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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검·경 '대등관계' 첫 선언…수사권·종결권,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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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종진 사건팀장, 백인성 (변호사)기자, 최민지 기자] [경찰에 권한 줬다지만, 검찰 견제 막강해 큰 의미 없어…협력관계 규정 '상징성']

머니투데이

청와대 정문./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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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경찰이 1차 수사를 맡고 수사종결권도 갖는 대신 검찰이 이를 견제할 장치를 둔다는 것이다. 양 기관이 지휘감독의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각자 책임을 지는 상호 협력 관계로 나아간다는 취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검찰의 견제 권한이 막강해 수사를 검찰이 좌지우지해오던 상황이 당장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날 발표에서 "합의안이 완벽할 수 없다",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김부겸 행안부 장관 역시 "경찰 입장에서 만족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1차 수사권' 명시했지만…

21일 국무총리실에서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는 경찰이 모든 사건에서 1차적 수사권을 가진다고 명시됐다.

원칙적으로 검사의 송치 전 수사지휘를 폐지한다. 기소권한을 가진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 간섭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현재도 대부분 사건에서 관례상 송치 전에 수사지휘를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앞으로 이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그동안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했던 대공(對共)·선거(정당 관련 범죄 포함)·노동·집단행동·출입국·테러와 이에 준하는 공안 관련 범죄 등 이른바 '중요사건'에서 입건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 후에도 검사의 지휘 없이 추가 수사가 가능해진다.

또 검사의 지휘를 받아왔던 △변사자 검시 △압수물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환부 혹은 폐기 △피의자의 석방 역시 경찰이 내부 절차를 거쳐 독자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경찰 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있다고 판단하면 검사가 경찰에 사건기록 등본 송부와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송치 후에도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같은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이 따르지 않으면 검사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인권침해나 수사권 남용이 폭넓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검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수사 독립성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반면 검찰은 경찰에만 수사를 맡겼을 때 부작용을 우려한다. 경찰의 1차 수사 과정에서 방향이 잘못됐을 때 이를 신속히 바로잡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범죄 발생시로부터 가까운 시점일수록 수사의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는데, 만약 최초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왜곡되고 증거 수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 시간이 지난 2차 수사과정에서 이를 바로잡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종결권, 상징적 의미에 그칠 듯…동일사건 우선권도 '검사'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다는 것도 상징성이 크다. 수사결과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수사를 끝내는 권한이다. '혼내는 권한'보다 무섭다는 이른바 '봐주는 권한'으로도 인식되며 그동안 검찰의 막강한 권한에 한 축이었던 게 수사종결권이다.

수사종결권을 경찰이 가진다는 의미는 결국 '불기소 의견'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불기소 의견이든 기소 의견이든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겨 종결 여부를 결정해왔다.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행사하면 사건당사자가 이중삼중 수사기관 조사를 받는 등 인권침해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정안에는 강력한 견제 장치가 대거 포함됐다. 사실상 수사종결권을 여전히 검찰이 행사한다고까지 볼 수 있을 정도다.

우선 사건을 송치하지 않더라도 불송치결정문, 사건기록등본 등 관련 자료를 관할 지검 검사에게 넘겨야 한다. 이때 검사가 불송치 결정, 즉 경찰의 수사종결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소·고발인,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수사종결에 불만이 있으면 해당 경찰관서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지체 없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대다수 사건에서 무혐의로 판단할 경우 상대방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경찰의 수사종결권은 상징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도 상당한 영역에서 그대로 유지된다. 경찰, 공수처 검사와 직원의 비리사건은 물론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 사건과 이들 사건에 관련된 인지 사건(위증, 무고 등)은 모두 현행대로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아울러 경찰에서 넘어온 송치사건도 피의자와 관련자들의 출석을 요구해 조사하는 수사권을 가진다. 강력범죄 등 치안 관련 사건을 중심으로 1차 직접 수사 폐지는 불가피하지만 대형 중요 사건의 직접 수사와 송치사건의 추가·보완수사 등은 지금과 달라질게 없는 셈이다.

동일사건을 검사와 경찰이 중복 수사할 때 우선권을 검사한테 주도록 한 조정안도 검찰에 유리한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관례적으로 먼저 수사에 착수한 쪽에서 계속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앞으로도 경찰이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에 착수한 경우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영장청구권 숙제' 그대로…"대등협력 관계로 전환은 의미"

경찰이 수사권 조정에서 가장 원했던 영장청구권은 개헌이 필요한 사항인 만큼 이번 조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 내부에선 압수수색 등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권한인 영장청구권을 검찰이 독점하는 한,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 등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많았다.

대신 조정안에는 개헌 논의 때까지 보완책으로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이 관할 고검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가칭)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 검사 또는 검찰청 직원의 범죄혐의를 경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된 점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는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경찰이 적법한 절차와 방식으로 압수, 수색, 체포,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면 검사가 지체 없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도록 관련 제도를 운영키로 했다. 경찰이 검사를 수사하면 수사지휘를 통해 검찰로 사건을 넘겨 '셀프 수사'하던 관행이 불가능해졌다.

이번 조정안을 놓고 여러 비판과 이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찰과 검찰이라는 양대 수사기관을 대등한 존재로 천명했다는 점은 의미가 상당하다.

지휘관계가 아니라 협력관계로 명시한 점은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란 평가다. 장기적으로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 법원은 '재판'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수호해야 한다는 게 시대 정신이라는 지적이다.

이낙연 총리는 이날 "부족한 점은 보완되길 바란다"면서 "검경의 관계를 대등 협력적 관계로 개선해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경제하게 하는 내용으로는 역사에서 처음 이뤄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랜 세월 상식으로 여겨졌던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 현행 형사소송법 제196조는 개정이 불가피해졌다.

박종진 사건팀장 free21@, 백인성 (변호사)기자 isbaek@mt.co.kr,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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