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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검찰이 김상조를 압박하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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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정위 퇴직자 6명 공직자법 위반혐의 사실과 달라

공정위 “부위원장 중기중앙회 재취업 심사 불필요”

재벌 허위자료 제출사건 ‘봐주기 혐의’도 오해 반박

검찰, 전속고발권 폐지 이견으로 공정위 압박 분석

담합 관련 ‘리니언시 사건’ 처리 둘러싸고 정면 대립

퇴직자 60명 기업사건 봐준 대가로 재취업 수사설



한겨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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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지난 20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압수수색하면서 공정위 퇴직자들의 공직자윤리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담은 영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정위 안팎에선 상당부분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과 함께 ‘전속고발제 폐지’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는 공정위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서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포함한 6명의 전·현직 공정위 직원을 피의자로 명시했다. 지 부위원장은 2015년 상임위원을 그만둔 뒤 2017년 초 중소기업중앙회의 감사로 선임될 때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심사를 받지 않은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전 5년간 맡았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에는 퇴직 뒤 3년(2015년 이전에는 2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공정위는 21일 해명자료를 통해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 기관에 들어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 부위원장은 취업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중기중앙회도 “지 감사는 중소기업과 밀접히 관련된 공정거래분야의 전문가로 영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2012년 상임위원을 그만둔 뒤 공정거래 교육활동을 하는 공정경쟁연합회의 회장을 맡으면서 취업심사를 받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연합회 같은 단체는 취업 제한 기관이 아니었다. 2014년에 공정위를 그만둔 또다른 1급 출신 인사도 김 전 부위원장과 똑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세월호 사건 이후 취업 제한 기관이 연합회 같은 단체로 확대되면서 회장 취임이 무산됐다. 검찰은 20일 연합회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영장에 언급된 다른 피의자들도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와 별도로 공정위 퇴직자 60여명이 재직시절 사건처리를 봐준 대가로 대·중견기업에 재취업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지난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과정에서 과거 정부에서 벌어진 공정위 퇴직자 취업 알선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특검조사에서 “대기업의 요청이 있으면 인사과(운영지원과)가 퇴직을 희망하는 직원을 알선하는 역할을 한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퇴직자 취업 알선은 김상조 위원장이 지난해 6월 취임한 뒤 전면 중단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공정위와 외부기관과의 유착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퇴직자 취업 알선 중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적용되지 않는 사건에 대해서도 고발 없이 경고로 끝낸 ‘봐주기 혐의’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 68조는 재벌 지정자료 허위제출 등 전속고발권이 적용되지 않는 사건의 경우 (고발을 통해)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되어 있는데, 법적 근거 없이 경고로 끝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법 68조 사건의 경우 사건처리절차규정에 따라 사안이 중대하거나 고의적이면 고발하고, 가벼우면 경고 처분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3월 신세계그룹의 동일인(이명희 회장) 지정자료 허위제출 및 주식소유 현황 허위신고 사건에 대해 경고조처했다. 반면 김상조 위원장 취임 뒤인 6월에는 부영그룹의 유사 사건에 대해 죄질이 무겁다고 보고 고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초 국회에서 법적 근거 없이 내부규정만으로 경고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해서 지난해 6월 전원회의 논의를 거쳐 법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면서 “사건의 경중에 상관없이 검찰 고발 없이 경고 처분했다고 무조건 ‘재벌 봐주기’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 한다.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과거 정부 때 일어난 불분명한 혐의를 앞세워 압수수색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낸 진짜 속내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는 공정위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많다. 공정위 관계자는 “두 기관의 협의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당황스럽다”면서 “검찰이 요구한 공정위 퇴직자 재취업 현황, 공정거래법 68조 관련 경고처분 사건 현황은 굳이 압수수색을 안해도 줄 수 있는 자료”라고 말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하도급법 등 공정거래 관련 6개 법률에서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일종의 독점적인 권리다. 과거 정부부터 검찰은 완전 폐지, 공정위는 현행 유지로 대립해 왔다. 하지만 공정위 소관 일부 법률의 전속고발제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정위와 검찰은 입찰담합 등 경성카르텔(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의견접근을 보았다. 하지만 담합사건 관련 리니언시제도(자진신고제) 관련 사건의 처리를 놓고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리니언시는 담합 기업이 자진신고와 함께 증거자료를 제출하면 처벌하지 않는 제도로 은밀히 이뤄지는 담합을 적발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공정위가 지난해 법 집행체계 개선 티에프에서 전속고발권 폐지 방안을 논의할 때 참여했던 이황 고려대 교수는 “검찰은 전속고발권 폐지와 함께 리니언시 사건도 자신들도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공정위는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반대 이유로 리니언시 사건의 생명은 보안성인데, 공정위와 검찰이 이중으로 맡게 되면 혼선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한 간부는 “검찰이 과거 적폐를 청산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조사를 하니 협조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공정위가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신뢰를 높이기 위해 사건처리 절차 투명성 제고, 내부통제 강화 등 여러 노력을 했는데 과거 정부 때에 벌어진 일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모습이 됐다”며 아쉬워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이날 아침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과거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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