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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보유세 '무딘 칼날' 논란…칼집 꽂혀있던 게 외려 나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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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개혁특위 4가지 시나리오 내놨지만…세율·공시가율 '미세조정' 그쳐 집값은 '달마다 억씩 뛰었다'는데…가장 강한 案 적용해도 11년전 세수에도 못 미쳐 '자산 불평등' 해소에 방점 찍어야…머뭇대다 정권 중후반 '심대한 타격' 될 수도

CBS노컷뉴스 이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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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이 당초 예상보다 대폭 낮은 수위로 윤곽이 잡히면서, '찻잔 속의 미풍'을 넘어 투기세력을 비롯한 시장 전반에 '잘못된 시그널'이 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두 달여 논의 끝에 22일 내놓은 개편안은 크게 4가지 시나리오다.

1안은 현행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 10%씩 10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안이다. 2안은 공정가액비율을 그대로 두되 주택은 최대 0.5%p, 토지는 최대 1%p씩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올리는 방안이다.

가장 강력한 안으로 꼽히는 3안은 두 가지를 모두 올리는 방식이지만, 과세 대상이 최대 34만 8천명에 불과한 데다 최대 세수도 8629억~1조 2952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마지막 4안은 여기에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사실상의 '면죄부'까지 덤으로 얹었다. 세율 인상 없이 공정가액비율만 90%까지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식이다.

이번 개편안은 대체로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부세율의 미세조정에 그쳤을 뿐, 큰 '밑그림'은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양극화의 주범인 자산 불평등, 특히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를 해소하자는 게 국민 70% 이상의 여론임에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방안이 나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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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3안이 채택된다 해도 이명박정부때 반토막으로 무력화된 연간 세수 1조 5천억원에 더해 2조 8천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11년전인 2007년 세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달마다 억씩 뛰었다'는 부동산 폭등 현상을 감안하면 오히려 크게 후퇴한 것으로 여겨진다.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이 정도면 참여정부 당시로의 복원조차 안되는 수준"이라며 "이명박정부가 개악한 제도와의 중간 수준, 오히려 MB쪽에 더 기울어진 안"이라고 황당해했다.

고가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줄여준 것도 논란거리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김용원 간사는 "1주택자란 이유만으로 세 혜택을 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이른바 똘똘한 한 채는 전세를 주고 본인은 다른 곳에 거주하는 사람도 상당수인데 진정한 1주택자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공정가액비율 역시 도입 당시부터 '일몰 개념'이었기 때문에 새로울 게 없는 데다, 세금의 종목과 세율을 법률로 정하게 한 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재산세는 시차를 두더라도, 종부세 경우엔 이를 당장 없애는 게 맞다는 얘기다.

특히 공시가격 현실화 등 과표기준 개편에 대한 논의가 누락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헨리조지포럼 이태경 사무처장은 "상상력과 담대함이 일체 결여된 안"이라며 "촛불민심과 지방선거 압승으로 국민들이 힘을 모아줬는데도 이렇게 소심하고 소극적일 수 있는지 부끄러울 따름"이라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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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된 상하위 소득 격차 심화나 영세 자영업자 몰락 등의 기저에도 '자산 불평등'이 핵심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부동산 공화국 타파' 없는 소득주도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남 소장도 "400만 가구쯤 되는 소득 하위 20%는 부동산을 거의 못 갖고 있는 계층"이라며 "제대로 보유세를 개편해야 주거 안정은 물론, 궁중족발로 상징되는 임대료 착취 문제도 해결될 터인데 무슨 눈치를 보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종부세수의 80% 안팎을 차지하는 토지에 대한 과세 개혁안이 제대로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김용원 간사는 "법인이 과도하게 토지를 갖고 있는 것에 특위가 문제의식을 표시하면서도 전혀 대책을 내놓지 않은 건 아쉽다"며 "전향적 검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번 개편안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누리고 추구해온 세력에게 '그린라이트'로 읽힐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크다.

이태경 사무처장은 "이 정도 방안이면 시장 전반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식할 것"이라며 "칼이란 게 칼집 안에 있을 때 무서운데, 오히려 칼집 안에 있는 것만도 못한 경우가 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남 소장 역시 "더 이상 부동산으로 돈벌기 쉽지 않겠구나 하는 시그널을 줘야 하는데 반대 신호가 나와버렸다"며 "계속 부동산으로 돈벌 수 있는데 혁신성장이니, 소득주도니 구호가 눈에 들어오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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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장하성 정책실장으로 대표되는 청와대 참모그룹이 '엉뚱한 번짓수'에서 양극화 해법을 찾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문제는 '자산 격차'임에도 자꾸 '임금 격차'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임대료 폭등에 따른 영세자영업자의 소득 감소 같은 현상에 대해 제대로 된 진단이나 설명이 이뤄지기 힘들다. "모든 게 최저임금 인상 때문" 같은 프레임이 비집고 들어올 뒷공간을 스스로 내주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보유세 개편도 지난해 '핀셋 증세'처럼, 이제는 여당 내부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어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마침 지도부 교체기를 눈앞에 두고 있어 '깃발'을 꽂고 나서기에도 적기여서다.

국정지지도가 유례없이 높은 정권 초반임에도 주저주저하다 돌을 잘못 놓을 경우, 경제 이슈가 본격 부각되는 중후반기엔 치명적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당장 총선이 가시권 안으로 서서히 들어오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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