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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제야 '뉴페이스 부재' 통감하는 6080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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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비대위원장 후보군에 60~80대 인사만 오르내려 10년 계파싸움… 사람 안키운 탓, 당내 "세대교체로 활로 찾아야"

6·13 지방선거 패배로 위기에 몰린 자유한국당이 혁신비상대책위를 추진하고 있지만,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60~80대 인사만 오르내리고 있다. 당 면모를 쇄신할 30~50대의 '뉴페이스'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선 지난 10여 년간 계파 싸움에 매몰돼 새로운 인물 키우기를 외면한 결과라는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은 지방선거 이후 다방면으로 비대위원장 후보를 물색해왔다. 김병준(64) 국민대 명예교수와 김종인(78)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황식(70)·황교안(61) 전 국무총리, 박관용(80) 전 국회의장 등이 물망에 올랐다. 모두 60대 이상이다. 김 권한대행은 "자수성가한 40~50대 기업인 중에서도 인물을 찾아보고 있다"고 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다.

이 같은 상황은 지방선거 공천 때도 이미 벌어졌다. 서울시장 선거엔 3선 의원에 경기도지사를 두 번 지낸 김문수(67) 전 경기지사, 충남지사 선거엔 6선 의원으로 대선에 두 차례 출마한 이인제(70) 전 의원이 나섰다.

당 핵심 인사는 "당 이미지부터 젊고 새롭게 확 바꿔야 하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마땅한 후보가 없다"고 했다. 비박계 현역 의원은 "국민 눈에 한국당 전체가 '올드보이' 정당으로 비치고 있다"고 했다. 박관용 전 의장은 "어른이 중심 잡고 호통 쳐주면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과거 여야가 모두 (그렇게) 해봤지만 전부 실패했다"며 "그것은 수습 방안이 아니다"고 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4말5초(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속하는 신진 인사를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김 권한대행은 "비대위를 이끌 만한 40~50대 인재를 폭넓게 접촉하며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당내에선 매 선거 때 미래 리더가 될 만한 인물을 발굴하지 않고 계파 지시에 잘 따를 만한 '순응형' 인물을 공천해 왔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당 중진의원은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모두 계파 공천에만 열을 올리며 새 인물 발굴을 등한시해 왔다"며 "보스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문화가 너무 강해 새로운 진로와 비전을 제시할 인재를 기르지 못했다"고 했다.

당내에선 지금이라도 과거 영국처럼 파격적인 세대교체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영국 노동당은 1979년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에 정권을 내준 뒤 18년 만인 1997년 당시 41세인 토니 블레어 총리를 내세워 정권을 되찾았다. 그러자 보수당은 2005년 39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을 당수로 선출했고 2010년 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장 당을 안정화할 원로급보다 새로운 생각과 스타일을 가진 인물을 찾는 게 더 시급하다"고 했다. 동국대 박명호 교수는 "현재 보수 정당 구조에선 당장 새 피를 수혈한다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시간이 조금 흐르면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40~50대 인물군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날도 친박·비박 간 계파 싸움을 벌였다. 김성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쇄신과 혁신이 시급한 이 시점에 다시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아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친박) 목을 친다'는 메모를 유출해 당내 갈등의 불씨를 지핀 비박계 박성중 의원에 대해선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당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권한대행이 '친박의 망령'이란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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