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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택시봇, 공장에서 만든 집…2022년 선보일 구글의 미래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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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옛 도심을 일자리가 넘치고, 청년 창업 거점으로 되살리려는 도시재생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그러나 아직 도시재생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땅집고는 우리보다 앞서 도심 쇠퇴를 경험한 선진국의 도시재생 현장을 살펴봤다.[해외 도시재생 현장] ③ 구글이 만드는 미래 도시 ‘키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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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미래도시 건설을 추진 중인 캐나다 토론토 동부 이스트 베이프론트 일대. /사이드워크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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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토론토 동쪽 온타리오호수 앞 ‘이스트 베이프론트’ 부둣가. 한때 항구로 번성했지만 이제는 거의 버려진 땅이다. 약 3.2㎢ 부둣가에는 철물점과 버려진 창고, 주차장 등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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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베이프론트에 버려진 부두. 구글은 이곳에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신개념 미대로시를 만들 계획이다. /사이드워크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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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는 최근 북미(北美)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옛 도심 노후화로 도시재생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만든 도시재생 기업 사이드워크랩스(Sidewalk Labs)는 지난해 토론토시와 공동으로 이스트 베이프론트 일대에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키사이드(Quayside)’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구글은 자율주행 차량 기술과 빅데이터 등 IT 기술을 총 동원해 키사이드 도시 재생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최근 키사이드에 2020년 착공 목표로 정부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빠르면 2022년 이곳으로 이주가 시작된다. 구글이 만드는 ‘미래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센서와 자율주행차로 '혼잡 없는 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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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추진 중인 미래도시 '키사이드'의 도로 예상 모습. /사이드워크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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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이드’에는 전통적인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는다. 수많은 센서가 설치돼 보행자와 자전거, 자동의 수요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가변(可變) 도로에 설치된 LED 패널로 자동차·자전거·보행자가 다니도록 유도한다. 자동차 도로에는 일반 자동차 대신 자율주행 자동차와 MIT가 개발 중인 PEV(Persuasive Electric Vehicle)와 같은 공유형 소형·저속 자동차만이 다닐 수 있다. 대중교통은 기존 버스보다 적은 승객을 태워 운영하는 자율주행 ‘택시봇(taxibots)’이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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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이드'의 도로 개념도. 지하 통로로 화물과 산업 자재, 쓰레기 등을 운반한다. /사이드워크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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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 공중에는 곤돌라가 다닌다. 곳곳에 마련된 타워 스테이션에서 곤돌라를 잡아 타고, 공유형 저속 자동차나 택시봇으로 빠르게 환승해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다. 도시 전체에 설치한 주차장 센서가 실시간으로 주차 가능 위치를 안내해 주차장 찾는데 고생할 필요가 없다. 주민들은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 차량 유지비를 절약할 수 있다.

지하에도 도로가 뚫린다. 지하 도로는 미국 플로리다주 월트디즈니 월드에서 운영 중인 유틸도어(utility와 corridor의 합성어)와 유사하다. 송전·수도 배관을 겸하며 산업용 자재들과 쓰레기 등이 지하 도로를 통해 운송될 예정이다.건물은 공장에서 만들고 수시로 내부 바꾼다 구글이 만든 건물은 전통적인 집의 개념을 완전히 바꾼 ‘살아 움직이는 집’이다. 기존 주택은 건축적으로 100년 이상 쓸 수 있지만 20년이면 낡고 건물이 돼 비효율이 크다. 키사이드의 모든 주택은 뼈대는 단단하지만 내부는 유연하게 만들어 건물 수명 내내 필요에 따라 내부를 변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건물의 1~2층을 주차장으로 설계해 사용하다가 차를 둘 공간이 필요 없어지면 주차장을 주거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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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사이드'의 건물은 '방' 단위로 미리 만든 부품을 현장에서 즉석 결합해 만드는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다. /사이드워크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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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물을 짓는 데는 모듈러(modular) 공법을 사용한다. 공장에서 방 단위로 완성된 부분을 모아 하나의 완성된 건물을 조립하는 식이다. 전통적인 방식보다 용도 변경을 통한 활용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건축 기간도 짧아지고 공사비도 적게 든다. 목조 주택으로 지어 탄소 배출과 환경 오염도 줄인다.도시 기반시설 배치도 다른 도시와 다르다. 일반적인 도시에서는 각종 편의시설이 도시 중심부 등 한 곳에 모여있다. 이는 지역마다 기반시설 접근성에서 차이나고 결과적으로 집값 격차를 부르고 교통 체증의 원인도 된다. 키사이드는 상업시설 같은 기반 시설을 도시 곳곳에 분산시켜 이런 문제점을 없앤다는 계획이다.

쾌적한 환경, 화석 에너지 없는 '친환경 도시'쾌적한 도시 환경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에도 구글의 첨단 기술이 활용된다. 이른바 기상 저감(weather mitigation)을 통해 여름과 겨울에도 실외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 여름에는 열차단 능력이 뛰어난 ETFE 소재를 이용한 공용 쉼터, 겨울에는 쌓인 눈이 자동으로 녹는 발열 보도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된다. 구글은 1년 중 야외 활동이 가능한 시간이 현재 2364시간에서 5131시간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도시 곳곳에 설치되는 센서들이 도시 환경을 깨끗하고 편리하게 유지한다. 예를 들어 공기 질을 측정하고, 쓰레기통이 제때 비워지는지, 공원 벤치가 너무 붐비는지 등을 파악한다.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은 자동으로 이뤄진다.

장기적으로 도시 전체를 화석에너지를 전혀 쓰지 않는 친환경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모든 건물에 자체적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10~15% 정도 생산해 내고, 바이오매스 에너지와 태양열·수소 전기차를 이용한다.

키사이드에 미래형 도시를 만드는데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은 "키사이드는 IT를 기반으로 하는 도시로 구글 창업자들이 오랜 기간 구상해온 결과물"이라며 "이곳이 미래 도시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 도시'를 만들기 위한 장애물도 있다. 도시 운영에 필요한 빅데이터 수집을 위해 광범위하게 주민 사생활 정보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한 정부 승인을 받는 일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계획이다.

[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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