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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위기의 위스키'...판매량 반토막인데 노조는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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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지오 10년만에 이익 반토막...해외 배당금 1200억→572억
페르노리카 노사갈등 격화...노조 "파업까지 검토"

위스키 업계가 실적 악화에 노사 갈등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달을 기점으로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조선비즈



22일 글로벌 주류조사 업체 IWSR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166만8000상자(1상자=9L 기준)로 2007년(284만8500상자)에 비해 118만 상자 가량 감소했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판매량이 가장 많이 줄었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몰트(발아된 보리)와 그레인(옥수수·귀리·호밀) 위스키를 섞어 만든 혼합주를 말한다. 발렌타인·조니워커·로얄 살루트 등이 대표적이다. 블렌디드 위스키 판매량은 2007년 275만1250상자에서 지난해 92만5500상자로 약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몰트 스카치 위스키는 3만4000상자(2007년)에서 7만8000상자로 두배 이상 늘었다. 몰트 위스키는 100% 보리(맥아)만을 사용해 제조한다. 글렌피딕·글렌리벳·발베니·맥켈란 등이 대표적이다.

◇위스키 판매량 10년만에 절반으로…’빅3’ 이익 감소

블렌디드 위스키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국내 위스키 3사 이익도 수직낙하했다.

조니워커·윈저를 판매하는 디아지오코리아는 2016회계연도(2016년 7월~2017년 6월)에 56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801억원)보다 30% 줄어든 실적이다. 10년 전인 2006년회계연도(1318억원)와 비교해선 절반 이상(57%) 감소했다.

디아지오는 한해 번 이익 대부분을 해외 본사에 배당해 왔다. 하지만 이익이 반토막나면서 배당금도 크게 줄었다. 디아지오코리아를 100% 지배하고 있는 본사(Diageo Atlantic B.V.)가 가져간 배당금은 10년전만 해도 12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572억원으로 줄었다. 배당성향은 101.8%다.

발렌타인·임페리얼로 유명한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디아지오 만큼은 아니지만 성장이 정체됐다. 2016회계연도 영업이익은 164억원으로 2006년(187억원)보다 감소했다. 영업현금흐름은 60억원으로 2006년(320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의 영업이익(155억원)도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국내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는 그나마 실적이 좋은 편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90억원으로 전년(242억원)보다 17% 가량 늘었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25억원으로 전년(166억원)보다 85% 감소했다. 골든블루는 위스키 시장이 정체되자 덴마크 맥주 브랜드인 칼스버그(Carlsberg)의 국내 판권을 획득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시도 중이다.

골든블루는 박용수 회장의 두 딸인 박동영·박소용씨가 각각 25.09%씩 지분 절반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 회장과 부인 김혜자씨는 각각 16.61% 16.65%를 보유중이다. 현재 골든블루 경영은 큰 딸인 박동영씨의 남편인 김동욱 사장이 맡고있다. 지난해 이들 대주주가 가져간 배당금은 18억원이다.

◇페르노리카 노사갈등 확대...노조, A전무 성희롱 고발 “파업도 불사”

위스키 성장이 정체되면서 노사 갈등도 확대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본사는 최근 노동조합과 20여 차례에 걸친 임금 및 단체교섭을 벌였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 측은 파업까지 검토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영업 임원인 재미교포 A 전무의 욕설 및 갑질 논란도 도마위에 올랐다. 노조 측은 직원 성희롱과 욕설 등 갑질을 수시로 일삼았다며 A 전무를 노동부에 고소했다.

하지만 장 투불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가 최근 영업 임원 A씨 갑질 논란에 대해 전 직원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욕설은 불법이 아니다”며 A 전무를 두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사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업계는 디아지오·페르노리카 등 위스키 업체들이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7월 1일을 기점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특히 디아지오는 새 수장으로 부임한 이경우 대표이사가 수익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본사를 강남 파이낸스 센터에서 여의도 IFC로 이전하기도 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위스키 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의 수익성이 수년째 악화되면서 구조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를 해야 하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부터 줄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윤정 생활경제부장(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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