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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성추행 고발’ 당할까 다친 여성 방치?... 온라인 와글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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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담, 기사 내용 잘못됐다" 당사자 추정 반박 등장도

한국일보

네이트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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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서 한 여성이 쓰러져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주변 남성들이 신체 접촉으로 인한 ‘성추행 고발’ 우려 때문에 이를 외면하고 돕지 않았다는 목격담이 등장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한 남성 네티즌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진실 게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당시 쓰러진 여성이라 밝힌 네티즌도 “남성이 성심성의껏 도와줬다”고 주장했다.

자신을 여대생이라 소개한 네티즌은 지난 16일 ‘네이트판’에 이틀 전(14일) 오후 4시 44분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목격했다는 상황을 전했다. 당시 한 여성이 에스컬레이터를 급하게 내려가다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주변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 글쓴이는 “지나가는 사람들,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그 상황을) 보기만 하고 있었다”며 “어떤 할머니가 넘어진 여자 분을 부축해 승강장 앞 의자로 데려다 주셨다”고 썼다.

문제가 된 것은 그 다음 상황이었다. 글쓴이에 따르면, 할머니는 쓰러진 여성을 의자에 눕히려고 했는데 힘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할머니는 주변에 있던 남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다들 외면했고, 이 가운데 한 남학생은 “미투 당할까 봐 (걱정된다)”라고 말하며 도움 주기를 꺼렸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결국 보고 있던 여학생들이 경복궁역에 연락한 건지, 역무원이 나와 상황을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이른바 ‘펜스룰(여성과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꺼리는 것)’을 실생활에서 경험한 건 그때가 처음이라고 했다. 남성들이 성추행에 휘말릴 것을 걱정해 위험에 빠진 여성까지 외면하는 건 온라인에서만 도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자신도 억울한 오해를 살까 봐 같은 여성임에도 도움 주기를 주저한 게 사실”이라며 “대한민국이 이렇게 각박해져 씁쓸하다”고 글을 맺었다. 이 목격담은 21일 기사화돼 포털 사이트에서 1만개 넘게 댓글이 달리는 등 논쟁의 중심에 섰다. 남학생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쪽과, 그래도 사람이 다쳤으면 도와줘야 한다는 쪽이 맞섰다.

그런데 당시 여성을 도운 남학생이라 소개한 네티즌이 “목격담과 사실이 많이 다르다”며 반박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씨는 이날 목격담을 기사화한 언론사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고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원 올 때까지 옆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목격담과 기사 내용과 달리 다친 여성을 성심성의껏 도왔다는 이야기였다.

A씨가 댓글을 달자 자신을 다친 여성이라 주장한 네티즌도 등장했다. C씨는 같은 날 A씨 댓글 아래 “당시 쓰러졌던 사람인데, 그때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남학생이 신고해 주고 구급대원들 오셔서 병원 갈 때까지 같이 있어줬던 건 기억이 난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국일보

A 언론사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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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도와주신 분들께는 정말 감사하고, 도와주지 않았다고 해서 뭐라 할 건 아니다”라며 “남학생들이 억울하고 기분이 나쁠 것 같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때 정말 고마웠다”고 적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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