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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에서 더는 안 산다”…용산 붕괴 생존자의 답답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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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일 붕괴된 용산구 한강로2가 4층짜리 건물의 2017년 7월 모습(오른쪽)과 붕괴 현장(왼쪽) [사진 네이버 거리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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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용산의 4층짜리 건물 붕괴 사고에서 살아남은 중국 동포 이모(68·여)씨가 "한국에서는 더는 살 생각이 없다"며 사고 후유증을 호소했다.

이씨는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집이 무너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나한테 일어난 것"며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사고 당시 휴일을 맞아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씨는 "한쪽 벽에 서서 전화 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집이 흔들리면서 '두두둑' 소리와 함께 벽이 무너져 내렸다"며 급박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이어 "뒤쪽 벽과 옆 벽 사이에 틈이 보였다. '사람 살려'라고 외치며 그 공간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러다가 공간에 끼여 1층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고 밝혔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에 발견돼 목숨을 구한 이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다음 날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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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붕괴된 용산구 한강로2가 4층짜리 건물 현장 모습. 문현경 기자, 성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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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돌아갈 곳이 없었다. 집이 무너지며 기본적인 생필품은 물론이고, 여권·통장·신분증까지 잃어버렸다.

용산 주민센터가 지원한 100만원으로 1박에 3만원인 두세평 남짓한 용산의 한 모텔에서 한 달여간 머물고 있지만, 다음달 초면 거주비 지원도 끊긴다.

여기에 사고 후유증 치료를 위한 정형외과·정신과 진료비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급히 건너온 작은딸과 집주인이 조금씩 보태고 있으나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탓에 앞으로는 이마저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씨는 "그날 이후 혹시 사고가 날까 봐 불안해 전기 콘센트도 다 빼놓고 있다"며 "온몸이 욱신욱신 쑤시는 것도 고통스럽지만, 머리가 너무 아프고 속이 답답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매체에 따르면 이씨는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으로 2004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2005년 남편 심씨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용산에 거주지를 마련했고, 각자 식당과 공사장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이씨는 붕괴한 건물 잔해에서도 신분증을 찾지 못해 은행은 물론이고 중국으로도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19일 용산구청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사고 후 처음으로 모여 해결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집주인이 대신 비용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구청 측과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집주인의 입장이 부딪히며 해결된 것이 없었다고 이씨는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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