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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상대도 엄지 척...색깔 뚜렷해서 더 흥미로운 이란의 '늪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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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1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스페인의 다비드 실바(가운데)가 차는 슈팅에 이란 수비진 5명이 달라붙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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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골을 내줬지만 이란의 '늪 축구'는 강력했다. 하마터면 '무적함대' 스페인도 이란이 만든 늪에 빠질 뻔 했다.

스페인은 21일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0으로 힘겹게 이겼다. 후반 9분 터진 디에고 코스타의 선제골이 결승골로 연결됐지만 경기 내용으로 놓고 보면, 이란의 수비 전형의 축구가 성공했던 경기였다. 적장인 스페인의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조차 경기가 끝난 뒤 "이란과의 경기는 확실히 힘든 경기였다. 우리는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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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스페인의 디에고 코스타가 공격하는 동안 이란의 마지드 호세이니, 사에드 에자톨라이, 모르테자 풀라리간지가 수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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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강팀과 상대할 때 전형적인 선 수비, 후 역습 전형으로 그라운드에 선다. 골키퍼를 포함해 최대 선수 전원이 수비에 가담해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형태다. 앞서 16일 모로코와 1차전에서도 탄탄한 수비로 무실점을 이어가던 이란은 후반 추가 시간 상대의 자책골로 1-0으로 승리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티키타카'라는 단어가 붙을 만큼 조직적인 패스 축구를 구사하는 스페인을 상대로도 이란은 더 조직적인 '그물망 수비'로 당황하게 만들었다. 스페인 선수 1명이 공을 잡으면 조직적으로 2~3명의 선수가 달라붙었고, 선수들 간의 간격도 촘촘해 패스나 크로스를 할 공간도 내주지 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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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루카스 바스케즈가 21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이란의 마지드 호세이니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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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경기 도중 넘어져 시간을 끄는 이른바 '침대 축구'까지 더해졌다. 이란 선수들은 작은 충돌에도 쓰러졌고, 혼자 쓰러져 시간을 끄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수비만 한 건 아니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후반 17분 사에드 에자톨라히가 페널티 지역 안 혼전 상황에서 터뜨린 골은 비디오판독시스템 판독 결과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취소됐지만 경기장 함성이 최대치로 올라갔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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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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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란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도 조별리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경기 막판까지 득점 없이 0-0으로 맞서는 경기를 펼치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결국 후반 막판 리오넬 메시의 결승골로 0-1로 패했지만, 강팀을 상대로 한 극단적인 수비 축구의 전형을 보였다. 또한번 월드컵에서 강팀을 상대로 간담을 서늘하게 한 '늪 축구'에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도 만족해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경기 후 "우리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자격이 있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여전히 열려있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고 여전히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다음 상대는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포르투갈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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