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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조선인 관련 희귀기록물 2천여권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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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고(故) 김광렬씨 수집자료…탄광근로 조선인 명부·강제동원과정 자료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일제강점기 징용된 조선인 명부와 조선인 노동자 모집과 이동과정 관련 서류 등 조선인 강제동원 진상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희귀기록물이 대거 공개된다.

국가기록원은 재일동포 고(故) 김광렬(1927∼2015) 씨가 수집한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공개한다고 21일 밝혔다.

김광렬 씨는 1943년 일본으로 건너가 후쿠오카(福岡) 지역에서 생활하며 40여 년 동안 일본 3대 탄광 지역이자 대표적인 조선인 강제동원 지역인 치쿠호(築豊) 지역을 중심으로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수집한 이 분야 대표 전문가다. 2008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독립유공자 김점학 선생의 아들이기도 하다.

공개되는 기록물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된 조선인 관련 문서와 사진, 도면 등 2천여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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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눈에 띄는 것은 조선인 강제동원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조선인 관련 명부들이다. '아소(麻生)산업 건강보험대장'에는 탄광과 시멘트공장에서 일한 조선인 성명과 생년월일, 보험기호, 보험 취득·상실일까지 포함돼 있다. 후쿠오카에 있는 '가이지마(貝島) 오노우라(大之浦) 탄광 근로자 명부'에도 피징용자 이름과 생년월일, 원적 등이 들어있어 피해자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기록물은 김광렬이 1976년 관련 탄광 노무계 직원을 수차례 만나 자료를 수집한 경위가 자세히 기록돼 있어 기록학 분야에서도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광렬이 규슈(九州) 지역 사찰 40여 곳에서 조사한 과거장(過去帳) 자료 100여 권도 주목할 만하다. 당시 관련 탄광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화장 후 유골을 인근 사찰에 안치했다. 과거장은 사찰에서 유골을 접수할 때 사망자 이름과 유골 안치일들을 적어놓은 명부다. 김광렬은 이 자료에 사찰명과 전화번호, 주지 이름, 유골 유무 등을 자세히 기록했고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유골은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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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노동자 모집과 이동과정에 대한 피해자 증언을 뒷받침하는 자료들도 나왔다.

후쿠오카 다가와(田川) 군 가와사키(川崎) 탄광의 조선인 노동자 동원 관련 자료들이다. 보도원(안내원)·인솔자 성명, 철도·숙박 영수증, 가와사키 광업소 조선인 49명 명부, 1942년 이후 일본 내무성 위탁으로 조선인 노동자 동원 업무를 했던 다가와국민근로동원서가 1944년 조선인 노동자의 원활한 동원을 위해 관련 경비를 늘려달라며 가와사키 광업소로 보낸 공문서 원본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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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렬이 직접 찍은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와 다카시마(高島) 사진, 아소 무연고자 묘비위치 지도와 요시쿠마(吉외<좌부변+畏>) 탄광 약도 등도 공개된다.

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 조사과장을 지낸 정혜경 박사는 "김광렬의 자료는 그동안 대부분 공개되지 않은 희귀기록물로,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피해 진상 규명 및 피해권리 구제, 관련 연구 공백을 메꿔줄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사료"라고 평가했다.

국가기록원은 기록물의 중요성을 고려해 올해 중 기본목록을 구축하는 등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관련 기록물을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조선인 명부의 방대한 수령과 일본어 고어 해석, 조선인 여부 검증 등 문제로 완전 공개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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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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