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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아직 정신 못차린 한국당...의총 5시간 동안 계파 싸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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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수습’ 위해 모인 마라톤 의총, 계파 갈등만 부각
친박 ‘박성중 메모’ 문제삼으며 “김성태 사퇴하라”, “김무성 탈당해야”
비박 “김성태 사퇴하면 누가 당수습하나”, “일부 친박 주장, 당의 민낯”

조선일보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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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 방안 논의를 위해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친박계와 비박계가 정면충돌했다. 당초 이날 의원총회는 ‘중앙당 해체’, ‘전권을 갖는 외부혁신비대위 구성’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당 혁신안 추인을 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장장 5시간 반동안 양 계파 갈등만 노출하고 정작 당 혁신안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10시쯤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개회하면서 “계파 간 갈등으로 한국당이 분열하고 싸우는 구조는 제 직을 걸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근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의원들(비박계)이 모임을 한 것에 대해 친박계 등이 반발해 계파 갈등 조짐이 일자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오후 3시 20분까지 약 5시간 반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양 계파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점심도 건너뛴 채 진행된 의총에서는 의원들을 위해 김밥까지 공수됐지만 이렇다 할 결론이 도출되진 못했다.

발단은 지난 19일 언론에 보도된 박성중 의원의 메모였다. 이날 오전 복당파 모임에 참석했던 박 의원의 휴대폰에 적힌 메모에는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정종섭 등등’, ‘세력화가 필요하다’, ‘적으로 본다→목을 친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친박계를 비롯한 비복당파 의원들은 이 메모를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한 후 인적 청산에 나서려는 시도로 보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의총에서 박 의원은 이에 대한 해명을 위해 공개 발언을 신청했다. 그러나 다른 의원들이 비공개로 발언할 것을 요구했고, 박 의원은 취재진을 모두 물린 뒤 해당 메모에 대해 해명했다. 복수의 참석 의원에 따르면 박 의원은 “(휴대전화를) 잠시 보는 사이에 (메모가) 언론 카메라에 찍힌 것”, “‘목을 친다’는 부분은 친박계가 비박계의 목을 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적은 것” 등의 해명을 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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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박성중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 /뉴시스


이에 대해 친박계 의원들은 “박 의원을 윤리위에 회부해야 한다” “박 의원을 출당시켜야 한다” 등의 주장을 했다. 특히 박 의원의 메모에 등장한 김진태·이장우 의원 등이 “계파 갈등을 조장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하게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비박계 의원도 “박 의원의 메모가 부적절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박 의원이) 일부러 언론에 흘렸다는 말까지 나왔는데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그러면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의 사퇴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철·김진태·이장우·이양수 의원 등이 발언자로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김 권한대행에게 지방선거 참패 책임이 있고, 혁신안이라고 내놓은 안도 본인의 독단적인 결정에 불과했다’, ‘지금 나온 계파 갈등의 문제와 김 권한대행이 무관하지 않다’ 등의 주장을 했다고 한다. 김진태 의원은 김성태 권한대행에 대해 “원래 물러나야 할 사람이다. 홍준표나 김성태나 거기서 거기”라며 “홍(전 대표)가 없으니 이제 내가 해보겠다고 나설 때가 아니다”고 했다고 한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박 의원 메모가 작성된 자리에 김성태 권한대행도 있었고 김무성 의원도 있었는데, 이를 방관하고 조장한 것 아니냐. 이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한 의원은 “지금 비박계가 당권을 잡으려고 사라진 친박계를 비판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김무성 의원을 겨냥해 “탈당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전날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이 탈당했으니, 비박계 좌장격인 김 의원도 탈당해야 한다고 했다.

비박계 의원들은 “김성태 권한대행이 지금 물러나면 누가 당을 수습하느냐”는 논리로 맞섰다. 한 의원은 “김 권한대행이 단식까지 해가면서 드루킹 특검을 관철시키지 않았느냐. 지금 김 권한대행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권한대행의 혁신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 투표를 하는 것 자체가 계파 갈등을 노출시키는 것과 다름 없다”는 반론이 나왔다.

의총 4시간이 넘도록 이 같은 공방만 오갔다. 의총 도중 바깥으로 나온 정양석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박성중 의원 메모와 관련해) 진위를 떠나 (양 계파 간) 감정적 골이 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중립 성향의 한 의원은 “또다시 계파싸움을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했다.

김성태 권한대행의 혁신안에 대해서도 찬반이 분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당이 나아갈 노선과 진로·운용 문제를 결정된 것인 양 이야기했는데, 권한대행 입장에서 (결정)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6·13 선거 패배의 이유 중 하나로 당 대표의 독선과 독주를 꼽는데, 어떤 논의 과정도 없이 (김 권한대행) 혼자 결정한 것이 또 다른 독선과 새로운 독주로 보이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의총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수습과 앞으로 진로 대해서 많은 의견들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퇴진을 요구한 의견이 있는지 묻는 말에 “그런 목소리도 있었지만, 앞으로 당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도록 쇄신과 개혁을 통해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사실상 퇴진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어 “더이상 당내 갈등과 분열을 유발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도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의원총회에는 한국당 의원 전체 112명 중 80여명이 참석했다.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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