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부동산 거품'은 1991년부터 꺼지기 시작했고, 뒤늦게 날아온 세금 고지서는 일본 경제를 장기 불황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지가세가 시행된 1992년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미 일본 전역으로 확산한 상태였다. "땅값이 내렸는데 왜 세금을 더 내야 하느냐"는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22일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이 공개되자 급격한 부동산 경기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부세 증액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국내 부동산 경기가 수도권과 지방 모두 위축된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이라는 규제가 시장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지방에선 주택 거래 감소, 매매가·전세금 동반 하락이 심각하고, 미국발 금리 인상 등 대외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가 이미 꺾였고, 내수 불황 등 전반적인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보유세 부담이 늘면 국내 부동산 시장이 과거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보유세 인상이 부동산 투자 수요를 꺾어 단기적으로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이 내리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기존 대출 규제에다 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 주택시장이 심각한 '동맥경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 인상 여파가 서울 강남권 등 고가 주택 밀집 지역보다 지방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직접적으로 종부세 영향을 받지 않지만,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 가뜩이나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지방 부동산 시장이 초토화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보유세 인상 타깃인 강남 고가 주택 소유자가 매물을 내놓을지 의문"이라며 "수도권 비인기지역이나 지방 소재 주택을 우선 처분하고 강남 등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트렌드가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중언 기자(jinmir@chosun.com);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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