2012년 선언한 '공유도시 서울'을 완성할 것이다"고 말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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