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남극대륙 서부 지각 빠르게 융기해 빙상 안정화에 청신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간 41㎜ 융기하며 더 가속할 듯…美연구팀 "게임체인저" 연구결과 남극대륙 전체로 확대하는데는 신중

연합뉴스

남극대륙 하프문베이의 빙상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남극대륙 서부의 얼음이 녹으면서 무게가 가벼워져 지각이 기록적으로 융기 중인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돌이킬 수 없는 속도로 녹아 사라질 운명에 처한 남극대륙 서부 빙상(WAIS)을 안정화해 더는 녹지 않게 하거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주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의 과학기술 매체 phys.org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지구과학대학원 명예교수인 테리 윌슨 박사 연구팀은 남극대륙 아문센해 해안 기반암에 부착된 극지관측망(POLENET)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측정소 6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간 41㎜ 융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밝혔다.

아이슬란드와 알래스카도 얼음이 녹으면서 지각이 급속히 융기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연간 융기 폭이 20~30㎜에 그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남극대륙 서부의 지각 융기는 매우 빠른 것이다. 윌슨 교수는 "특이하고 매우 놀랍다"면서 "(판도를 바꿔놓는) 게임체인저"라고도 했다.

연구팀은 지각 융기가 앞으로 점점 더 빨라져 앞으로 100년 안에 현재의 2.5~3.5배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각이 융기하면 빙상 보존에 도움이 되지만 수천 년에 걸쳐 매우 서서히 진행돼 현실적으로는 빙상 안정화에 충분치 않으리라고 예측돼 왔다.

그러나 남극대륙 서부는 지각 아래 '맨틀(mantle)'의 점성(粘性)이 낮아 빙하의 얼음이 녹으면서 융기가 이뤄지는 '빙하 지각균형 조정(GIA)'이 과학자들이 예상해왔던 것보다 빨리 이뤄지고 있으며, "이번 연구결과는 빙상 안정화에 수십 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는 WAIS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을 120cm 가량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해수면 상승의 4분의1은 WAIS가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나있으며, 일부 과학자들은 WAIS 붕괴를 더는 저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내놓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녹아내리는 남극 빙산



남극대륙 서부는 상당지역이 해수면 아래에 있어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닷물이 빙상 아래로 흘러들어 얼음층을 얇게 하고, 바닷물과 빙상, 지각이 만나는 지표선(Grounding Line)을 내륙 쪽으로 밀어올려 얼음이 더 빨리 녹는 현상이 이어져 왔다.

윌슨 교수는 이런 현상을 저지할 수 없는 듯이 보이지만 얼음이 녹으면서 빙상의 중력이 약해져 해수면이 낮아지고, 지각 융기로 지표선이 상승하고 내륙의 경사도가 완만해지는 등의 효과로 이런 과정을 늦추거나 중단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남극대륙이 복잡한 지리적 특징을 갖고 있고, 부정적 효과도 배제할 수 없는 점을 들어 이번 연구가 아문센해 인근의 빙상 보호에 희소식인 것은 분명하지만 남극 대륙 전체가 그렇다고 볼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omn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