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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현대重, 해양공장 가동중단…"유휴인력 5600명, 갈 곳 없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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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개월째 수주못해 가동중단…중국·싱가포르 저가공세에 향후 수주도 불투명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현대중공업이 35년 만에 처음으로 해양공장 가동중단을 공식화하면서 5600여명의 노동자가 고용불안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사장)은 22일 담화문을 내고 "해양야드는 일감이 확보될 때까지 가동 중단에 들어간다"며 "조직 통폐합과 대규모 유휴인력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해양공장 가동중단은 1983년 4월 이 공장 준공 이후 35년 만에 처음이다.

가동중단은 현대중공업이 43개월째 해양플랜트 수주를 하지 못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의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 수주이후 단 한건의 수주도 하지 못했다. 오는 7월 말 나스르 원유생산설비를 인도하고 나면 8월엔 일감이 모두 떨어지게 된다.

해양공장 가동중단이 예고되면서 해양공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2600여 명과 사내 협력업체(하청업체) 노동자 3000여 명 등 5600여명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됐다. 협력업체 노동자 수는 현대중공업 해양사업 매출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3년(4조7530억원)과 2014년(4조6530억원) 2만명이 넘었지만,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45.6%) 지난해(2조5천870억원)에는 4000여 명으로 줄었고, 최근에는 3000여 명으로 감소했다.

현대중공업도 유휴인력에 대해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수는 찾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미 유휴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근무시간 단축, 순환 휴직, 교육 등을 진행해왔다"며 "해양공장 가동중단으로 인해 생긴 유휴인력 문제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향후 일감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물량 확보를 위해 베트남 국영 페트롤베트남의 자회사와 미국 석유기업 셰브런의 각각 15억달러와 20억달러 규모 원유생산시설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중국과 싱가포르의 저가공세에 앞선 수주들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강 사장 역시 담화문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가동 중단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지난해부터 여러 프로젝트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생산성에 비해 턱없이 높은 원가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다" "3분의 1수준의 인건비로 공격해오는 중국, 싱가포르 업체에 밀리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실제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 기대를 걸고 입찰에 뛰어들었던 글로벌 석유회사 BP가 발주한 아프리카 토르투 가스전 프로젝트는 중국 코스코와 프랑스 테크닙FMC 컨소시엄에 뺏겼다. 처음에는 현대중이 다소 유리했으나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렸다. 이 사업은 해양플랜트 사업 규모만 약 20억달러(2조2610억원)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로열더치셸이 발주한 멕시코만 비토 FPU(부유식 원유생산설비)와 스타토일이 발주한 요한 카스트버그 FPSO 하부설비는 싱가포르 셈코프마린이 잇따라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들 역시 당초 한국 조선사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는데, 셈코프마린은 동남아시아의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국내 업체들을 따돌리고 낙찰 받았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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