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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재건축 기부채납 현금도 OK..인프라 갖춘 강남권서 확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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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꼬 튼 재건축 '현금 기부채납'

신반포 12·21차 전국서 첫 적용

서울시, 재건축단지 5곳과 협의 중

부지 좁은 단지 재건축에 유리..기부금 도시재생 등에 활용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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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12차 아파트와 신반포 21차아파트(3주구)가 전국 최초로 기부채납(공공기여)을 현금으로 하게 됐다. 그동안 도로나 공원, 건축물 같은 기반시설로만 기부채납이 이뤄져 왔지만 재건축 단지에 마땅히 부지가 없거나 시설이 포화상태이면 현금으로도 할 수 있는 물꼬가 터진 것이다. 서울 내 다른 재건축 아파트 단지도 현금 기부채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이 제도가 활성화될 지 관심을 끈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제8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신반포 12차와 신반포 21차 3주구 아파트의 예정 법적상한 용적률 결정 요청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신반포 12차는 소형 임대주택 56가구를 포함해 총 479가구, 용적률 300% 이하, 최고 층수 35층 이하 규모로 짓도록 결정됐다. 신반포 21차 3주구도 기존 2개동, 108가구를 임대주택 43가구를 포함해 총 293가구, 용적률 299.4%, 최고 22층 규모로 재건축하게 됐다. 최종 결정 계획은 향후 건축심의 등을 거쳐 확정된다.

◇재건축 ‘현금 기부채납’ 첫발… 활성화될까

기부채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사유재산을 받는 제도이다. 아파트 재건축을 할 때는 단지의 용적률을 상향하는 인센티브를 주고 그에 따라 예상되는 이익을 도로나 공원, 어린이집 등 시설을 단지 주변에 지어 공공기여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최근 강남구 개포동 개포2·3단지 재건축조합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중인 대모산~개포·달터근린공원(구룡역)~양재천에 이르는 총 3㎞ 규모의 녹지축 공사비 70억원을 전액을 부담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전국 최초로 신반포 12차와 신반포21차 아파트에 현금 기부채납을 포함한 정비계획을 결정해 눈길을 끈다. 현금 기부채납은 2016년 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법률상 가능해졌지만, 세부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시행하기 어려웠다. 서울시는 작년 7월 ‘정비사업 현금 기부채납 운영계획’을 수립했고, 이번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두 단지가 최초로 결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신반포 12차는 단지 주변 도로를 확충하고 동시에 현금 약 90억원을 부담한다. 신반포 21차 3주구는 어린이집을 짓고 약 27억원을 납부할 예정이다. 이 돈은 서울시가 시내 저층주거지 기반시설 확보 등 다양한 곳 정비에 쓸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단지 내 활용 면적이 적거나 이미 기반시설이 여럿 들어선 단지를 중심으로 현금 기부채납이 활성화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신반포 21차의 경우 재건축 설계 도면상 공공기여 시설을 짓기가 어려워 어린이집을 짓고 현금을 내는 방식을 선택했다. 신반포 12차는 단지 주변 도로를 정비하는 동시에 현금으로 납부하면서 기부채납 의무를 충족했다.

◇“불필요 시설 난립 방지…현금 기부채납 활성화 필요”

현재 서울시에 현금 기부채납 방식을 협의하고 있는 단지는 신반포 19차 등 5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반시설이 부족한 강북에서는 공원·도로 등 기부채납을 선호하고 인프라가 상당 부분 완비된 강남에서는 현금 기부채납을 선호하는 추세”라면서 “면적이 넓지 않거나 단지 내에 시설을 지을 곳이 마땅치 않은 단지들이 현금 기부채납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결정에 해당 재건축 조합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신반포 21차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우리 단지의 경우 조합원 현금 기부채납 찬성률이 100%가 나왔다”며 “꼭 재건축에 이익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재건축에 따른 과실을 타 지역과 나누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현금 기부채납 방식이 활성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정 지역에 기반시설이 몰리는 것보다 현금이 쌓이면 재건축에 따른 이득을 여타 지역도 고르게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부채납이 기반시설로만 이뤄지면 특정 지역에 불필요한 시설이 난립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현금을 허용해주는 것이 낫다. 돈이 쌓이면 재생이 필요한 곳에 어떻게 사용할 지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해진다”면서 “특히 기부채납할 대상 부지가 작은 단지의 경우 현금을 내면 더 수월해진다. 소형 재건축 사업이 더 원활하게 이뤄지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시장이 침체한 상황이어서 예상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각종 규제로 재건축 시장이 위축된데다 부지가 큰 대단지 아파트는 현금 납부액이 크면 조합원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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