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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주저앉은' 한국식 우버..훨훨 나는 美·中·동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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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스 김태호 대표, 지난 7일 사임 의사 밝혀

모호한 규제, 택시 업계 반발, 정부 기관 무기력

중국과 동남아 '우버'식 서비스 날지만, 韓은 날개 꺾어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한국식 우버’를 꿈꿨던 카풀(car pool) 스타트업 ‘풀러스’가 결국 주저 앉았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풀러스가 시범 운영한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경찰에 고발한 지 약 7개월만이다.

그동안 풀러스는 택시 업계의 거센 저항과 서울시의 불법 규정으로 사용자 감소를 겪었다. 정부 기관의 무기력과 모호한 규제 적용도 치명타였다.

◇주저앉은 풀러스..업계는 난감

21일 풀러스에 따르면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지난 7일 이사회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직접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사업 확장과 매출 성장이 어려워지자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풀러스는 70%에 이르는 직원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카풀 서비스는 유지하지만, 서비스 확장에 대비해 영입했던 직원들을 줄이게 된다. 김 대표 후임 인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 대표의 사임 사실이 알려지자 택시 업계와 카풀 업체 간 중재를 주된 과제로 삼았던 제4차산업혁명위원회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카풀 업체와 택시 업계간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택시 업계가 카풀 업체들과의 대화는 물론 토론회 참석까지 거부했지만, 위원회는 이들의 대화 참여를 종용했다.

난감하기는 스타트업 업계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 관련 기관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인 택시 업계의 반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그간 정부의 역할과 보여준 의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문제는 풀러스가 다져온 카풀 서비스에 대한 신뢰에 있다.

서울시의 출퇴근 시간 선택제 불법화 규정 이후 카풀 이용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폭발적 성장이 필요한 풀러스에는 치명적이었다. 덩달아 동종 경쟁 업체 럭시까지 시장 확장보다는 모회사 카카오모빌리티에 기댄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게 됐다. 카풀 서비스에 대한 저항 우려가 깔렸다.

택시 업계는 이번 풀러스 구조조정 선언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다만 카풀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이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서울은 이미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는 곳”이라며 “그렇지 못한 해외 도시에서 우버 등의 서비스가 정착됐다고 해서 우리까지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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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한국 車 공유 산업

일각에서는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도입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사태가 없었을 것으로 얘기했다. 그러나 법규 상으로 ‘출최근 시간 선택제’는 법의 회색지대에 있었다. 자가용의 유상운송을 금지한 운수사업법 기준으로는 불법이지만, 81조 카풀 예외 조항에서는 사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풀러스도 이를 바탕으로 출퇴근 시간 선택제 도입을 추진했다.

더욱이 알려진 누적 투자액만 220억원인 풀러스는 가파른 성장세가 필요했다. 이용 시간과 횟수에 제한이 있는 카풀보다는 이용 시간과 횟수 제한이 없는 ‘우버’식 모델이 필요했다.

실제 우버식 모델을 도입한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의 ‘그랩’은 매출과 기업 가치 면에 한국의 카카오모빌리티(약 2조원)를 앞선다. 디디추싱의 기업 가치는 올해 500억달러(약 56조)로 추산됐다. 말레이시아의 ‘우버’ 그랩의 추정 기업 가치는 60억달러였다. 우버의 본고장인 미국은 경쟁 업체인 리프트가 제너럴모터스(GM) 등 기존 자동차 메이커들의 투자까지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그랩에 투자하고 포털 자회사가 리프트의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조차 장래성을 인정하는 서비스인데, 우리나라에는 막혀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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