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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김훈배의 뮤직잇(IT)템] 직원에게 시간·자유를 허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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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저녁 회식 하지 마라. 젊은 직원들도 밥 먹고 술 먹을 돈 있다. 친구도 있다. 없는 것은 당신이 빼앗고 있는 시간뿐이다."

직장인들에게 한동안 이 글귀가 격한 공감을 얻은 적이 있다. 이 글은 문유석 판사가 모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의 일부인데 직장인들에게 퇴근 후 주어지는 자유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일과 삶의 균형,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하는 52시간 근무제도가 7월부터 시행된다. 300인 이상 근로자가 일하는 기업에 우선 적용되고, 2021년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52시간 근무제도를 따라야 한다. 이 제도로 직장인들은 과거 법적 근무시간보다 주당 16시간 적게 일하게 된다.

최근 음악서비스 업계도 토론회를 열고 52시간 근무제도 운영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필자는 52시간 근무제도가 직장인들뿐 아니라 문화산업에도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람들은 노동시간이 줄고 여가시간이 느는 만큼 문화가 주는 혜택을 누리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음악을 들으며 일상에서 음악이 주는 감성을 즐겨온 사람들은 좀 더 여유 있게 음악을 듣는 시간을 늘리게 될 것이고, 가끔은 부담 없이 퇴근시간 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음악 버스킹 축제를 맛보는 재미를 누리게 될 것이다.

필자는 52시간 근무제도로 누구나 여유 있게 음악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즐기는 시대에 살게 되길 꿈꾼다. 오프라인 공연 현장에서 그 아티스트의 과거 공연 현장을 온라인으로 찾아보며 느끼는 재미, 이것이 뮤직 테크놀로지가 줄 수 있는 새로운 음악O2O 서비스 아니겠는가. 늘 새로운 서비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비스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는 음악서비스 업계 직원들도 52시간 근무제도로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필자가 경영하는 지니뮤직에서 5년 전부터 도입한 10시출근제를 시행했는데 직원들의 만족감이 상당히 높았다. 대다수 직원들이 러시아워 출근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만족해 했고, 아침시간을 자유롭게 운동, 자기계발을 위해 쓸 수 있게 됐다고 즐거워했다. 출근이 늦으니 그만큼 퇴근이 한 시간 늦어지는데도 직원들은 늦은 출근을 더 선호했다. 현재 지니뮤직은 10시 출근제와 함께 월수금 정시퇴근제도를 운영하며 52시간 근무제도를 사전에 적용해보고 있다.

외부 사람들이 "직원들이 늦게 출근하면 업무에 지장이 있는 것 아니냐, 정시퇴근제를 운영하면 업무를 하다 말고 집에 가는 것 아니냐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지만 필자는 직원들이 스스로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긍정적인 계기가 된다고 본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추구하면서 어떻게 기업이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의견은 더 이상 음악서비스 업계에서는 통하지 않게 됐다. 아니 워라밸을 추구하면서 직원들이 현재 행복할 때 고객과 교감하며 고객이 진정 원하는 음악서비스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열정을 쏟을 수 있다.

우리는 언제 음악을 듣는가. 우리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혼자 있을 때, 함께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음악을 켠다. 숨 가쁘게 바쁘고 시간에 쫓길 때 음악을 트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음악서비스 업계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들을 만큼의 잠시의 여유도 없이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면, 감히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음악을 듣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음악 업계가 52시간 근무제도를 활용해 직원들이 현재의 나를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과 여유를 가져야 하는 이유다.

회사가 진정 직장인들에게 더 많은 창의성을 발휘하길 원한다면, 창의성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길 원한다면, 직원들에게 시간과 자유를 허용하라. 이것이 52시간 근무제도라는 브레이크가 기업과 직장인들에게 주는 메시지다. 당신 생각은 어떠한가.

[김훈배 지니뮤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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