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쇄신은커녕… 한국당 의총, 5시간 계파 싸움

댓글 1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비복당파 “김성태 물러나야” 맹공… 김무성 의원엔 탈당 권유하기도

복당파 “원내대표 사퇴 말도 안돼”, 김성태 “갈등 유발행위 용납 안해”

동아일보

발언권 제지당한 박성중 의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의원총회에서 박성중 의원이 발언을 신청하자(①)손짓하며 제지하고 있다(②). 박 의원은 19일 휴대전화에 “친박 핵심 모인다. 목을 친다”라고 메모를 해 친박계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결국 박 의원은 자리로 돌아갔다가(③) 나중에 발언권을 얻어 나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21일 지방선거 참패 뒤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한 두 번째 의원총회를 5시간 20분 동안 열었다. 선거 다음 날 의총보단 2시간 더 길었다. 그러나 새 비대위원장 후보나 혁신안을 놓고 깊이 있게 토론할 겨를이 없었다.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을 핵심으로 하는 ‘비복당파’들이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책임론을 집중 제기하자 바른정당에서 돌아온 복당파 의원들은 김 대행을 방어하느라 시간을 다 보냈다.

친박계 등 비복당파는 △김 대행이 19일 특정계파(복당파) 의원 모임에 참석했다는 점 △이 모임 참석자인 박성중 의원이 휴대전화에 ‘친박·비박 싸움 격화,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 등 ‘친박 제거’를 암시하는 회의록 형식의 메모를 한 점 △김 대행이 의원들과 논의 없이 갑자기 중앙당 해체라는 쇄신안을 발표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의총을 시작하자마자 “논란을 일으켜 죄송하다. 회의 때 나온 여러 가능성과 우려들을 순서대로 메모한 것일 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비복당파들은 파상 공세를 시작했다. 친박계 핵심인 김진태 의원은 “국민들이 보기엔 홍준표나 김성태나 거기서 거기다. 선거에서 그렇게 졌는데 물러나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계파색이 엷은 신상진 의원도 “책임지고 반성하는 자세가 부족했던 게 당이 어렵게 된 중요한 문제다. 책임지는 자세부터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철 정용기 의원 등 6, 7명은 김 대행의 사퇴를 촉구했고 표결을 주장하는 말도 나왔다.

친박계 의원들은 김 대행과 김무성 의원 등 복당파들이 인적쇄신을 명분으로 ‘친박 학살’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성일종 의원은 “구당파(복당파) 모임에는 김무성 의원도 있다 보니 오해가 증폭된다. 탈당하면 계파 개념 없어지는 것 아니냐”면서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자 복당파들의 반격도 시작됐다. 김학용 강석호 이은재 박순자 의원 등 복당파 5, 6명은 잇달아 발언을 신청해 “김 대행의 공도 크다. 대표가 나갔는데 원내대표도 나가라는 게 말이 되냐”고 반박했다.

김 대행은 자신의 사퇴 요구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은 채 의총을 마무리한 뒤 “혼란과 혼돈으로 빠지지 않고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쇄신과 개혁을 하겠다. 더 이상 당내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는 어떤 것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퇴장했다. 친박계인 이장우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행의 마무리 발언은 의원들의 얘기는 듣지도 않은 사람처럼 ‘어쨌든 나를 따르라’고 한 것”이라며 “앞으로 초·재선 의원 모임을 계속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홍정수기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