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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MT리포트]색조화장에 제모까지, 화장하는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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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양성희 기자] [편집자주] 여성의 변신만 무죄가 아니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데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피부톤은 투명하게, 눈썹은 선명하게, 입술은 촉촉하게 관리하는 메이크업은 기본이다. 한 번 시작하면 점점 더 다양한 제품을 찾아 쓰는 화장품 시장의 소비법칙이 고스란히 작용한다. 아이돌 등 연예인과 같은 외모가 각광 받고, 첫 인상이 취업 성패를 가르는 사회 분위기도 이 같은 현상을 거든다.

[화장하는 남자들](종합)]


색조화장에 문신·제모까지…진화하는 '그루밍족'

[화장하는 남자들]①뇌섹남·요섹남 이어 '화섹남' 시대…눈썹문신·수염제모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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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본점 디올 매장에서 한 남성이 눈썹 메이크업을 하는 모습.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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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유현재씨(가명·25)는 1~2개월마다 피부과를 찾는다. 그가 피부과에서 받는 시술은 다름 아닌 레이저 제모다. 매일 아침 면도를 꼼꼼히 하는데도 오후 4~5시쯤 수염이 다시 자라 턱선이 거뭇거뭇해지는 것이 싫었다. 유씨는 "제모 전에는 중요한 모임이 있을 때마다 가방에 면도기를 챙겨 나왔다"며 "수시로 면도를 하니 피부 트러블이 끊이지 않았고 수염이 더 굵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유씨는 턱과 인중 등에 5회 정도 제모를 받았는데 수염 양이 눈에 띄게 줄었고, 굵기도 가늘어져 한결 손질이 수월해졌다. 지난달부터는 종아리 제모도 시작했다. 그는 "과거엔 무성한 털이 남성의 상징이자 자랑이었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반바지 입는 것을 에티켓에서 벗어난 행위로 간주한다"며 "병원과 가격 등 제모 관련 정보를 묻는 친구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루밍족(자신의 외모 관리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남성) 3.0 시대'가 열렸다. 기초 화장품과 클렌징으로 피부 관리하는 것을 넘어 자외선 차단·피부톤 보정 등에 관심을 갖더니 이제는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메이크업(색조화장)과 제모·문신까지 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에 이어 '화섹남(화장을 아는 섹시한 남자)'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남성들 사이에선 눈썹을 선명하게 만들고 입술을 윤기나게 관리하는 남성 화장법이 유행이다. 각종 화장품은 물론 미용기구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관련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은 지난 2015년 연 1조원을 넘어선 이후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커졌다. 이는 면세 유통이나 젠더리스(성별 구분 없앤) 상품 등이 포함되지 않은 집계여서 실제 시장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2020년에는 1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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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는 남성용 화장품의 성장세가 여성용을 따돌린 지 이미 오래다. 롯데백화점 전체 화장품 매출에서 남성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8%에서 지난해 22.5%로 늘었다. 올 들어서는 남성 고객 비중이 더 늘어 5월말 현재 26%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색조화장품 구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5월말까지 롯데백화점에서 색조화장품을 구입한 남성고객 비율은 11%로 2016년 6%에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남성고객 화장품 매출 성장률은 7.5% 로 여성고객(3.6%)의 2배를 웃돌았다.

안대준 롯데백화점 잡화부문장(상무)는 "아이돌처럼 깔끔한 외모를 선호하는 수요가 늘면서 남성 전용 기초제품은 물론 비비크림, 쿠션팩트, 아이브로우 등 색조화장품도 잘 팔린다"며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뷰티업계 법칙이 확실하게 적용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CJ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다리털숱정리기, 립밤, 색조화장품 등 그루밍 관련 제품 판매율도 전년보다 20~50%대 성장했다.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는 매장에서 직접 눈썹을 정리해주는 '브로우바 라운지'를 운영중인데 이 곳의 남성 고객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15년 1만8000명 수준이던 브로우바 남성 고객수는 2016년 4만명으로 1년새 120%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5% 안팎 남성 고객이 더 늘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졸업사진 촬영이나 기업 면접이 몰려 있는 취업 시즌엔 남성 고객 비율이 치솟는다"며 "20~30대 뿐 아니라 40~50대 중년 고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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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더 나아가 아예 눈썹 문신을 하는 남성들도 늘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에 다니는 김준호씨(가명·37)도 최근 눈썹 문신을 했다. 선명해진 눈썹으로 김씨의 이미지가 확 달라지자 같은 회사 선후배와 친구들 여러 명이 문신 대열에 합류했다. 김씨는 "매일 아침 눈썹 손질하는 것이 번거로워 문신을 받았는데 대만족"이라며 "눈썹숱이 적어 인상이 흐릿해 보였는데 문신 이후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피부과에는 털을 없애거나 줄이려는 남성 환자들이 줄을 선다. 남성 제모 환자가 연 평균 20~30%씩 늘고 있다고 업계는 추정한다. 김지영 클린업피부과(명동점) 원장은 "남성 제모 환자의 시술 부위는 턱선, 볼, 이마 등 얼굴 뿐 아니라 팔, 다리 등 신체 다양한 부위로 확대되는 추세"라며 "과거에는 남성 환자의 상당수가 여자친구, 부인 등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지만 최근엔 시술 정보를 스스로 알아보고 결점을 커버하려는 적극적인 환자들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송지유 기자


"외모는 나의 힘"… 한국에서 남자로 산다는 것

[화장하는 남자들]②1인당 7.4개 화장품 사용… 립밤·향수 등 갖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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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같은 외모가 각광받고,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국내 그루밍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기초 제품을 넘어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눈썹·입술 메이크업, 문신·제모 등 수요도 늘고 있다. 최근 대기업에 입사한 한 남성이 백화점 남성화장품 매장에서 제품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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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클렌징으로 세안하고 토너와 로션, 에센스를 챙겨 바른다', '선크림으로 자외선을 차단하고 비비크림이나 쿠션팩트로 피부톤을 보정한다', '바디로션을 사용하고 주기적으로 마스크팩을 한다', '립밤을 갖고 다닌다', '눈썹 라인을 정리하고 숱이 없는 부분은 아이브로우 펜슬로 채워 넣는다' ….

2018년 대한한국 20~30대 남성들의 화장품 사용 패턴이다. 이 중 3개 이상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남성 화장품 시장 평균 이하 소비자다. 21일 소비자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오픈서베이가 국내 거주하는 20~39세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화장품 사용 현황을 조사해보니 평균 7.4개 제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남성 소비자의 절반 이상인 55%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혼자 제품을 구입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5%는 가방이나 자동차, 바지주머니 등에 화장품을 휴대하며 수시로 사용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 관련 청문회 도중 립밤을 꺼내 발라 화제가 됐는데 실상 일반 남성소비자 10명 중 6~7명은 립밤이나 향수, 로션 등을 가지고 다니는 셈이다.

◇피부톤 투명하게, 눈썹 선명하게…립밤 바르는 남성들=한국 남성이 많이 쓰는 제품은 폼클렌저(78.8%)와 로션(75%), 토너(69.2%) 등이다. 향수(46.2%)와 바디로션(41.8%), 선크림(41.4%), 립밤(37.4%) 등을 쓰는 남성도 40% 안팎에 달한다. 수분크림(33.2%), 에센스(29.6%), 마스크팩(23.4%), 비비크림(15%) 등도 일반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여성들에게 익숙한 쿠션팩트,아이브로우 등도 남성 소비자들이 많이 구입하는 아이템이다.

샴푸, 린스 등까지 더하면 사용하는 제품 수가 더 늘어난다.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국내 화장품 소비자 사용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남성들은 한달 평균 13.3개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향수, 데오드란트(땀냄새 등 소취 기능성 제품), 면도용품 등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스킨케어 등 전체 사용 제품수가 적은 해외 남성 소비자와는 차이가 있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피부관리를 한다. 상당수 군인들이 야외 훈련 때 선크림을 챙겨 바르고, 위장크림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사용한다. 아이크림에 마스크팩까지 쓰는 사람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소비자 실태 조사를 해보면 한국 남성들이 피부 관리, 화장품 선택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뜨는 큰 전환점은 군대"라며 "군 복무 시절 피부가 많이 망가지기 때문에 관리하는 습관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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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도 경쟁력"…치열한 생존경쟁, 소비 키워=화장품 구매액도 높아지고 있다. LG생활건강 소비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3만원 안팎이던 남성들의 1회 화장품 구매액은 2011년 4만8000원, 2014년 5만9000원으로 늘었다. 현대백화점이 조사한 남성 화장품 객단가(1인당 구매액)은 2015년 7만8000원에서 지난해 8만5000원으로 뛰었다.

한국 남성들이 화장품을 적극 구매하는 등 외모를 가꾸는데 주저 없이 지갑을 여는 것은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사회풍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취업 전선에서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남성들의 화장품 소비패턴이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태동 단계에서 큰 변화가 없던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이 외환위기 이후 성장기로 접어든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한 대기업에 입사한 박재웅씨(가명·30)는 "면접을 앞두고 남성 전용 메이크업 강좌나 시연회를 찾아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점을 빼거나 제모를 하는 친구들도 많다"며 "취준생 입장에선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뒤처지면 안된다는 위기감때문에 경쟁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학력, 외국어 점수 등 스펙을 배제한 블라인드 채용이 늘면서 외모가 당락을 결정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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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귀여운 외모의 남자 연예인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따라 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에게 좋은 모습 보이려는 노력은 세대를 떠나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인성이나 실력보다 외모가 최우선 순위이자 가장 중요한 절대 가치로 인식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은 한국 시장에 신제품을 먼저 내놓고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아시아 시장 전략을 짜기도 한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는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올 하반기 종합 그루밍숍을 선보인다. 랩시리즈, 비오템 옴므, 디올 옴므 등 대표 브랜드의 경우 한국을 중요한 테스트 베드이자 매출이 높은 핵심 시장으로 분류, 관리한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SK-Ⅱ도 남성라인 제품을 한국 시장에 먼저 내놨다.

송지유 기자


스킨만 바르던 터프가이, '잘 꾸미는 예쁜 남자' 됐다

[화장하는 남자들]③꽃미남 각광받던 2000년대 초반 '그루밍족' 탄생…'화장남' 일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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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꾸미는 예쁜 남자'를 남사스럽게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남자가 화장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화장품 시장에 남성용은 기초제품이 전부였고, 남성미만을 강조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까지 시리즈로 출시된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의 남성화장품 '쾌남' 광고가 이를 증명한다. 당시 쾌남 광고는 캠핑, 등산, 펜싱, 승마 등으로 남성의 야성미를 부각했다. 모델인 배우 남궁원이 펜싱을 즐긴 뒤 터프하게 토너를 바르는 식이었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화장하는 남자'가 TV광고 전면에 등장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2002년 소망화장품(현 코스모코스)의 '꽃을 든 남자'가 '컬러로션'을 출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대 최고의 '꽃미남 스타' 축구선수 안정환과 배우 김재원이 어깨를 부딪고 지나가며 "피부가 장난이 아닌데?!", "로션 하나 바꿨을 뿐인데"란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은 뭇남성들을 색조 화장품에 '입문'시켰다. 꽃미남 열풍이 불면서 이상적인 남성상에 변화가 일던 때였다.

2000년대 초반 안정환, 김재원을 비롯한 꽃미남 스타들이 각광받고 미국에서 탄생한 '그루밍족'이란 신조어가 전세계적으로 널리 퍼지면서 '화장남'은 점점 일반적으로 인식됐다. 남성 전용 화장품 브랜드가 잇따라 탄생한 것도 이 시기다. 화장품 회사들은 브랜드 모델로 남성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2009년 '월드스타' 비(정지훈)와 손잡은 것이 한 예다. 현재 모델은 엑소(EX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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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37° 이종석 광고 이미지. /사진 제공=LG생활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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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숨37°), 정해인(듀이트리), 이승기(리더스코스메틱), 갓세븐(더페이스샵) 등 남성 연예인이 화장품 모델로 활동하는 건 더이상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됐다. 브랜드들은 대부분 '예쁜 남자' 이미지로 소구하는데 여기엔 큰 호응이 따른다. 화장을 곱게 한 보이그룹 '세븐틴'이 손으로 브이(V)를 그리고 얼굴을 요리조리 돌리며 일명 '하라케케 댄스'를 추는 영상은 화제가 됐다. 업로드 한달여 만에 유튜브에서 268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중고등학교 교실에선 이 춤이 유행처럼 번졌다. 화장품 브랜드 '더샘'의 '하라케케' 라인 광고다.

전문가들은 외모도 경쟁력이 된 분위기 속에서 우리사회가 '꾸미는 남자', '화장하는 남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쟁사회가 심화하면서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남성들도 자신을 좀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외모를 가꾸는 노력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성역할의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남성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하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 '남성들의 화장품 사용실태 및 구매행동에 관한 연구'에서 "여성들의 독립적인 성향이 강해지면서 강인한 남성의 이미지를 덜 선호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남성들이 외모를 가꾸기 시작한 시기는 여성의 사회 참여도가 높아진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이라며 "남성들도 성역할의 변화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성희 기자


남자가 이끄는 뷰티시장, 男心 저격 매너템 '불티'

[화장하는 남자들]④남성 뷰티제품 매출 신장률 연평균 40%…신규 브랜드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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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 강남본점에서 남성 고객이 제품을 체험해보는 모습. /사진 제공=CJ올리브네트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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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그루밍족'(외모를 가꾸는 남성들)으로 칭하는 김상우씨(가명)는 올리브영 회원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쭈뼛쭈뼛 갔던 곳이지만 이제 혼자서 바구니를 들고 자연스럽게 매장을 둘러보는 것은 물론 포인트 적립도 한다. 예전엔 헤어왁스가 구매 품목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선스틱도 사는 남자가 됐다.

남성들이 뷰티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함에 따라 업계가 남심(男心)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성용 쿠션팩트를 리뉴얼하는 등 제품군 강화에 나서는가 하면 '매너남 필수 아이템' 니플밴드, 다리숱정리기 등 다양한 뷰티 제품도 속속 내놨다.

21일 H&B(헬스앤드뷰티)스토어 올리브영에 따르면 남성 카테고리 매출 신장률은 최근 3년간 연평균 40%를 기록했다. 랄라블라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남성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증가했다.

주요 화장품 브랜드는 남성 라인을 따로 보유하고 있다. 2005년 론칭한 아모레퍼시픽의 '헤라 옴므'가 대표적이다. '아이오페 맨'은 2014년 남성 전용 에어쿠션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린스타트업'을 통해 지난해 남성 전용 화장품 브랜드 '브로앤팁스'를 론칭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1998년 선보인 남성 전문 브랜드 '보닌'이 있다. '후'와 '숨', '오휘' 등 주요 브랜드도 2005년~2009년부터 남성 라인을 따로 구성했다. 더페이스샵은 2011년 저자극 군용 위장크림으로 히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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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제품군이 다양해지다보니 H&B스토어도 남성 고객 잡기에 한창이다. 올리브영은 현재 740개의 남성 뷰티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또 남성들을 위한 코너 '그루밍존'을 대부분의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지난 4월6일 '예비군의 날'에는 대학가와 군부대 인근 매장 100여곳에서 '밀리터리 화장품 키트'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벌였다. 지난해 9월엔 남성청결제, 보정속옷 등 이색 제품을 입점시켰고 남성용 눈썹칼, 니플밴드, 다리숱정리기 등도 인기 제품으로 꼽힌다.

랄라블라는 2016년 121종이었던 남성 뷰티 제품을 지난해 222종으로 크게 늘렸다. 특히 BB·CC·톤업크림, 톤업쿠션 등 피부톤 보정 상품의 경우 2016년 3개 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14개로 증가했다. 또 지난해 남성토탈케어 브랜드 '제너럴세븐'을 입점시키는 등 제품군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신규 브랜드 론칭도 잇따르고 있다. 에스디생명공학의 SNP화장품은 지난 2월 그루밍 브랜드 '엠솔릭'을 출시했다. BB스틱뿐만 아니라 눈썹 화장, 헤어라인 정리를 위한 색조 제품을 다양하게 내놨다. 유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 났던 일본의 남성 스킨케어 브랜드 '벌크옴므'도 비슷한 시기 한국에 상륙했다.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LF는 오는 9월 남성 화장품 브랜드 '헤지스 맨 스킨케어'를 선보인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외모에 대한 높은 관심,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남성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다"며 "이는 20대 등 낮은 연령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40대男 뷰튜버에 1020도 호응, '화려한 변신' 김기수의 하루

[화장하는 남자들⑤김기수·레오제이 등 남성 뷰티 유튜버 전성시대…"화장에 남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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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유튜버로 화려하게 변신한 김기수씨. /사진 제공=번하드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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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서 화장하던 남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유튜브를 점령했다. 남성 뷰티 유튜버 전성시대다. 40대 아저씨의 메이크업 시연에 10대 소년소녀가 열광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개그맨에서 '스타 뷰튜버'(뷰티 유튜버)로 변신한 김기수씨(43) 얘기다. 그는 현재 11만9600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3분짜리 영상 하나 만드는 데 꼬박 10일을 쓴다는 그에게서 뷰튜버의 하루를 들어봤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씨는 전날 새로운 편집기술을 배우느라 밤을 샜다고 했지만 빈틈 없는 화장으로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그는 뷰튜버의 삶을 "매일 얼굴에 하는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김씨는 하루에 많으면 대여섯번 화장을 새로 하는데 피부가 따가워서 운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재밌는 화장 놀이 덕분에 행복하다"며 웃어보였다.

김씨의 설명에 따르면 유튜브 영상 제작에 걸리는 10일은 대략 이렇게 흘러간다. 우선 메이크업의 콘셉트를 정한다. 이번의 경우 '애플쥬시메이크업'이다. 여기 맞는 아이섀도우, 립, 하이라이터 등 제품을 모으는 것도 일이다. 하나씩 칠해보고 밖에 나가서 반응을 듣는다. 하루하루 테스트한 결과를 꼼꼼히 연습장에 적는다. 연구(?)를 마쳤으면 튜토리얼 영상을 찍는다. 찍는다고 끝이 아니다. 편집이 진짜 시작이다. 자막을 넣고 음성 녹음을 한뒤 보정까지 한다. 그런데도 영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다시 한다.

김씨가 색조 화장을 처음 한 건 초등학생 때. 화장품 방문판매원이었던 어머니 덕분이다. 하지만 사회적 편견 때문에 화장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진 못했다. 다락방에서 몰래 조금씩 해본 정도였다. 개그맨으로 데뷔하기 전에는 여자친구에게 화장품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사회가 꾸미는 남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김씨의 '화장 인생'도 조금은 편해졌다. 그는 "여전히 편견은 어마무시하지만 한해한해 달라지는 시선을 느낀다"며 "요즘은 아버지 또래 남성분들이 '예쁘다', '쿠션 뭐 쓰냐'면서 말을 걸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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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캡처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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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성들도 꾸며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튜브에서 '기수 멘즈 팁'이란 남성 코너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아재 느낌을 풍기던 대기업 부장 친구도 그의 설득에 그루밍족이 됐고, 함께 일하는 기획사 대표도 김씨의 '1년 괴롭힘' 끝에 눈썹 관리 정도는 스스로 하는 남자가 됐다. "남자들이 여자들 화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죠? 그 전에 자기 관리를 먼저 하는 게 맞아요.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건 없어요. 그냥 다 같은 사람이에요."

김씨는 유튜브를 '거대한 보물상자'라고 표현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저마다의 끼를 마음껏 뽐내는 공간이기에 그렇다. 요즘 주목받는 또다른 남성 뷰튜버로는 레오제이, 려리, 큐영, 원딘 등이 있다. 올해 스무살이 된 원딘은 '남고생 뷰튜버'로 인기를 모았다. 그는 "화장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기관리의 한 방법"이라며 "남자들도 자기만족, 자기관리 차원에서 눈썹정리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 김기수에게 직접 배운 멘즈 메이크업]


송지유 기자 clio@, 양성희 기자 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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