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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지역페이’ 성공할까, 소비자 참여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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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시스템을 도입해 수수료 0% 시대를 열겠다.’ 6·13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을 비롯해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 김영록 전남지사 당선인,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 등이 내건 공약이다. 서울페이와 경남페이 등 이른바 지역 고유의 간편결제시스템 도입을 약속한 후보들이 일제히 당선되면서 공약 현실화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 같은 ‘지역페이’는 지역 자영업자들에게 특히 장점이 될 수 있는 서비스다. 무엇보다 신용카드 결제망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부담이 컸던 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시스템 운영비와 관리비 등은 지자체 부담이 원칙이어서 상인들이 부담할 비용도 없다. 다만 지역페이가 활성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착한 소비’ 의지 있어야 활성화 가능

지역페이는 신용카드를 대신할 모바일 기반 간편결제시스템을 만들어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결제 방식에 대한 구상은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용자가 QR코드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역 내 가맹점에 가서 구매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용자가 지역페이로 결제하는 동시에 판매자의 계좌로 현금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카카오페이와 중국의 알리페이 등의 모델을 표방한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되고 상용화된 시스템인 만큼 기술적으로는 지역페이 도입에 문제가 없다. 이창현 서울시 소상공인정책팀장은 “서울페이는 결제수단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모든 가맹점에서 결제가 가능해야 한다”며 “시중은행과 협업을 통하면 사용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역페이의 성공 여부가 전적으로 사용자의 참여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카드 수수료 부담이 없는 사용자 입장에서 지역페이는 별다른 득이 없는 서비스다. 오히려 앱을 받아 설치하고 개인 은행 계좌를 등록해야 한다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등록된 계좌에 현금을 넣어두어야 사용 가능하다는 점도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벽 가운데 하나다. 이 같은 불편한 과정 때문에 이미 시중에 나온 기존 간편결제서비스들 역시 결제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결제서비스 점유율(한국은행 일평균 기준)은 신용카드 54.8%, 체크·직불카드 16.2%, 현금 13.6%, 계좌이체 15.2%, 전자화폐 등 기타 0.2%으로 집계됐다. 카드를 기반으로 하는 결제가 전체의 70%에 달하는 셈이다.

시중 간편결제서비스 업체들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신용카드 결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실제로 NHN엔터테인먼트는 2015년 페이코를 출시하면서 초기 마케팅 비용으로 1200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4월 NHN엔터테인먼트에서 NHN페이코가 분사한 뒤 NHN페이코는 3개 분기 동안 매분기 마케팅 비용으로 평균 67억원을 쓰기도 했다.

지역페이 대상이 ‘지역 내 오프라인 가맹점’으로 묶여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시중 간편결제서비스는 먼저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뒤 오프라인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도 탄탄한 온라인 시장 기반으로 오프라인에 진출했다. 카카오페이의 온라인 가맹점은 1만2600여개, 사용자 수는 2100만명에 달한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카카오는 지난 5월 바코드ㆍQR코드를 스캔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 매장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용자를 충분히 확보한 뒤에 오프라인 결제로 넘어오는 과정을 밟았다. NHN페이코 역시 최근 오프라인 결제서비스 확대를 추진, 오프라인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오프라인에서 간편결제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각종 할인과 적립 혜택을 주는 등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반면 지역페이는 지역 상권에 특화된 간편결제서비스라는 특성상 온라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없는 구조다. 서비스 초기에 사용자 확보를 위해서 접근할 온라인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지역페이를 준비 중인 일부 지자체에서는 온라인 가맹점 확보도 염두에 두고 있다지만 현실적으로 사용 제약이 많은 지역페이와 가맹을 맺을 온라인 쇼핑몰이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찾기 어렵다. 경남페이를 공약으로 내건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 측 관계자는 “온라인몰 가맹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고 열려면 열 수 있다”면서도 “온라인 사용 활성화는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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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간 연계와 혜택 제공 검토도

그렇다고 지자체에서 시중 간편결제서비스 업체처럼 적립과 할인 등의 ‘당근’을 내놓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역페이 구축을 위해서는 초기 투자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서버와 시스템 운영을 위해서도 지자체 재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시간 계좌이체가 필요한 지역페이 특성상 발생하는 은행 수수료 역시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들여 사용자를 위한 혜택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지역페이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보조금과 각종 수당 등을 지역페이를 통해 지급하는 한편, 서울과 경남·인천 등 지자체 간 연계를 통해 사용지역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 간 연계가 이뤄지더라도 과제는 남는다. 지역페이 도입계획이 없는 지자체를 제외한 통합시스템 구축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페이가 내세운 자영업자의 수수료 절감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미 카카오페이 등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고객이 사업자 계좌와 연결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결제하면 고객의 카카오머니가 소상공인 카카오페이로 입금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없다. IT전문가인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소비자들이 앱을 설치하고 계좌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는 엄청난 진입장벽”이라며 “시중 간편결제 사업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해도 힘들게 살아남는데, 소비자들이 시용하기에 제약이 많은 지역페이가 제대로 운영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말했다.

당초 지역페이 도입으로 시장에 타격을 입을까 우려했던 카드업계는 관망세로 돌아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지역페이가 결제시장에 안착해 카드업계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지켜보고 정부가 지역페이에 과도한 혜택을 준다고 판단되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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