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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북한 ‘서해위성발사장’은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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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 언론, 김정은이 ‘폐기 약속’ 실험장 확인

2009년 완공…2012년 은하3호 발사로 주목

2016년 광명성4호, 2017년 신형로켓 완성 등

북 장거리 로켓 주요 실험 성공 과시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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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8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한 병사가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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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폐기를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이 ‘서해위성발사장으로 확인됐다’는 보도를 내면서, 서해위성발사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창리발사장’으로도 불리는 서해발사장은 북한의 최서단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위성발사장이다.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과는 달리 지하에 자동 연료 주입 시설과 대형 연료·산화제 저장시설 등을 갖췄다. 미국쪽은 북한이 이곳에서 액체연료를 사용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엔진 실험을 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동창리 일대 공사 움직임이 포착됐고 2009년께 발사장 건설이 완공된 것으로 전해진다. 2008년 ‘북한이 동창리에 새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이상희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현재 80%의 공사가 진척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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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12년4월13일 서해발사장에서 ‘은하3호’를 발사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서해발사장이 국제사회에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2012년의 일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출생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광명성-3호 발사를 앞두고 80여명의 각국 취재진을 불러 시설을 공개했다. 당시 발사장 총책임자로 자신을 소개한 장명진씨는 외신기자들에게 “서해위성발사장이 2009년 4월 완공됐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위성발사 종합지휘소와 광명성-3호의 운반체인 ‘은하-3’호 및 그 발사탑 참관을 허용하며 대대적 홍보에 나섰으나 4월13일 첫 발사는 실패했다.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그해 12월12일 2차 발사는 성공했다고 북쪽은 밝혔다.

2015년에는 서해발사장 증개축 소식이 전해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때 증개축 공사에서 서해발사장의 발사대 높이를 기존의 50m에서 17m가량 높였다고 파악했고, 북한이 은하-3호보다 큰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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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16년 2월7일 ‘광명성-4’호 발사 하루 뒤인 8일 <노동신문>은 6개면에 걸쳐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 성공적 발사” 소식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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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서해발사장은 몇차례 더 신문지상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2월7일 ‘광명성-4’호 발사가 그 정점이었다. 4차 핵실험(2016.1.6)을 단행한 지 꼭 한 달 만의 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를 논의하는 시점이었다.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지구관측위성”이라면서 로켓 발사를 강행한 북한은 하루 뒤인 2월8일자 <노동신문>에서 6개면에 걸쳐 ‘광명성-4’호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전했다. 이에 대응해 박근혜 정부는 한-미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공식 협의 개시를 발표하고 개성공단 폐쇄 절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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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8일자 <노동신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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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추진체인 신형 로켓 엔진(대출력발동기)의 개발을 완성했다고 발표하면서 단행했던 지상분출 실험이 이뤄진 곳도 서해발사장이다. <노동신문>은 이때도 1면 전면을 털어 사진과 함께 시험 성공을 홍보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폐기를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은 바로 이 실험이 이뤄진 시설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서해발사장이 맞다면 북쪽이 앞서 공개했던 미사일 엔진 실험 시설을 폐기하겠다는 것으로 본다”며 “인공위성 발사대 등은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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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18일 북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의 지상분출 시험을 하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김동엽 교수는 또 “서해발사장은 북한의 아이시비엠(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 실험의 가장 발전된 곳이자 상징적인 곳”이라면서 “풍계리가 북핵의 상징인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3월 이전에도 서해발사장에서 진행되는 엔진 실험을 두 차례 공개한 바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서해발사장에서 2016년 4월과 9월 각각 “새형의 대륙간탄도로케트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 시험 성공”과“새형의 정지위성 운반 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 시험 성공”을 선전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엔진 실험 했다고 <노동신문> 면을 털어 보도했을 정도로 상징적 의미가 있는 곳”이라면서 “북한으로서는 그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다시 한번 비핵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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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18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참관한 뒤 국방과학·기술 책임자로 추정되는 관계자를 등에 업고 있는 사진을 조선중앙티브이(TV)가 19일 내보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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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북한 내 알려진 6곳의 미사일 발사 및 엔진 시험 시설과 2곳의 사출 시험대에 별다른 폐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15일 보도에서 이 매체는 이하리(구성) 군용차량 시험 및 운전 훈련장(지난 5월 미사일 시험 발사대 철거)과 남포 조선소 수중발사 바지선(미가동), 신포 조선소의 시험대(1년째 미가동)와 수중발사 바지(수년째 미가동), 동해 위성발사장(무수단리·2013년 이후 관리 대상)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시험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잠진(태성) 기계공장 시험대(최근 2년간 미사용)와 마근포 고체연료시험장을 비롯해 서해위성발사장을 폐기 후보지로 꼽은 바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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