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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TEN 초점]‘김비서가 왜 그럴까’, 박서준 고백에 안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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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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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박서준(왼쪽), 박민영 / 사진제공=tvN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배우 박서준의 연기력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그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는 이영준의 자아도취 캐릭터를 금세 납득시키고, 간질간질한 멜로 연기는 작품의 중심을 잡아준다. 만화적인 설정에도 시청자를 몰입시킬 수 있는 이유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일 방송된 ‘김비서가 왜 그럴까’ 5회의 시청률은 6.9%(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까지 올랐다.

하지만 박서준의 신들린 연기에도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작지 않은 허점을 드러낸다. 가장 큰 문제는 서사를 지탱하는 구조가 비서에 대한 오래된 판타지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일을 할 때에는 불편하지만 몸매를 드러내는 데에는 효과적인 김미소(박민영)의 의상은 차치하더라도, 상사의 넥타이까지 매만져준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여비서’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영준의 가정사에 관여하거나 그의 대리기사 노릇을 하는 것, 심지어 늦은 밤 자신을 찾아온 영준을 집으로 들여 얼굴에 난 상처를 치료해주는 것은 이미 비서의 업무 영역을 넘어섰다. 미소는 유능한 비서지만, 그는 비서가 아니라 젊고 예쁜 유모처럼 보일 때가 더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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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박서준(왼쪽), 박민영 / 사진제공=방송화면 캡처

미소와 영준의 로맨스가 시작되는 과정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미소가 영준과의 연애를 거부한 뒤에도 이를 무시하고 그에게 이벤트를 쏟아내는 영준의 모습은 로맨틱하다기보다는 폭력적이다. 두 사람이 거절이 자유롭지 않은 상하관계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작품은 미소가 영준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는 설정으로 면피하려 하지만,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은 구애는 지양하는 것이 옳다.

미소에 대한 영준의 ‘직진’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졌던 건 이들이 수직적 직능관계를 전제로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난 5회 방송에서 나타난 영준의 고백이 다행스럽게 느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쪽의, 그것도 권력을 가진 쪽의 일방적인 구애가 로맨스로 포장되는 일은 당분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에서다. 이들의 감정적 교류도 상사 대 부하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 사이의 교감으로 변화하게 될 테다. 작품의 도덕적 결함이 일정 부분 해소된 것이다. 영준이 이성연(이태환)과 대화하고 있는 미소의 손을 낚아채 완력으로 그를 데려가는 모습은 여전히 구시대적이지만 말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원작 웹소설은 2013년 발간됐다. 그리고 지난 5년간 폭력과 로맨스 사이의 적정선에 대한 시청자의 기준은 더욱 복잡하고 섬세해졌다. 원작을 충실하게 따르는 것은 중요하지만 트렌드를 읽어내는 것 또한 필수적인 덕목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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