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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韓銀의 고민 묻어있는…'이례적인' 시장금리 하락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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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美 '매의 발톱' 세우는 와중에

韓 국고채 3년물 금리 연일 하락세

현재 2.147%…6개월여來 최저수준

시장 고민 "韓銀 인상 쉽지 않을듯"

장기시장금리 韓·美 역전된지 오래

"통화정책 고려할 변수 너무 많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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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최근 미국 같은 주요국의 통화 긴축 기류와 달리 국내 시장금리는 오히려 하락 폭이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그 배경에는 추후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고민이 묻어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워낙 불확실하다보니, 기준금리 인상 스케줄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 ‘이례적인’ 하락

2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서울채권시장에서 한은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5일 이후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가장 최근인 22일 금리는 2.147%. 지난 1월8일(2.135%)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채권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엿새간 3년물 금리의 내림 폭은 8.0bp(1bp=0.01%포인트).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시그널이 전해진 14일 당일 0.4bp 상승했을 뿐,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다. 최근 한은의 매파 색채가 짙어지는 기류와는 다소 괴리가 있다.

이는 국내 고용 둔화 충격파가 시장을 강타한 데다, 미·중 무역전쟁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읽힌다. 나라 안팎으로 하방 리스크가 커진 만큼 한은이 섣불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많아진 것이다.

국내 시장금리 하락 폭은 미국보다 더 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영향을 받는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FOMC 직후인 지난 13일(현지시간)부터 7거래일간 2.4bp 내리는데 그쳤다. 간밤 2년물 금리도 전날보다 0.43bp 오른 2.5412%에 마감했다. 무역전쟁이 지속된데 따른 금리 하락 압력도 있었지만, 연준의 인상 의지가 확고한데 따은 금리 상승 압력도 컸다.

채권시장 한 인사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에 주요국 국채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국채금리는 하락)했지만 그 폭은 달랐다”며 “국내 금리가 큰 폭 내린 건 한은이 이른 시기에 인상에 나설 여건이 아니라는 시장의 고민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주요국이 일제히 돈줄 조이기에 나서는 상황이어서 국내 시장의 ‘탈동조화’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는 올해 7월, 8월, 10월, 11월 총 네 차례 남아 있는데, 인상 시기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모이지 않고 있다. 올해 한 번은 올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관측이 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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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통화정책 녹록지 않다”

장기채권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22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608%로 전날보다 1.4bp 상승하긴 했다. 하지만 그 수준은 4월13일(2.603%) 이후 두 달 여 만의 최소치다. 만기가 같은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22일 기준 2.8961%)보다도 낮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글로벌 장기시장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국내 금리가 더 낮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경기와 물가를 보는 눈이 어둡다는 뜻이다.

금융시장뿐만 아니다. 최근 랜달 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경제담당관의 언급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앞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음달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가파른 인상 속도보다 국내 물가 둔화세를 더 신경써야 한다는 조언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와 비슷한 통화정책 견해를 갖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크다”며 “미국과 금리 역전 격차가 확대되더라도 당분간 동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도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을 알고 있다. 한은 한 관계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며 “과거 어느 때보다 통화정책 운용이 녹록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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