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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보조교사 6000명 더 뽑으면 어린이집 교사 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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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따라/보육교사 ‘1시간 휴식’ 보장받아/정부 “추경 편성해 추가채용 지원”/보조교사 보육 전담 허용 개정도/ 민간시설 쉴 공간 없는 경우 많고/일지 작성 등 부수적 업무에 쫓겨

세계일보

경기도에서 보육교사로 근무하는 A(27·여)씨의 일과는 쉴 새가 없다. 점심 전까지는 수업을 진행하며 시시각각 등원하는 아이들을 맞느라 분주하다. 4세 반을 맡은 그는 식사시간에도 아이들의 식사를 돕느라 제대로 먹지 못한다. 음식을 흘리거나 던지는 아이, 돌아다니는 아이 등을 챙겨야 해 바쁘다.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엔 각종 서류 작업을 해야 한다. 자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보채면 달래는 것도 A씨의 몫이다. ‘잠이 오지 않는 아이를 억지로 눕혀 놓는 게 아동학대가 아니면 무엇인가.’ 아이들의 요구를 못 들어준 날이면 미안한 마음에 더 놀아주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귀가 시간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일반 직장인은 일과시간에 짬을 내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사업장 밖에서 점심을 먹지만 A씨는 쉼 없이 일해야 했다.

보육교사의 근로 형태가 이렇게 된 건 어린이집이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돼 일반 근로자처럼 휴게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어린이집 교사도 근무 중 휴게시간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낮잠시간 등에만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실질적인 휴식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일보

보건복지부는 7월부터 어린이집 교사의 근무 중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전국 어린이집에 보조교사 6000명의 추가 채용을 지원한다고 21일 밝혔다. 보조교사란 보육교사와 같은 자격과 경력 등을 갖췄지만 4시간만 근무하는 단시간 근로자를 말한다. 현재 근무 중인 보조교사 3만2300명에 이어 올해 추가경정예산 100억원으로 6000명을 더 채용해 총 3만8300여명을 파견하겠다는 게 정부 대책의 핵심이다.

지금은 보조교사의 보육업무 전담이 불가능하지만 앞으로는 보육교사의 휴게시간에 한해 보조교사가 업무를 전담할 수 있게 된다. 복지부는 아이들의 낮잠시간과 특별활동시간, 하원 이후를 주요 휴게시간으로 권고했다. 1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일찍 퇴근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방식의 대체인력 투입이 보육교사의 휴게시간 보장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공간이 협소한 ‘가정 어린이집’의 경우 휴게시간이 주어져도 보육교사가 따로 있을 곳이 없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조차 교사를 무조건 밖으로 내보내는 건 휴식이라고 하기 어렵다.

“보육교사가 스스로 영유아와 같은 공간에서 휴게시간을 이용하는 걸 선택한 경우 휴게시간으로 인정 가능하다”고 한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을 사업장에서 악용할 여지도 있다. 이 경우 사업장 내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보조교사의 도움을 받는 형태로 휴게시간이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1시간의 휴게시간을 30분씩 2회, 20분씩 3회로 쪼개서 주는 것도 현재 지침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낯가림 심한 영유아를 하루에 잠깐 만나는 보조교사가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 보육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A씨는 “현재 낮잠시간이나 특별활동시간에 일지 작성 등 각종 서류 작업을 하는데 이 시간에 그냥 쉬어버리면 결국 일이 밀리는 것밖에 안 된다”며 “담임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꾸준히 보고 하원 이후 일찍 퇴근하는 방향이 실효성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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