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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과학을읽다]①전기 만드는 도로 '와트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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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도심의 도로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있는 꼴라스사 직원들.[사진=꼴라스사 홈페이지(wattwaybycol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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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에서도 전기를 만듭니다. 도로 바닥의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위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비록 차량의 운동에너지를 이용한 전기생산은 아니지만 '차가 다니는 길' 외 도로의 다른 쓰임새가 생겼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한국에서는 낯설지만 프랑스나 네델란드에서는 이미 상용화돼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와트웨이(Watt way)'입니다.

와트웨이는 프랑스 국영연구소인 태양에너지 기술연구원(INES)과 꼴라스(Colas)사가 5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두께 7㎜ 정도의 다결정실리콘 태양전지 패널입니다. 건물이나 대지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설치해야 하는 기존의 태양광 발전과는 달리 도로 바닥에 태양광 패널을 부착해 전기를 생산하는 도로를 총칭해 와트웨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도로 위에 태양광 발전소가 생긴 셈입니다. 기존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넓은 부지를 확보해야 하고, 확보된 도로변 산지 등의 부지를 파헤치는 대규모 공사를 거쳐야 해서 친환경 에너지를 얻는다는 핑게로 오히려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와트웨이입니다.

다만, 도로 바닥에 태양광 패널이 깔리는 만큼 달리는 차량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 있어야 합니다. 와트웨이는 태양광 발전 패널 위에 여러 겹의 특수 플라스틱과 강화유리를 입혀 여러 차례 안전성 실험을 거쳐 인장 강도와 내구성을 공인 받았습니다.

꼴라스사에 따르면 도로에 설치되는 와트웨이 패널은 20년의 내구성을 지녔고, 대형트럭 100만대가 지나가도 끄떡없다고 합니다. 또 패널마다 난방장치가 장착돼 눈이나 얼음에도 얼지 않고, 감전과 누전 방지 설계가 돼 있으며, 기존 도로처럼 표면이 평평하지 않고 표면을 오톨도톨하게 만들어 마찰력 때문에 자동차가 미끄러지지 않습니다. 태양광을 반사시켜 여름철에는 아스팔트 도로의 온도 상승도 막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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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에프론 도심의 도로에 깔린 와트웨이.[사진=꼴라스사 홈페이지(wattwaybycol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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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2015년 12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협약인 '파리협정'이 채택된 이후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긍정 에너지(Positive Energy)'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와트웨이 사업이 시작됩니다. 세계 최초로 프랑스 서북부 오른(Orne) 지역에 폭 2m, 길이 1㎞의 2800㎡ 규모의 태양광 도로를 조성한 것입니다.

이후 꼴라스사는 프랑스의 리용과 말트, 에프론, 미국의 애틀란타 등 세계의 주요 도시 12곳에 와트웨이 시범도로를 구축해 운영하면서 전기 만드는 도로 시대를 열게 됩니다.

세계 최초로 전기 만드는 도로가 설치된 곳은 네델란드 크롬메니의 '솔라로드(Sola Road)'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자동차 도로가 아닌 자전거 도로이고, 길이도 시범적으로 조성된 곳이어서 70m 정도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로 가로등과 교통신호 등으로 활용된다고 합니다.

사실상 무거운 중량의 차량들이 다니는 도로 위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 전기를 생산하는 도로는 프랑스 오른의 와트웨이가 세계 최초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효율은 어떨까요? 지나다니는 차들이 도로를 가려 태양광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 차량이 가리는 도로의 면적은 10%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전기를 생산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일반 태양광 패널보다는 효율이 15% 정도 낮다고 합니다. 그러나 얇은 태양광 패널의 두께를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효율이라고 하네요.

꼴라스사는 현재 기술력으로는 와트웨이 패널 20㎡를 깔아야 프랑스의 한 가정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프랑스 환경부는 4m 정도의 태양광 보도블럭 만으로 한 가구에서 사용하는 난방을 제외한 전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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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말타의 한 건물 주차장에 깔린 와트웨이.[사진=꼴라스사 홈페이지(wattwaybycol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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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곱하면 16㎡ 정도 되는데 4㎡가 더 들어간 20㎡를 기준으로 설명한 꼴라스사의 계산에는 난방비가 포함된 것이니 오른 지역에 설치된 와트웨이 1㎞에서 하루에 공급되는 전력량은 1만7963㎾h입니다. 프랑스 환경부는 이는 지역 주민 50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랑스 환경부는 오른의 1㎞ 길이 와트웨이를 설치하는데 500만 유로가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와트당 6유로의 비용이 들어간 셈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향후 5년 간 태양광 도로를 1000㎞까지 늘릴 예정인데 그러면 프랑스 인구의 8% 가량인 500만 명에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까지는 생산비용이 좀 높은 편이지만 여러 가지 부가 기능을 통해 추가 수입을 올릴 수 있고,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한 부지를 빌리거나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설치 비용은 점점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 프랑스 정부의 예상입니다.

와트웨이는 미래형 친환경 도로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 나라는 이런 도로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일까요? '②전기 만드는 도로, 한국은?' 편에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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